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대통령궁 정문 자폭공격
대통령궁 진입 시도하다 교전·폭발…대통령은 무사
미국 및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평화협상을 하려고 준비 중인 아프간 탈레반이 25일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 정문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대원 4명이 숨지고 대통령궁 경비원 한 명이 다쳤다. 사건 발생 당시 기자회견을 준비중이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무사했다.
탈레반 무장대원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현지시간) 차량 두대에 나눠나고 가짜 국제안보지원군(ISAF) 배지를 이용해 대통령궁 동쪽 출입구 진입을 시도했다고 현지관리들이 전한 것으로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대통령궁 경비원측이 첫 번째 차량을 통과시킨 후 두번째 차량을 통과시키려다가 미심쩍은 느낌을 받아 정지시키면서 양측간 교전이 시작됐다.
1시간 이상 지속된 교전에서 군복차림인 탈레반 대원들은 모두 사살되고 경비원 한 명이 부상했다. 탈레반은 차량들에 적재된 폭발물을 터트렸다.
탈레반은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 이름으로 발송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고 대통령궁, 미국 중앙정보국(CIA) 사무실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아리아나 호텔, 국방부 건물이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대규모 공격으로 적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궁에선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 9시 아프간 평화협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측 공격 당시 궁에 있었지만 아무런 화를 당하지 않았다고 현지관리들은 확인했다.
이번 공격은 탈레반이 2008년 4월 연례 군사행진을 사열하던 카르자이 대통령 등을 겨냥해 공격한 이후 카불에서 일어난 가장 대담한 공격 가운데 하나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당시 암살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탈레반은 지난 18일 카타르에서 정치사무소를 개설하고 미국 및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을 열어 12년 된 아프간전 종결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과거 집권 당시 사용한 국명을 적은 명패를 사무소에 내걸었다가 카르자이 대통령의 강한 반발을 사 협상이 삐걱거렸다. 이후 미국측이 상황을 수습, 협상의 완전무산 위기를 넘겼다.
탈레반은 협상과는 별개로 공격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유창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