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지도층, 박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
존 프라세티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인터뷰
한국과 경협 상생효과…중공업 기술이전기대 커
지난해10월 부임한 존 프라세티오(John A. Prasetio?62)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만나러 서울 여의도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찾았다. KBS 별관 앞에 자리잡은 대사관은 그 나라처럼 넓었다. 철문을 통과해 100m쯤 들어가니 미술관 분위기가 역력한 대사관저가 나왔다. 탁트인 공간에 다양한 미술작품과 탤런트 이범수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존 프라세티오 대사가 반가운 미소로 우리 일행을 맞았다. 동남아 스콜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정원을 바라보며 가벼운 대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범수씨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홍보대사다. 이범수 씨의 아내(이윤진) 가족이 오랫동안 자카르타에서 살았다. 이윤진 씨의 어머니가 화실을 운영하면서 가방 등 액세서리도 만들었는데, 가방이 대사관 부인들에게 큰 인기였다. 제 아내와 인연이 돼 그의 사위인 이범수 씨를 친선대사로 섭외할 수 있었다.”
-대사관이 금융가인 여의도에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는 게 색다르다.
“1973년 수교 당시 여의도를 개발 중이던 서울시가 각국 대사관에 분양 문의를 했는데 응한 나라가 인도네시아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여의도가 이렇게 변화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한국이 첫 부임지라던데.
“나는 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으로 경제자문 역할을 했다. 2012년 수실로 밤방유도요노 대통령이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다녀온 뒤 주한대사 자리를 권했다. 비즈니스맨다운 진취성을 살려 외교행사 외에도 다양한 행사에 참석해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세계 여러 경제연구기관이 인도네시아가 2030년 7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력이 어디 있다고 보나.
“세계 경기불황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경제가 좋았던 것은 젊은 층 중심의 탄탄한 내수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인도네시아 소비층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많고 씀씀이도 크다. 2020년쯤이면 중산층만 1억4000만명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목재·가스·농업 등 1차산업에서 자동차·철강 등 2차산업으로 개편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7대 경제대국의 꿈은 더 빨리 올 수 있다.”
-정부재정에 부담을 주는 연료보조금, 공무원의 부패, 더딘 인프라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데.
“최근 정부는 유류가격을 인상해 연료보조금 문제 해결에 나섰다. 연료보조금은 자동차를 소유한 중산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권력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면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가난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음에도 인도네시아인 스스로를 낮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루빨리 극복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인프라 구축 문제라 생각한다.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물류비용이 너무 크다. 불편하기도 하고. 2025년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6개 대형 섬을 잇는 경제개발회랑 계획안을 내놓았고 새로운 투자계획안도 발표했다. 한국은 영종대교 등 큰 다리를 건설한 경험이 풍부하다. 인도네시아 발전에 기여해주기를 기대한다.”
-한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진출하기를 원하나.
“인프라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고, 일본은 자동차 시장의 93%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인도네시아는 ‘클린카’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이 클린카 시장에 들어오면 어떨까 싶다. 어느 한 국가가 인도네시아 산업을 독점하길 원치 않는 만큼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해주길 바란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인도네시아는 2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가 들어온 것처럼 한국의 우수한 중공업 회사들이 더 많이 진출하길 희망한다.“
– 최근 인도네시아서 일어난 산불로 이웃 나라가 피해를 많이 봤다. 해결방법이 없나.
“완벽한 해결은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산을 개간하기 위해 태우는 불법행위를 근절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산불의 일부 원인에 불과하다. 자연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산불 발생 후 빠른 조치를 한다면 피해의 범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영부인 아니 여사 초대 주한대사 부인
올해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수교를 맺은 지 40주년 되는 해다. 프라세티오 대사는 워보니 초대 주한인도네시아 대사 아내와 박정희 대통령이 환담을 나누는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소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부인 역할을 수행하던 당시다.
“워보니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의 딸이 현재 영부인 아니유도요노(AniYudhoyono) 여사다. 아니 여사는 당시 2년간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야기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일화로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부디오노 인도네시아 부통령이 참석했는데, 부통령이 크게 감동했다고 했다.부디오노 부통령은 취임식 당일 칠순 생일이었는데, 박 대통령이 이미 알고 ‘고향에서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생일을 기념해야 하는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도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아세안 대사들이 모여 박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 전에 꽃을 선물하고 싶다고 의전담당자에게 알렸더니 대통령이 직접 받으시진 못할 거라고 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하고 모임 자리에서 선물했는데, 박 대통령이 직접 받아 본인 자리 앞에 두고 얘기를 나눴다. 박 대통령의 배려에 모두 감동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수교 40주년 기념행사로 9월25일 ‘갈라 디너’와 다음날 ‘비즈니스 포럼’ 행사를 개최한다. 갈라 디너에는 패션쇼도 진행될 예정인데, 유도요노대통령의 며느리가 모델로 참여한다.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나라다.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겠다.”
프라세티오 대사는 기업가 출신이다. CBA 컨설팅 설립자며 페르마다(Permata)은행 이사, 앤더슨월드와이드 싱가포르아태지역 CEO 등을 지냈다. 부임 전 대통령 직속 국가 경제위원회 위원을 비롯해산업부장관 특별자문, 국가지배구조위원회, 투자조정청 투자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런던 G-20 비즈니스 서밋(2009년 3월)과 토론토 G-20 비즈니스 서밋(2010년 6월)의 인도네시아 대표로 참석한바 있다. 취미로 골프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