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 칼럼] 내년 자카르타 최저임금 ‘월 20만원’

2013년 11월 1일에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Jakarta) 지역의 2014년 최저임금 단체협상이 종료됐다. 노동자 대표가 보이코트한 가운데 경영자 대표와 관료들만이 참석해 확정된 244만 루피아(약 20만원)는 노동자 단체가 요구한 370만 루피아(약 34만원)에 크게 못 미치면서 노동계가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카르타의 최저임금 협상 결과가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의 임금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일?최저임금 단체협상 종료 ??

인도네시아 정부가 2003년에 노동법을 제정하여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로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 법은 일주일에 40시간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며 모든 국내·외국 기업들은 합의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규정이다

최저 임금은 각 지방자치 단체의 관료와 경영자 대표 그리고 노동자 대표로 구성된 임금 협의회(Wage Council)에서 결정한다. 한국의 최저 임금 제도와 유사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시급이 아닌 월급으로 하고 또한 중앙 정부가 아닌 각각의 자치 구역별로 최저 임금을 정한다는 것이 다르다.

따라서 각 지역별로 다른 최저 임금이 시행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자카르타 특별시(220만 루피아)가 가장 높고 중부 자바주(83만 루피아)가 제일 낮은 지역인데 두 지역의 차이는 무려 2.6배를 나타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은 최저임금의 상승률을 가급적 제한하여 제조업 특히 신발, 봉제, 완구 등의 기업들이 한계 상황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춰 왔다.

지난 몇 년간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의 최저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국내의 다른 지역 또는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2년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10.27%이고 2013년에는 18.32%가 올라 점차 인상률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수도인 자카르타는 2013년에 44%가 상승하여 상당수 기업들의 경영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9월에 2014년의 최저임금의 상승폭을 14% 이내로 제한할 것을 각 지방 자치정부에 지침으로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디오노 부통령은 특히 2014년 선거를 의식해서 지방 자치정부의 지도자들이 선심성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주는 것에 대해 미리 경고한 바 있다.

자카르타의 노동자 최저임금 370만 루피아 요구

자카르타의 최저임금 협상은 다른 지역의 협상에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관심을 모은 바 있는데 예상대로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

노동자 단체는 2013년의 최저 임금에서 50%의 인상을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지난 9월부터 산발적인 시위를 벌여왔으며 10월 31일부터 2일간 전면적인 파업에 돌입하여 자카르타 특별시청을 압박한 바 있다.

노동자 단체가 요구한 자카르타 지역의 최저임금은 370만 루피아이고 언론에서는 270만 루피아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월 31일 자카르타 특별시는 법에 따라 관료와 경영자 대표 그리고 노동자 대표를 임명하여 임금 위원회를 소집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경영자 대표들은 사실상 임금을 동결하는 229만 루피아를 제안하였고 관료들은 244만 루피아를 제안하자 노동자 대표들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임금 위원회에서 퇴장해 버리고 위원회는 두 가지 안을 자카르타 시장에게 제출했다.

위도도(Widodo) 시장은 “두 안 중에서 244만 루피아를 2014년 자카르타 지역의 최저임금으로 확정하여 발표하며 임금 위원회의 제안에 따른 합법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카르타 임금 경쟁력?점점 약해져 ?

노동자 대표들이 보이코트한 가운데 11% 인상으로 결정된 자카르타 임금협상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수반한 결정이며 향후에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노동자 단체의 50% 인상 주장이 과도한 측면이 있으나 2012년에 44%를 인상해준 전례가 있어 이번에 11% 인상은 노동자 단체의 반발과 조직적 저항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

2014년의 총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지도자들이 노동자 단체의 요구를 대폭 수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상황에서 시작된 임금협상이 노동자 단체에 대한 성의 있는 설득과 양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은 갈등을 자초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인 예상 수준인 270만 루피아 안이 관철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위도도 시장의 정치력이 부족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급격한 임금인상이 자카르타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두 가지 분석이 있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발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인도네시아가 1.03 달러인데 비해 경쟁국가인 중국은 0.91 달러이고 베트남은 0.46 달러로 나타나 인도네시아가 임금부문의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ASEAN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자카르타의 임금(US$220) 수준은 중국의 신천(US$245)보다는 약간 낮지만 인도의 델리(US$147) 보다는 현격하게 높아서 자카르타(또는 인도네시아)가 노동자 임금부문에서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위도도 자카르타 시장은 예상되는 노동자 단체들의 항의와 제소에 대비하겠다는 결의를 피력하며 절대로 과도한 임금 인상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여 두 번째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노동자 단체들은 재협상이 성사될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며 향후에 시위와 파업이 연속해서 발생한다면 크나큰 경제적 손실과 정치적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위도도 자카르타 시장은 기업들로부터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노동자 단체의 항의와 저항을 어떻게 극복해 갈 수 있을지가 주목을 끌고 있다.<박재봉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