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ry in Focus] ⑤터키 총각들이 털어놓은 그들만의 생활문화

“30살 넘으면 노총각 소리 들어요”

오스만제국의 후예인 터키청년들의 결혼, 군대, 취업 등 자신들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터키의 생활문화를 엿보기 위한 이번 방담에는 알파고 시나시(25) 지한통신사한국특파원, 우사메 준불(26) 터키 국영방송국 한국특파원, 카디르아이한(27) 이스탄불 문화원 학술교류 코디네이터 등 한국에 체류 중인 20대 젊은이 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터키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친 우수인재들로 한국생활을 한껏 즐기고 있다고 했다. 방담도 유창한 한국어로 진행됐다.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아이한: 고향은 터키 서남지역 지중해 가까운 무글라(Mugla)란 도시다. 이즈미르에서 가깝고 관광지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한국에 온지 5년 됐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협력을 공부했다. 6월28일 결혼한다.
알파고: 아이한과 정반대인 터키 동북 아르메니아 인접지역이디르(lgdir)에서 태어났다. 쿠르드족이다. 한국에 온지는 아이한과 비슷하고 서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사메: 동북부 흑해 연안리제에서 자랐다. 여름엔 꾸준히 보슬비가 내리고 언제나 안개가 짙다. 산악지대다 보니 이동이 쉽지 않다. 한국에 온지 4년 정도 됐고 연세대에서 세계사를 공부했다.

-아이한이 결혼을 한다니, 결혼문화부터 들어보자. 결혼적령기가 어떻게 되나.
우사메: 남자는 24~28세, 여성은 22~25세가 평균적인 결혼시기 아닌가 싶다.
알파고: 지역별로 조금 다른 것 같다.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서부 남자는 27~29세, 동부는 24~26세 정도. 동부에서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양치고, 농사짓거나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결혼이 빠르다.
아이한: 알파고가 서부 남자들을 너무 늦게 장가 보내고 있다. 27세 정도가 평균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30살 넘으면 노총각 소리 듣는다.

결혼할 때 여자는 안방 물건만 책임져

-한국선 보통 남자가 집을 마련하고, 여자는 살림살이를 준비한다.
아이한: 비슷하다. 다만 남자가 준비하는게 좀 더 많다. 신부는 안방만 책임진다. 한국처럼 집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알파고: 동부도 마찬가지다. 세탁기, 냉장고도 남자가 준비한다. 침대, 옷장 정도만 여자가 가져온다.
우사메: 한국에서는 집이 신혼살림의 필수요소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터키에선 꼭 그렇지 않다. 신혼은 결혼의 시작이기 때문에 신혼부부가 함께 한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다.

-터키만의 특별한 결혼 문화라면.
우사메: 흑해 지방은 골짜기가 많은 산악지대라 수백명 정도의 소규모 마을들이 골짜리 혹은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으로 결혼은 마을의 축제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와서 즐기고 결혼 전날 젊은 여자들은 ‘헤나(봉숭아 물)의 밤’을 보낸다. 결혼식 당일에는 뼈가 연한 새끼양을 통째로 밥과 함께 찌 온 주민이 나눠 먹는다. 호론(Horon)이란 춤을 추며 결혼을 축하한다.
아이한: 결혼을 약속하면 신랑 가족이 사돈댁에 가서 허락을 받는다. 여자 쪽에서 좀 더 알아보겠다며 거절할 수도 있다. 결혼식은 보통 2일간 진행된다. 서부서도 첫날은 여자들끼리 헤나의 밤을 연다.헤나 염색으로 치장을 하고 전통음악을 틀고 즐긴다.
알파고: 동부에선 결혼 전 신부될 집에 1000만원 상당의 금을 준다. 파혼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계약금 같은 거다.

돌잔치 대신할례식 성대하게 열어

-부부가 되면 보통 돈은 누가 관리하나.
알파고: 남자가 경제권을 주로 갖는다. 여자에 대한 신뢰가 낮다.
우사메: 이슬람 법적으로 남자의 수입은 공동재산이고 여자의 수입은 여자의 개인 재산으로 여겨진다. 필요에 따라 여자가 자신의 재산을 친정 가족의 재산으로 넘기기도 한다. 알파고가 말한 것처럼 결혼 전 남녀가 협의해 신부에게 비상금 명목의 금을 준다. 그 밖에 이슬람 법적으로 여성이 바깥에서 일할 경우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야할 의무가 있다.

-터키도 고부갈등이 있을 것 같은데.
아이한: 물론 있다. 시부모를 모시는 경우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터키는 실버하우스가 거의 없어서 부모님들이 연로하시면 대부분 모신다. 정부가 실버하우스를 만들었다가 없앴다.
알파고: 사위와 장인관계의 갈등도 좀 있다. 터키에선 딸을 모두 공주라고 생각해, 사위가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아이를 낳으면 한국은 첫 생일에 돌잔치를 연다.
우사메: 터키에선 돌잔치보다 할례식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한: 보통 초등학교때 할례수술을 받는데 이 때 한국의 돌잔치처럼 돈과 금을 선물한다.

산업화 속 공학계열 학과 인기

-터키도 징병제 국가다. 군복무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알파고: 나는 유학을 와서 군대를 가지 않았다. 보통 대학졸업 후 가는데 군복무기간은 15개월이다.장교시험에 통과하면 5개월 사병생활을 하다 10개월은 장교로 복무한다. 약 1500만원 내면 면제해주는 제도도 있다.
아이한: 터키는 잘 알겠지만, 강력한 징병제를 유지하는 국가다. 하지만 대졸자에 대해선 혜택을 많이 준다. 해군과 공군은 특별학교 출신들이 가고 대부분이 육군을 간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무엇인가.
아이한: 의사, 변호사, 고위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한국과 다르지 않다.
알파고: 엔지니어 인기도 많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같다.
우사메: 현재 터키에서 공학계열의 인기는 대단하다. 한국의 공대생 이미지와 달리 터키 공대생은 언변이 뛰어나고 적극적인 학생들이 많다.

-사회 초년생의 월급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우사메 : 1500~3000리라 구간이 가장 많은 것 같다. 1리라가 한화로 650원 정도의 가치가 있지만 터키 물가를 고려할 경우 1000원 정도의 상대적 가치가 있다. 따라서 한국 감각으로 150만원~350만원대라할 수 있다.
알파고: 공무원을 예를 들면 월 2000리라를 받는다. 동생이 계약직 간호사인데 1500리라를 받는다고 한다.

-마지막 질문. 터키 남성들의 밤 문화는 어떤가.
우사메: 터키인들은 이슬람이라 대부분 술을 마시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댄 적이 없는 사람이 인구의 60% 정도 된다고 한다. 술을 먹지 않다 보니 문제도 별로 없다. 한국 같은 과도한 접대문화도 없다.
알파고: 터키는 5시30분이면 일이 끝난다. 정해진 시간 외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는다. 바로 집으로 직행이다. 노래방이나 술집이 있지도 않지만 있어도 장사가 안 될 거다.
아이한: 소득분위 최상층과 하층으로 갈수록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적으나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별한 이유없이 가정에 소홀하면 터키에서는 이혼당하기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