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정전협정 조인일’을 기억하는가?
서울에서 한탄강을 즐길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전곡이다. 이곳은 북한이 스탈린 지령으로 6.25남침을 하기 전까지는 38 이북이었다. 7.27 정전협정 조인된 지 올해로 61년이다. 북한은 전승기념일이라고 하나, 천만의 말씀이다. 설악산도 6.25 전에 38 이북이었다. 한국전쟁의 승리로 우리는 한탄강과 설악산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6.25전쟁의 승자는 북한이 아니라 우리다.
정전협정 조인이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저격능선 전투, 피의 능선 전투 등 피아간에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격전이 전개되었다. 중공군은 군장(군단장)이 “작전에 실패하면 사장(사단장)을 총살하겠다”고 독전(督戰)하는 단발마(斷末魔)의 연속이었다. 김일성이 장교 군번 한 트럭과도 안 바꾼다는 오성산(五聖山)을 두고 치러진 전투가 저격능선 전투다. 국군도 백마고지 전투 등에서 수많은 ‘소모품’ 소위가 죽어나갔다.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이 시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국방부가 부대를 편성하면서까지 유해발굴을 하고 있는 것은 마땅히 할 일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6.25를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장소에서 치러진 잘못된 전쟁’으로 잊고 있다가 냉전종식 후 6.25전쟁에서 스탈린을 막아낸 것이 종국적인 냉전승리의 기틀이 된 것을 새삼 깨닫고 ‘잊혀진 승리’(Forgotten Victory)로 범국가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이 전쟁에 참가한 필리핀, 남아프리카는 미국, 영국과 연관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저 멀리 콜럼비아, 에디오피아도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하였으니 참으로 온 자유진영이 분기(奮起)한 성전(聖戰)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6.25를 승전으로 기념해야 할 가장 큰 의미는 자유세계가 공산침략에 맞서 궐기한 때문이다. 당시 동유럽을 석권하는 ‘붉은 군대’의 진군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이 가공(可恐)하였다. 그러나 스탈린의 진격은 한반도에서 막혔다. 이로써 일본도 구원되었다. 따라서 7.27정전협정은 1945년 5월8일의 V-E(연합군의 독일에 대한 승전)나 같은 해 8월15일의 V-J(일본에 대한 승전)와 같은 비중의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 것이다.
중국은 조선전쟁에서 90만명의 인명손실을 보았다. 엄청난 희생의 대가로 1840년 아편전쟁 패배 이래 계속된 중국의 굴욕의 역사는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중국은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절대전쟁(absolute war)의 전통을 가진 미국을 상대로 정전양략상(政戰兩略上)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였다. 이후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강국으로 대접을 누리게 되었다.
김정은이 연일 미사일을 날리는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보통 20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새로 돈을 들여 만드는 것도 아니고 기왕 가지고 있는 것을 성능실험도 할 겸 쏘아버리는 것이니 인민생활과는 관계도 없다.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은 공산오차가 수백m나 되는 탄도미사일이다. 한국처럼 휴전선에서 쏘아 김정은 집무실 유리창을 정확히 가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이 아니다. 만드는 데 훨씬 싸게 먹히고 김일성이 오랫동안 저장해 놓았던 것이다. 포탄은 수십년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니 어차피 교탄으로라도 사용해야 한다. 중국에 분풀이하고 한국과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전략적 의미가 적지 않음은 물론이다.
7월27일 정전기념일을 맞아 온 국민은 역사를 반추해야 한다. 한 치의 땅도 희생 없이 얻어진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