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집권당 비리’ 수사중단 후폭풍
터키 집권당을 강타한 대형 비리사건의 수사 중단으로 야당들이 전국적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치를 가능성도 커져 총선정국에 들어서는 양상으로 정정불안이 우려된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는 21일(현지시간)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소속 의원이 전날 의회에 ’12월 17일’을 ‘반(反) 부패의 날’이란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17일은 검찰과 경찰이 집권 정의개발당(AKP) 정부의 장관 3명의 아들과 고위 관리, 국책은행장, 유명 사업가 등 53명을 뇌물 등의 혐의로 대거 연행한 이른바 ‘1차 작전’이 벌어진 날이다.
당시 총리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수사가 정치적 동지였다가 적으로 돌아선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을 따르는 세력이 저지른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검찰과 경찰 고위직을 수천명을 인사조치했다.
집권당이 교체한 검찰 수뇌부는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들을 불법 도청 등의 혐의로 대거 체포하는 등 귤렌 세력 숙청에 나섰으며, 지난 17일에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공화인민당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정부에 12월 17~25일을 ‘도둑의 주간’으로 선포하라고 비난했다. 공화인민당은 전날 터키의 81개 주 전체의 지역사무소에서 일제히 검찰의 수사 종결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각 지역의 검찰청사 앞에 검은 조화를 갖다 뒀다.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단된 수사의 ‘합리적 용의자’라고 지목하고 당원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리수사 중단이 정치쟁점화한 가운데 여야가 내년 6월7일로 예정된 총선을 조기 실시하자는 입장을 밝혀 지난 8월 말 대선에 이어 다시 터키 정국이 선거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일간지 자만 등은 집권 정의개발당이 총선을 내년 4월에 치르는 준비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정의개발당은 시리아와 이라크 사태 악화와 이에 따른 터키의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평화안 협상 난항, 경제성장세 둔화 등에 따라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터키 중앙선거관리위원회(YSK)도 최근 정부와 총선과 관련한 선거제도 개선을 논의해 조기총선 전망에 힘을 실었다. 공화인민당 규르셀 테킨 의원은 자만과 통화에서 집권당이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조기총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당장 조기총선을 치르자”며 야당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민족주의행동당 바흐첼리 대표 역시 “언제라도 총선을 치를 준비가 됐다”며 조기총선에 찬성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