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선과 악의 경계선은 늘 나 자신을 관통합니다”
로마서 7장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롬 7:21)
바울이 누구입니까?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려 함에는 자기 목숨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순전하고 열정 있는 사도였습니다. 그런 그가 자기 안에 악이 함께 있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내면은 전쟁 중인데, 그 전쟁에서 죄의 법이 늘 승리를 거둔다고 하는 것입니다.
선과 악의 경계선은 ‘우리’와 ‘그들’ 사이에 있지 않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선은 ‘나’와 ‘너’ 사이에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경계선은 늘 나 자신을 관통합니다. 우리는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쉽게 구분지만 실상은 선과 악이 우리 각자의 내면에 뒤엉켜 있습니다. 아무리 악한 사람도 선한 구석이 있고, 아무리 선한 사람도 악한 구석이 있습니다.
교회는 선하고 세상은 악할까요? 그 경계선은 교회와 세상 사이에 있지 않고 교회를 관통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합니다. 하나님의 사람 내면에 선과 악이 공존합니다.
형통은 선하고 고통은 악할까요? 선하다고 단정지어 놓은 것들은 정말로 선할까요? 악하다고 못 박아 놓은 것들은 정말로 나쁜 것들일까요?
성경은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높은 해상도를 제공합니다. 흑과 백으로 보이던 세상을 컬러로 보여주고 뿌옇게 보이던 나의 내면을 4K UHD급 해상도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조짐이 보이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고, 형통함 속에서도 남들의 고통이 자꾸 눈에 들어오기에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압니다. 온갖 악이 기승을 부리는 중에도 선하신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요동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선한 일을 하면서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순한 동기와 심정을 발견하고는 괴로워할 줄 압니다. 뭘 해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죄인으로 여기며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입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24) 이렇게 자기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절망하면서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롬 7:25)라고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