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화폐 탐구] 사향고양이, 고래상어엔 어떤 의미가?

[아시아 화폐탐구-필리핀 페소(peso)] 화폐를 알면 그 나라가 보인다

한국인들이 관광지로 자주 가는 필리핀의 다양한 모습은 화폐에서도 볼 수 있다. 화폐 단위는 페소(peso)인데, 디자인이 2010년 바뀌었다. 10페소가 사라졌고 20페소, 50페소, 100페소, 200페소, 500페소, 1000페소가 남았다. 각 화폐 앞면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인물과 사건, 건물이 소개되고, 뒷면에는 유명한 풍경과 무늬, 특이한 동물들이 보인다.

 

20 페소, 필리핀 탄생 ‘케손’의 역사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쓰이며 2010년 이후 가장 값싼 화폐가 된 20페소 앞면 인물은 마누엘 루이스 케손(Manuel Luis Quez?n Y Molina)이다. 도시 이름이기도한 케손은 1944년 사망하지 않았다면, 1946년 필리핀 초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그는 1934~1944년 미국 보호 아래 수립된 필리핀 연방공화국 커먼웰스 정부의 초대와 제2대 대통령이었다. 독립운동가인 케손은 대학시절 카티푸난 혁명군에 참가했다. 카티푸난 깃발에 있는 태양 얼굴은 필리핀 국기 뿐 아니라 모든 화폐 뒷면에도 있다.

화폐 앞면에 소개된 역사적 사건은 케손과 관련 있다. 케손 대통령은 1937년 필리핀어를 공식 언어로 선포한다. 300년간 스페인어와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했던 필리핀 사람들은 여러 방언 중 수도 마닐라에서 쓰이는 타갈로그(Tagalog)어를 공식어로 쓴다. 필리핀 대통령 집인 말라까냥 궁전은 스페인 식민지 군대와 미국 군대의 총독부이기도 했다. 1750년 스페인 장군의 여름궁전으로 건설돼 1935년까지 외부인의 집이었다가 케손이 초대 대통령이 되면서 주인을 찾았다.

뒷면엔 북부 지역에서 논으로 유명한 바나우에 이푸가오 주가 있다. ‘20’ 글자 아래 북부지역에서 많이 사용되는 코르딜레라스 웨이브라는 전통무늬가 있는데, 이 지역 산맥을 물결처럼 상상하고 만든 것이다. 말레이사향고양이 혹은 팜시벳(Palm Civet)으로 불리는 눈에 띄는 동물도 하나 있다. 다른 동물은 가죽이나 고기가 비싸지만 팜시벳은 대변이 가장 비싸다. kg당 40만원에 달하는 코피 루왁(Kopi Luwak)은 바로 팜시벳이 커피나무 열매를 먹고 남긴 배설물에서 원두를 채취해 가공하는 세계 최고가 커피다.

 

50 페소, 맥아더 승리로 열린 독립의 길

50페소 앞면의 세르지오 오스메냐(Sergio Osme?a y Suico)는 커먼웰스 정부의 제3대 대통령이다. 케손 대통령 때 부통령을 역임했고 케손이 사망하자 대통령 자리에 앉았다. 1946년 현재의 필리핀 공화국, 즉 제3공화국이 수립한 뒤 공식적인 첫 대선에서 패배한 세르지오는 정치와 작별하고 고향인 세부(Cebu)로 돌아갔다. 중국계 필리핀 사람으로는 필리핀 역사에 첫 등장한 애국 정치인이다. 건물 안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화폐 속 그림은 필리핀의 첫 의회 모습이다.

미국 총독부가 1907년 실시한 총선거로 구성된 이 의회 의장이 세르지오였다. 필리핀 역사상 첫 전국 선거였다. 맥아더 장군이 일본에게 승리한 레이테 해전 모습은 필리핀 독립의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일본군은 이때 처음으로 가미카제를 사용했다.

뒷면에는 북부의 바탕가스 주가 나와 있다. 바로 옆 타알 호수(Taal Lake)는 필리핀 3대 호수 중 하나로 화산폭발로 형성됐는데, 호수 안에 작은 섬이 있고, 그 섬 안에 또 하나의 작은 호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호주 우표에서도 볼 수 있는 자이언트 트레발리(Giant Trevally)도 있는데, 스쿠버다이버와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이 물고기는 무명갈전갱이라고도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크기가 사람만 하다.

 

100 페소, ‘고래상어’ 첫 포획금지한 나라

필리핀 공화국은 1946년 7월4일 수립됐다. 미국 독립기념일과 같다. 제3공화국 수립일이자 필리핀 독립의 날이다. 100페소에 이 과정이 소개돼 있다.

앞면에 있는 마누엘 로하스(Manuel Acu?a Roxas)는 제3공화국, 즉 현 필리핀의 첫 대통령이다. 커먼웰스 공화국의 제4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일주일 뒤 정식으로 필리핀 독립을 선포했다. 2차대전 중 일본군에 잡혀 수용소 생활을 하다 풀려난 뒤 일시적으로 일본군에 협력한 이 독립운동 정치인은 1948년 대통령 재직 중 사망했다.

앞면에 새겨진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는 필리핀 독립과 큰 관련은 없다. 스페인어로 ‘벽 안에서’, 즉 벽에 둘러싸인 도시라는 의미의 이 건물은 스페인 식민지 시기 많은 국가기관이 있었다. 말라까냥 궁전도 가깝다. 필리핀중앙은행(BSP)이 필리핀 독립 시 이 건물을 사용하다가 케손 시에 있는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뒷면에 있는 마욘 산(Mayon Volcano)은 비콜(Bicol) 지역의 상징이다. 활화산인 마욘 산은 1616년 2월19일 처음 폭발했고, 2010년 성탄절 즈음에도 분출했다. 동물은 상어인지 고래인지 모호해 보이는데, 고래상어다. 물고기 중 가장 크지만 상어처럼 사람을 공격하진 않는다.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고래상어가 왜 필리핀 화폐에 들어갔을까? 국제자연보호연맹에 취약종으로 분류된 고래상어를 필리핀은 1998년부터 상업적인 목적으로 포획, 판매, 수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필리핀의 첫 보호정책을 인도와 대만이 뒤이었다.

*어이없는 테멜 아저씨 이야기(25부)


동네깡패 테멜은 매일 찻집에 와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날 테멜이 찻집 앞을 지나는데 누군가 테멜의 머리를 때렸다. 화난 테멜이 뒤돌아보며 그를 때리려고 했는데, 그의 덩치가 너무 컸다. 테멜은 “야! 일부러 때린 거야? 장난이야?” 물었다. 그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일부러 그랬다”고 했다. 그러자 테멜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나는 장난치는 사내는 싫어!”


테멜이 어느 날 죽었다. 테멜의 무덤에는 이런 글이 남겨졌다. “내가 자꾸 죽을 거야, 죽을 거야 말했는데, 다들 안 믿었어! 그런데 봐, 진짜 죽었잖아!”


테멜에게 누군가 물었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바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테멜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바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멋진 모습은 나이가 들면서 다 사라질 거거든!”


미국에서 카우보이가 된 테멜은 성격이 사나웠다. 어느 날 말을 도난 당한 테멜이 화가 나서 술집에 들어가 “누가 내 말을 훔쳤나”고 물었다. 그러자 아무도 말이 없었다. 더 화가 난 테멜은 협박하며 소리쳤다. “내 말 훔친 사람 당장 나와! 안 나오면 80년대에 했던 거 다시 할 거야! 5분 안에 나와야 해!” 5분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 않자 테멜은 술집에서 나갔다. 겁먹은 사람 중 한명이 테멜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테멜은 화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80년대에도 말을 한번 도둑맞았는데 그때 집까지 걸어갔거든. 이번에도 집에 걸어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