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ry in focus] 동서 5000㎞바다로 연결된 자원의 보고,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8개 키워드로 읽는 인도네시아

1만7500개 섬에 300여 개 종족, 2억4000만 명의 사람이 583개 언어로 소통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 얘기다. 교보문고에서 파는 인도네시아 관련 책만 200종이 넘는다. 여행서 <론리플래닛>은 “서쪽 수마트라 섬부터 동쪽 파푸아 섬까지 하나의 잣대로 설명할 수 없는 나라, 만화경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될 때 인도네시아도 여러 나라로 나눠질 거라 예상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 복잡 오묘한 나라를 8개의 키워드로 풀어본다.

1만7500개 섬 인도네시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섬으로 이뤄진 독특한 지리환경이다. 지리환경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1만7500개 섬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큰 군도 국가다. 인도네시아란 이름 자체가 ‘섬’을 뜻하는 라틴어와 희랍어 어원에서 온 말이다. 동서길이 5150km(시차 3시간), 남북 길이 2012km에 달한다. 서쪽 수마트라에서 동쪽 파푸아섬까지 가는데 여객기로 7시간 걸린다. 수마트라, 자바, 칼리만탐, 술라웨시, 파푸아가 대표적인 섬이다. 인구의 58%가 자바섬에 거주한다.

인도네시아 어디선가 하루에 한번 지진, 1년에 한번은 화산 분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태평양판 가장자리를 잇는 ‘불의 고리’에 위치한 탓에 400개 화산과 129개 활화산이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호수인 북부 수마트라 또바호(Lake Toba) 역시 7만5000년 전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호수다. 빙하도 볼 수 있다. 푼짝자야(Puncak Jaya, 4884m)산은 적도지역에서는 드물게 산악 빙하를 갖춘 뉴기니 섬의 가장 높은 산이다. 기후학자들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2015년쯤에는 빙하가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개관

육두구 유럽인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향신료에서 시작됐다.술라웨시와 파푸아 사이 반다해(Banda sea) 북부말루꾸 군도(Maluku archipelago)는 향료섬(Spice Island)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유럽인들은 이 곳에서 수지, 장뇌, 백단향, 육두구와 같은 향신료를 가져갔다.특히 육두구(nutmeg)의 원산지인 런섬(Pulo Run)을 둘러싼 영국?포르투갈?네덜란드 간의 분쟁은 유럽의 동남아 식민지배역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네덜란드가 런섬을 소유하기 위해 뉴욕 맨하튼을 영국에 판 것은 유명한 일화다. 네덜란드는 런섬을 점령하고 육두구 무역을 독점한 200여 년 동안 이를 통해 얻은 엄청난 부를 기반으로 아시아 상권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했다.

대항해시대 동인도제도로 불린 인도네시아는 400년 가까이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자바 커피는 네덜란드에서 커피나무가 이식되면서 17세기 말자바섬에서 재배가 시작된 뒤 네덜란드 상인들의 항로를 따라 전 세계로 수출되며 유명해졌다.

100% 종교인 인도네시아 주민등록증에는 종교가 명시돼 있다. 인도네시아서 살려면 싫든 좋든 종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의 87%가무슬림으로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지만이슬람이 국교는 아니다. 개신교, 가톨릭, 힌두교, 불교, 유교를 모두 인정한다.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동남아 무슬림이대체로 그렇듯 신학적으로 아랍 무슬림들과 다르다. 대부분의 신도는 유일신에 대한 강조보다 토착종교와 결합한 물질적 축복이나 영적 구원에 집중한다.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가 된 배경에 대해 김형준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과거 인도 남부 무슬림과 활발한 교역의 영향이 컸고, 인도네시아인의 성향, 토착종교 교리가 이슬람과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르모 화산

끈질긴 토론 다양한 종족, 언어,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국가가 어떻게 한 나라로 유지될 수 있었을까. ‘국가이념인 빤짜실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빤짜’는 다섯, ‘실라’는 원칙, 즉 다섯 가지 원칙을 뜻한다. 유일신에 대한 믿음, 공정하고 교화된 인본주의, 국가 통합, 대표자들 간의 토론 및 협의에 기초한 민주주의, 국민 모두를 위한 사회정의가 바로 그것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결과보다 절차를 중시하며, 시간이 걸려도 협의와 합의를 존중한다. 아세안(ASEAN)도 이를 이어받아 ‘협상를 통한 합의’를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네리모 인도네시아인들은 ‘각각의 사람이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다’는 신념이 강하다.‘네리모(Nerimo)’란 인간을 포함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 이미 발생한 사실 모두를 존재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이 때문에 수동적이라는 오해도 받고 일본인과 비교되기도 한다. 이들은 대의명분을 위한 개인의 희생과 투쟁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인간관계 역시 지속적인 흥정 과정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의리 없고 배신을 잘한다는 오해를 사곤 한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친구가 많은 것을 좋아하는 반면 그 관계를영구불변한 것으로 이상화하지 않는다.

연료보조금 연료보조금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폐지하자니 국민 저항이 심하고 유지하자니 정부 적자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가 도로 등 인프라 건설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이유로 연료보조금을 지적하는 학자들이 많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디젤과 휘발유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으나 인상안에 반대하는 시위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들에게 국제시세의 절반정도의 가격에 연료를 공급해왔다. 2013년 4월 기준으로 경유 가격이 리터당 4500루피아(약 46센트)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2012년 연료보조금은 정부 예산의 16%인 220억 달러를 차지했다.박재봉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위원은 “2014년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의 높은 월급과 연료보조금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치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이다. 라마단 기간에 예배를 드리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사진=신화>

다당제와 지방분권화 인도네시아는 12개 정당이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당제 국가다. 여러 정당이 자유롭게 선거에서 경쟁하지만, 정당 간의 차이가 인물과 단순 이미지 정도다. 전국 12개 정당 가운데 9개가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 중 3개신생 정당이 기존지지층보다 당수 개인을 브랜드로 내세운 정당이다.
인도네시아 정치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 분권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와 외방도서의 지지를 얻기 위해 1999년 급진적 지방분권화가 실시됐다. 외교·국방·재정·종교 등 몇 가지중앙정부 권한을 제외하고 농업·투자·환경·노동·토지 등 대부분의 권한을 시·도급 지방정부로 넘겼다. 1974년 전체 공무원의 78.3%가 중앙정부에 소속이었으나, 2005년에는 전체의 24%만이 중앙정부에서 일하고 8.1%는 주정부에서, 67.9%는 시도정부에서 일하고 있을 만큼 판도가 바뀌었다.

1000만 화교 전체 인구의 4.1%인 1000만명 화교가국가경제의 절반가량을 장악했다. 주로 자카르타, 수라바야, 반둥, 족자카르타, 보고르, 팔렘방 등 도시에 많이 거주하며, 슈퍼마켓·부동산·방직·관광업·금융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화교는 총 2067개 기업을 거느린 10대 그룹 중 9개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상장 기업의 73%가 화교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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