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칼럼] 북극개발 계기로 주목받을 러시아 기업
북극 개발에 주목하는 세 가지 이유??
최근 북극 개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15일 북극이사회에서 한국이 영구 옵서버(Permanent Observer) 자격을 얻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북극 개발에 대한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북극 개발 관심이 고조되는 이유는 ‘물류, 자원개발, 신시장 기회’라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항로 대비 거리는 40%, 시간은 10일 가량 단축될 수 있다. 즉, 기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나가던 동북아 지역 화물이 북극 항로를 이용하게 될 경우 엄청난 비용 감소가 가능해진다. 또한 물류비 감소에 따라 과거에는 사업성이 안 나오던 유럽과 동북아 지역 간의 새로운 거래도 등장할 수 있다.
둘째, 북극권에 매장된 풍부한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다. 국내외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미개발 석유, 가스의 1/4(석유 900억 배럴, 가스 1,669조㎥)이 북극권에 매장되어 있고, 가스 하이드레이트, 철광석, 니켈, 구리, 우라늄, 그리고 수산자원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북극 자원이 대부분이 러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개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 야말 반도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천연가스 개발 사업이다.
셋째, 북극권 변화에 따른 신규 사업기회 발생인데, 북극해 운항 관련 새로운 허브항이 동북아 지역에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할 뿐 아니라, 북극 항로 운항에 필요한 극지용 쇄빙선, 특수 선박, 그리고 북극 자원개발에 필요한 특수 해양구조물 수요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노바텍(Novatek), 북극 개발이 만들어 낼 새로운 러시아?파트너??
과거 수에즈 운하, 파나나 운하가 등장했을 당시 세계 무역에 많은 변화가 등장했듯, 북극 개발 역시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극 개발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 간에도 새로운 경제협력 형태의 등장이 가능할 것 같은데, 대표적인 분야가 러시아 북극해 자원의 한국 공급, 그리고 이와 관련된 경제 협력이 바로 그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러시아 야말 반도의 가스전 개발사업은 대표적 북극 자원개발 사업 중 하나인데,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그 사업은 South Tambei 가스전 개발 사업으로 1.2조㎥ 이상의 가스가 매장된 총사업비 250억 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그리고 이 개발 사업의 소유주는 Novatek이라고 하는 러시아 민영 가스회사이며 프랑스 Total사도 20% 지분을 투자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러시아 가스와 관련해서는 국영 가즈프롬(Gazprom)을 떠올리지만, 야말 반도 South Tambei 가스전의 경우는 좀 다른 상황이다. Novatek이라는 회사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올 4월 포브스(forbes)지가 발표한 2012년 세계 2000대 기업에 578위에 랭크 된 건실한 러시아 기업이다. 특히 Novatek 창업자 겸 회장인 Leonid Mikhelson씨는 154억 달러라는 엄청난 재산을 소유한 러시아 3대 갑부이자 Forbes 선정 2012년 세계 47위의 재력가다.
1955년생인 그는 사마라에서 가스관 건설회사 사장을 지낸 부친이 사망하자 32세에 Novatek 대표이사직을 물려받았고, 이후 정계 거물들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석유와 가스 자원이 풍부한 야말-네네츠 자치구에서 가스 개발권을 확보해 현재 사업을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개발이라는 사업과 함께 배구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는 그는 ‘Nova’라는 러시아 프로배구클럽을 재정 지원하고 있으며, 예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뉴욕 신현대미술관(New Museum)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Novatek 측에서 본 개발사업과 관련해 한국과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Novatek의 최고경영층은 한국을 직접 방문, 본 사업에 대한 한국 측의 지분투자 및 가스 구매, 금융 협력, LNG선 발주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돌아갔다. 단순히 가스개발 사업의 지분 인수나 갓 장기 구매만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관심을 보일 수 있는 LNG 기지 건설, 북극해를 운항할 수 있는 극지용 LNG선 건조 등에 대한 논의까지 있었다.
한국은 쇄빙선 건조 경험은 물론, 2008년 세계 최초로 쇄빙 컨테이너선을 만들기도 했고, 극지용 LNG선도 건조하고 있는 특수선박 분야의 세계적 강자이기에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 5월 10일 Novatek은 야말반도 가스개발 사업에 투입될 56억 달러(약 6조 844억 원) 규모의 LNG선 16척에 대한 입찰을 실시했는데 여기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국내 4대 조선사도 참여를 했다.
요즘 같은 세계적 불황기에 한꺼번에 7조원 가까운 엄청난 주문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시선은 러시아 Novatec에 쏠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와는 야말 LNG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협의했는데, 금융 지원 협의가 잘 진행된다면 야말 LNG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최대 50억 달러 규모까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향후 Novatek과 한국 기업 간의 협력이 어떤 식으로 발전될 지 조금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한국이 원하는 에너지 공급, 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숨통을 열어줄 특수 선박 수주, 대형 LNG 기지 건설 등 Novatek은 한국이 원하는 해외, 특히 러시아와의 협력사업 분야 대부분을 갖고 있다. 가즈프롬 위주의 에너지 협력, 극동 위주의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 기존 한러 협력의 프레임을 확대 변형 시킬 수 있는 파트너로서 Novatek을 주목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위원>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