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할례’받는 인도네시아 아이들···WHO·UN 권고에도 여전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할례’, 즉 여성 성기 절제술(Female genital mutilation, FGM)이 지금까지도 성행하며 많은 여성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할례 받는 대상 대부분은 월경 전까지의 여성이며, 이들은 성기의 일부분을 절제하거나 봉합한다.
할례가 시작된 정확한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집트의 경우는 5천여년 넘게 할례가 관습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지금도 흔히 행해지고 있으며, 매년 전세계 200~300만명의 여성이 할례를 받고 있다.
최근 유니세프(UNICEF)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인구가 6천만명인 인도네시아에서도 할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로, 무슬림 국민들 대다수가 샤피학파(이슬람 수니파 학파 중 하나)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 샤피학파가 소녀뿐만 아니라 소년들의 할례까지 의무화하고 있어 예로부터 ‘할례’가 관습처럼 행해져 왔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여성들은 결혼 전까지 성욕을 억제해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현지에서 히탄(khitan)으로 불리는 할례는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 최근 산부인과 등 병원에서도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 전통할례는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과 달리 성기를 긁거나 문지르기, 실로 살짝 꿰매기 등의 방법으로 시행된다.)
인도네시아 기초건강연구원(Riskesdas)이 발표한 ‘2013 국민건강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할례의 96.7%가 5살 이전에 행해지며, 그 가운데 82.8%가 11개월 이하인 신생아일 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낙 어린 시절 할례가 이루어지다 보니 당사자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해, 그에 따른 신체적?·심리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밝히기도 어렵다.
심지어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부모 90%이상이 앞으로 할례를 관습으로 계속 행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들은 “딸뿐 아니라 손녀 세대까지도 할례가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난 2006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남녀 할례를 금지했지만 고위 무슬림 성직자들이 “할례는 종교의식”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반박에 나서왔다. 결국 2010년 현지 보건당국은 “여아를 대상으로 훈련 받은 의료인들이 행하는 할례만 인정하겠다”며 규제를 완화했다. 전문 의료지식 없이 행하는 전통 할례보다는 더 안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머니칼로 성기를 문지르거나 긁어내는 전통 할례 방식과 달리, 의사나 산파들은 가위를 사용해 실제로 피부를 절단하는 할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2014년 할례를 다시금 폐지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출생 직후 여아의 성기를 훼손하는 관습은 공공연히 이어지고 있다.
‘2013 국민건강보고서’는 “전체 할례 중 절반 가량이 의사나 산파에 의해 시행된다”며 “이는 전통 할례보다 성기 일부를 절제하는 방법이 더 만연해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어린 소녀들의 동의 없이 강제로 진행되는 할례는 그저 ‘종교적인 신념’에 근거해 자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7년 할례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악습으로 선언한 이래, 유니세프 등 많은 국제사회 및 인권단체가 할례 금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연합(UN)이 매년 2월6일을 ‘할례 근절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로, 할례는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로 대두돼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선 한때 의료인이 시술하는 할례를 합법화 함에 따라 오히려 더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이다. 현지 정부는 ‘할례가 무슬림의 의무사항이 아님’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통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그 심각성을 알리고, 의료인들이 신생아에게 할례를 시행할 수 없도록 교육해야 할 의무가있다.
지금도 인도네시아에선 태어나자마자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강요당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