[KIEP 전문가칼럼] 인도네시아 종교갈등 해법은

인도네시아 민주화의 그늘

인도네시아는 세계의 대표적인 다종족·다종교 국가 중의 하나다. 1950년 정부 수립 이후에 국가의 모토를 “다양성 속의 통합(Bhinneka Tunggal Ika)”으로 정하고 통합된 국가를 유지하고자 노력해 왔다. 21세기에 들어 인도네시아의 정치와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04년 유도요노(Yudhouono)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치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고 2009년 유도요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민주주의 제도 역시 빠르게 공고화돼 왔다.

또한 유도요노 통치기간에 정치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5~6%의 경제성장도 이루어 왔다. 2008년의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견실한 성장 기조를 유지해 인도네시아 경제의 저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여 년간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사회간접자본과 공공부문의 서비스 확대 그리고 급격한 중산층의 성장을 유인해 향후에도 인도네시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공고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점차 증가하고 있는 종교 간의 갈등과 이에 따른 종교적 소수자들의 인권유린이 이슈화되고 있다. 전체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의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인도네시아인들은 종교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인도네시아 사회의 많은 지표들이 향상되거나 제도적으로 개선되어 왔으나 종교 간의 갈등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5년에 국제인권협약을 비준하고 종교 소수자들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더욱 확실하게 보호하겠다고 선언하였으나 이 협약을 비준한 후에 소수자들의 인권은 더욱 더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종교 간의 갈등은 2010년 216건에서 2011년 244건으로 그리고 2012년에는 264건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보고되지 않은 경미한 사건들을 포함하면 훨씬 많은 종교 간의 폭력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다수 수니파 과격 종교단체들 시아파·기독교인 탄압???

최근에 발표된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국제보고서들을 검토해 보면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간의 갈등과 인권유린에 관한 지적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013년 2월 28일에 발표된 국제인권단체(Human Rights Watch)의 보고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간의 갈등이 어떻게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 간의 갈등은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폭력의 주체는 수니(Sunni)파 이슬람 단체들이며 폭력의 형태는 종교적 소수집단이 운영하는 교회와 사원 등에 대한 방화와 약탈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협박과 테러 등이다. 흥미로운 사항은 수하르토 대통령 집권 시기(1967~1998)에는 이슬람 단체들의 기독교 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탄압과 폭력이 종교 갈등의 주요한 원인이었으나 최근의 종교 갈등에는 기독교에 대한 탄압 이외에도 이슬람 세력간의 갈등이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최근에 수니파 이슬람 세력에 의한 아흐마드(Ahmadiyah)파와 시아(Shia)파에 대한 탄압과 테러가 빈번해지고 있어 종교 간의 갈등 양상이 다변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니파는 인도네시아 전체 이슬람 신자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이슬람 세력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신자가 많은 거대한 이슬람 파벌이다. 수니파는 인도네시아 이슬람을 대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식적인 이슬람 기구들과 행정부의 종교관련 고위관리직은 이들에 의해 독점되어 왔다.

최근의 종교 간의 갈등에는 수니파가 독점하고 있는 이슬람 단체와 정부 관료들의 편향적 행태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니파가 독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슬람을 대표하는 단체인 인도네시아 이슬람 성직자 협의회(Majelis Ulama Indonesia, MUI)는 이슬람 소수파인 아흐마드파와 시아파를 이단으로 몰아세우고 이들을 인도네시아에서 몰락시켜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여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여 왔다. MUI는 또한 사법부와 행정부의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교회와 사원등과 같은 소수 종교의 확장을 구조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최근에 MUI는 인도네시아 청소년들을 타락시키는 Facebook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행정부 내의 종교성 관리들도 수니파의 편향적 교리해석과 갈등의 조장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아니면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며 소수 종교인들의 종교적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3월에 종교성 장관인 수르야다르마 알리(Suryadharma Ali)는 공개적으로 아흐마드파와 시아파를 인도네시아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6년에 개정된 종교집회 장소에 관한 법령은 소수 종교집단의 예배와 포교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어 제도적인 차별로 비판되고 있다.

사법부와 경찰도 소수 종교인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니파 과격 종교단체들의 폭력적인 행위들은 경찰의 제지를 거의 받지 않고 있으며 법원에서 재판을 받더라도 대부분이 증거가 없거나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범인들이 무죄로 석방되고 있다. 유도요노 대통령도 최근의 종교 갈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시민사회 단체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폭력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립 서비스 수준의 언급만 할 뿐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말년에 접어든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종교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확고한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4년 대통령 선거, 종교갈등 더 악화될수도 ?

인도네시아의 소수 종교인들은 민주화 시대에 더욱 험난한 사회 환경에 당황해 하고 있다. 국가의 통제를 벋어난 과격 종교단체들의 협박과 테러는 이들의 종교 활동에 큰 제약을 가해 왔으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종교 간의 갈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 민주화 시대에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민주화와 지방자치제로 인해 각종 선거에서 절대적인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는 수니파 이슬람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혼란이라고 볼 수 있다. 중앙 행정부와 지방의 선출직 지도자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수니파 이슬람 단체의 불법과 폭력에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으며 이는 고질적인 면책(impunity)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간의 갈등이 증가하는 것은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늘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의 대통령 선거를 향하여 인도네시아 정당들의 정치 활동이 확대되고 과격 이슬람 성향의 프라보워 수비안토(Probowo Subianto)같은 후보가 득세하게 되면 종교 간의 갈등은 더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와 이슬람 세계를 대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과정에서 종교 간의 갈등은 시급하게 그리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되고 있다. <박재봉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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