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칼럼] 메콩강 수력발전 ‘중국천하’

국제하천관리(Transboundary Water Management) 관련 논의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 중의 하나였다. 최근 관련 논의들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둘 이상의 국경에 걸친 국제하천이 260여 개가 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21세기는 꾸준한 인구증가, 산업화, 도시화 등에 따라 물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제하천분쟁 지역을 꼽자면 아프리카의 나일강, 중동의 요르단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을 들 수 있다. 분쟁의 핵심은 보다 많은 수량확보, 농업생산 증대,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생산, 산업용수 확보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국제하천은 분쟁의 원인뿐만 아니라 협력의 출발점인 경우도 많이 있다. 아프리카의 세네갈강, 레소토 고원 수자원사업, 콜롬비아강, 메콩강 등은 국제하천관리의 귀감이 될 사례들이다. 이 국제하천관리의 성공적인 사례들은 단순히 해당 유역국가 간의 적절한 수량분배뿐만 아니라 물을 이용한 사회경제발전의 편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특히 메콩강은 다른 지역보다도 빠른 사회경제발전, 댐 건설, 풍부한 민물어장, 종다양성, 세계적인 쌀 곡창지대 등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상류에 위치한 중국, 미얀마와 하류에 위치한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 6개 국가들은 복잡한 상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아시아개발은행,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및 유럽, 일본, 한국 등 이 대규모 원조를 바탕으로 메콩강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대 동남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재등장으로 메콩 유역의 정치·경제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 메콩강 유역에 5개댐 완성 추후 20개 건설 계획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의 북동쪽에서 발원하여 베트남 메콩델타지역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4500km가 넘는 세계적으로 가장 긴 강 중 하나이다. 하류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이 1672mm에 이르는 전형적인 아시아몬순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유역 총 강수량의 85-90% 정도가 6월부터 12월까지 집중된다.

메콩강의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무엇보다도 수력발전을 통한 전력생산이다. 이 현안은 특히 6개 중에서 가장 수력발전 잠재성이 높은 중국 및 라오스에 보다 중요하다. 미얀마의 경우, 메콩유역에서 중국에 이어 수력발전 잠재성이 높다고 평가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력발전사업을 추진해 온 라오스의 향후 발전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한다.

메콩강위원회(MRC: Mekong River Commission)의 전략적환경평가(Strategic Environmental Assessment)(2010) 및 중국국가통계국(2011)은 중국의 잠재적 수력발전량이 최대 10만 MW 이상, 미얀마는 4만 MW, 라오스는 2만5000 MW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라오스를 포함한 메콩강 하류지역 총 4개국의 잠재적 수력발전량은 9만5000 MW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서 수력발전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형적 이점으로 인해 잠재 생산량이 매우 크고 다른 화석연료기반 에너지생산에 비해 적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아시아개발은행의 Greater Mekong Subregion (GMS) 프로그램 등을 통해 메콩유역에 전력망이 구축될 경우 사회경제발전, 빈곤퇴치, 산업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메콩유역국가들은 이러한 풍부한 수력발전 가능성을 바탕으로 댐 건설, 관개농지 확장, 빈곤 퇴치, 생태계 보호 등을 추진하기 위하여 1995년에 협력체를 구성하였다. 하지만 1995년에 발표된 ‘지속가능한 메콩유역 개발을 위한 합의’에는 하류지역의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4개국만이 참여하였다. 중국은 상류국으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메콩강 상류지역에서 이미 진행 중인 대규모 수력발전댐 건설을 계속 추진하고자 참여를 거부했다. 미얀마는 국내 정치문제, 자국 내 다른 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메콩강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57년에 발족한 메콩위원회(Mekong Committee)를 계승하여 1995년에 설립된 MRC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협력방침을 바탕으로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미래지향적인 구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995년 합의는 하류 유역국 간 수자원계획 및 관리, 환경보호, 재해방지 등 부문에서 의미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RC는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MRC가 6개 메콩유역국 모두를 포함하지 않고 4개 하류국가만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 때문에 1995년의 합의를 위반하는 회원국의 행동에 대한 위원회의 제재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집행력 또한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메콩유역국들은 종합적 시각에서 수자원 이용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측면에서 계획을 수립, 집행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MRC의 무기력함을 여실히 볼 수 있는 것이 중국의 상류지역 대규모 수력발전댐 건설과 2011년부터 진행 중인 라오스의 사야부리(Xayaburi) 댐 건설 사례이다.

중국은 1987년에 확정한 8개의 댐 건설계획 중 1994년에 만완댐을 완성한 후 2013년 현재까지 메콩강에 총 5개의 댐을 완성하였고 향후 15~20개의 댐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하는 중국의 댐 건설과 운영은 하류 국가들에 많은 우려를 낳게 하였다. 중국의 댐 건설로 인한 하류지역의 피해는 토사량 감소로 인한 메콩델타지역 농산물 생산량 감소,?수문변화로 인한 민물고기 수확량 감소, 전반적인 생태계 교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최하류 지역에 위치한 베트남은 특히 메콩델타지역의 수량감소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메콩델타지역은 베트남의 총 쌀 생산의 50%를 차지하고 기타 농작물 생산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중요한 곡창지대이다. 베트남은 1990년대 초반에 중국이 메콩강에 댐건설을 시작한 이후 수량변화와 관련 수문학 조사를 면밀히 실시하여 왔고 계속되는 중국의 댐 건설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국가이다.

베트남과 더불어 최하류에 위치한 캄보디아 역시 중국의 댐 건설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가장 중요한 담수호인 톤레삽(Tonle Sap) 호수는 메콩강의 홍수주기와 유량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캄보디아 GDP의 50% 이상이 1차 산업인 농업, 어업, 산림업에서 발생하는데 톤레삽 호수는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지역이다. 또한 캄보디아 국민들은 주로 톤레삽에서 수확하는 물고기로 총단백질 필요량의 50%를 섭취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톤레삽 호수가 상류지역 대형댐 건설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면 캄보디아 사회경제발전에 치명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메콩강 상류에 위치한 중국의 댐 건설이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깊이 있게 연구되지 않았고 최근 건설된 댐들의 영향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중국의 댐 건설과 더불어 최근 메콩강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협하는 추가적인 요소는 메콩강 하류지역 본류에 댐을 건설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2011년 라오스가 사야부리댐을 건설하기 전까지는 메콩강 하류 본류에는 댐이 없었다. 물론 하류지역 지류의 경우, 4개 유역국 모두 몇 개의 댐을 건설하였지만 본류의 경우, 1995년 합의에 따라 보다 조심스런 접근이 이어졌다.

암묵적 동의가 깨진 것은 2011년에 라오스정부가 메콩강 하류 본류에 사야부리댐 건설을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하고 건설을 진행하면서부터이다. 1995년에 합의한 원칙 중 하류지역 본류에 댐 혹은 기타 인공구조물을 건설할 경우, 회원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사업을 진행한다는 원칙(PNPCA: Procedures for Notification, Prior Consultation and Agreement)이 존재하고 회원국은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라오스는 이를 무시한 채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엄중한 항의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라오스는 자국의 사회경제발전, 빈곤퇴치, 외화획득을 위해서는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메콩강의 유량을 이용한 수력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1995년 합의에 기반을 둔 유역기반 지속가능한 수자원관리 측면이 아닌 자국이익만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하류지역에 위치한 다른 회원국에 미치는 경제·사회· 환경적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이다. 향후 ‘아시아의 배터리(Battery of Asia)’가 되겠다는 라오스의 야심찬 계획을 멈출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없는 상태이다. 비록 MRC의 PNPCA 원칙이 있다고 하나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정치적 협상, 국제사회의 압력과 같은 방안밖에 대안이 없는 것이다.

또 다른 MRC 회원국인 태국은 사야부리댐에 대해 베트남과 캄보디아와는 달리 공식적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사야부리댐 뿐만 아니라 여러 라오스 댐 건설사업에 태국 건설회사, 은행, 엔지니어링회사 등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고 사야부리댐 완성 후 생산 전력의 95%를 태국이 구입하기로 계약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태국은 메콩강과 라오스 전력생산의 최대 수요국가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상류의 중국 댐과도 전력 수입 계약을 맺은 상태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농산물 재배, 홍수 우려

이렇게 메콩강의 수력발전은 모든 유역국들의 사회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 주요 엔진으로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지만 국제하천인 메콩강 성격상 이 지역 국가 간의 긴장감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중국의 일방적인 대규모 댐 건설은 하류 유역국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라오스 역시 일방통행식 대규모 댐 건설에 동참하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수력발전을 둘러싼 유역국 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라오스, 캄보디아의 빈곤퇴치와 사회경제발전을 저해하고 기타 국가들의 지속적인 사회경제발전, 산업고도화, 생활수준 향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인식 속에서 최근 힘을 얻고 있는 메콩강 협력방식은 이익공유(Benefit-Sharing) 방식이다.

국제하천 관련 이익공유 방식은 무엇보다도 국제하천을 이용하는 유역국간 신뢰구축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쟁점을 지닌 수자원 이용 문제를 벗어나 수자원이 아닌 다른 현안을 중심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향후 다시 수? 자원 이용문제를 재검토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메콩강 수력발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것이 유역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유역국간 신뢰를 구축하고 상호번영의 기회를 창출한다면 메콩강의 지속가능한 개발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아시아개발은행의 GMS 프로그램(Greater Mekong Subregion Program)이다. GMS 프로그램은 1992년 아시아개발은행 주도로 가장 전략적인 두 분야, 즉 교통과 에너지(수력발전)에 대규모 투자와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빈곤퇴치, 사회경제발전,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룩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이한 점은? 사업 초기부터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교통 인프라 건설을 통해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태국, 베트남과의 교역을 더욱 확대하고 댐 건설과 전력망 건설 분야를 통한 중국 수력전기의 수출 및 주변국들로부터의 수입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메콩강 유역에 위치한 중국 윈난성은 지형적으로 해양과 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메콩강을 통해 태국의 방콕항, 베트남의 하노이, 하이퐁, 호치민항, 캄보디아의 프놈펜항과 연결되는 것이 경제, 에너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내륙운송 통로를 확보하면 아프리카, 중동으로부터 수입되는 석유, 천연가스의 주요 항로가 메콩강으로 연결되어 주요 수입 에너지원을 미해군의 영향력 안에 있는 말라카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중국으로 운송할 수 있는 해양 에너지 운송통로가 확보되는 것이다.

이렇듯 메콩유역국들은 점차적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측면에서도 중국의 동반자가?돼 가고 있다. 따라서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이 메콩강 상류 댐 건설 관련 기타 메콩유역국들에게 보였던 패권주의적이고 방관자적 입장도 변하고 있다. 2010년 4월 태국 후아힌에서 열린 제1차 메콩유역국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이례적으로 상류지역의 댐 건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향후 정보교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비췄고 2011년 샤오완댐 완성 직후에는 메콩유역국 관계자를 초청하여 댐 시찰을 하게 함으로써 주변국과의 화해무드를 조성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 변화는 수력발전으로 촉발된 메콩지역의 긴장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GMS 프로그램을 통한 수자원 이외의 협력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계속되는 댐 건설과 아직까지도 제한적인 댐 운영 정보공개, 라오스가 추진 중인 하류지역 본류 댐건설 강행 등은 이 지역 지속가능한 개발을 저해하는 불씨로 남아있다. 그렇지만 향후 메콩 유역국들이 다양한 경제· 문화·안보협력 사업 등을 통한 이익공유를 기반삼아 대화를 지속한다면 1995년 수립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데 한 발자국 다가갈 것이다. <이승호 고려대 국제대학원 부원장>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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