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ry in Focus] ①’포스트브릭스’ 터키가 떠오른다

경제개혁의 교과서…10년새 국민소득 3배로 ‘껑충’

유럽과 아시아대륙을 연결하는 터키. 1922년 오스만투르크제국 멸망 이후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다. 한국인에게 터키는 이스탄불로 대표되는 관광지, 2002년 월드컵 4강 상대국, 6·25 전쟁 때 미국·영국·캐나다 다음으로 병력을 많이 보낸 나라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 터키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터키가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국가로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난 5월1일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되자 관심은 배가 됐다. 중동대학생 연합모임인 엘네피제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소개된 터키 관련 책은 8213권, 관련 블로그 글은 41만7477건에 달한다(2013년 4월 기준). 터키를 찾는 한국 관광객은 2003년 2만명 수준에서 10년만에 8배인 15만9000명(2013년 추산)으로 늘었다.

터키 독립기념일인 5월 19일 수천명의 학생들이 터키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아타튀르크 초상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축하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세계전문기관이 공인하는 신흥경제강국

터키는 대표적인 ‘포스트브릭스’ 신흥시장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G20 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죽어 터키가 그 관을 들고 가고 있다”며 터키 경제의 힘을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브릭스에 필적할만한 경제규모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터키를 지목했다. 미 상무부 선정 10대 신흥투자시장(BEM), 일본 브릭스경제연구소비스타(VISTA) 5개국, HSBC 씨베츠(CIVETS) 6개국에 모두 터키가 포함됐다.

터키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2001년 3400달러에서 2010년 1만 달러를 넘어섰다. 10년 사이 3배로 껑충 뛴 것이다. 2010년 경제성장률은 중국 다음으로 높았다.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버금가는 ‘급성장’이다. 터키가 5년 이내 한국의 경제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 근거로 풍부한 내수시장(8000만명)을 든다. 특히 젊은 노동인구가 타 신흥시장에 비해 풍부하다. 35세 이하 계층이 전체 인구의 63%를 차지한다.

유럽,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란 점도 터키의 장점으로 꼽힌다. 터키는 이슬람 문화권으로 중동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중동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인종?역사적 유대관계가 깊은 중앙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 국가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해 이들 지적 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지기도 한다.

토프락터키투자청 한국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터키와의 통상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역이 중앙아시아다.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어 생활권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란 북부까지 터키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2억명에 달한다. 터키는 주변의 풍부한 에너지자원의 유럽통로이기도 하다.”

2005년 화폐개혁 단행…보조금 철폐 추진

터키의 경제발전 뒤에는 레제프타이이프에르도안(RecepTayyipErdogan)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 터키는 2001년 2월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정치불안으로 자금이 국외로 유출되면서 금융시장이 마비되고 은행이 연쇄파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 이 난국을 타개하고 경제개혁을 단행한 인물이에르도안 총리다. 당시 IMF에서 빌린 돈을 올해까지 다 갚았다.

2003년 에르도안총리 취임 후 첫 과제는 물가를 잡는 일이었다.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89~93년 65%에 달했고, 1994~99년에는 85%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2004년까지 터키 리라 가치는 UN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실제로 1986년까지만 해도 1000리라짜리 화폐가 최고액권이었지만, 1995년 100만 리라, 1997년 500만 리라가 최고액 화폐로 등장했다. 2001년에는 5000만 리라 화폐까지 나왔다. 터키 리라화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낮은 화폐’로 기록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2005년 기존의 100만 리라를 새 1리라로 바꾸는 획기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정부의 잇딴 처방이 성과를 거두면서 2005년의 물가상승률은 9%로 가라앉았다.

에르도안 총리 <사진=AP/뉴시스>

이슬람주의-세속주의 충돌, 인권향상 과제

터키 정부는 물가?환율이 안정되자 각종 보조금 철폐와 국영기업 민영화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2007년에는 아예 민영화청을설립헸다. 민영화 대상은 도시가스 유통, 식수 공급, 에너지 공급, 도로 관리 등 사회기반시설에서부터 보건, 교도소 관리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농업분야 등의 보조금 철폐는 큰 저항이 우려됐으나 에르도안 특유의 추진력으로 강행해 경제개혁의 밑거름이 됐다.

에르도안 체제하에서 터키의 국제사회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이란과 서방국 사이의 갈등을 적극 중재하는가 하면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민주화 사태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슬람, 세속주의,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터키는 아랍국들에게 바람직한 발전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의 밀어붙이기식스타일과 친이슬람 성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는 강략한 카리스마와 권력욕을 가졌다는 점에서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총리와 닮았다. 에르도안 총리는 2014년 대통령에 출마해 계속 터키를 이끌어가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헌법을 고쳐 현재 매우 제한적인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터키공화국 건설 이후 유지돼온 세속주의 전통이 그의 통치기간동안 훼손됐다는 비판이끊이지 않는다. 지난 수년 간 터키에서는 언론인 60여 명이 투옥됐고, 여성을 겨냥한 이른바 ‘명예살인’이 연간 1000건에 이르는 등 인권탄압지적을 받고 있다. EU 가입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키프로스 영유권 문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2023년 세계 10대 경제대국 목표

터키는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23년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야심 플랜(Ambitious Plan)’이다. 1인당 GDP 2만5000달러, 수출 5000억 달러, 실업률 5% 이하, 국민보험 도입, 신재생 에너지 강화, 원전 3기 이상 설치 등이 구체적인 목표다..터키는 2023년을 향해 고속전철, 북마르마라 고속도로 건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e러닝 파타흐 프로젝트, 제3공항 건설, 전자정부, 방위산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런 터키에 가장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의 터키 직접투자는 2011년 15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배 증가했다. 최근 3대 은행과손보저팬, 니케이 신문, 아지노모토, 닛세식품 등의 개설로 기존의 무역?건설?자동차?전기뿐 아니라 금융 언론 식료품 등 100개사가 터키에 진출했다.이에 비해 한국의 터키 투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대로템, 포스코, 현대차, SK건설, CJ, LG전자 등이 터키 진출에 적극적이지만 2012년 말 현재 직접투자 누계액은 9억1385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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