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희망의 땅 DMZ
지구상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은 많이 있지만 한국에는 유일하게 사람이 살 수 없는 드넓은 곳이 있다. 그곳은 환경이 오염되거나 마실 물이 없어서가 아니다.
21세기 냉전이 낳은 공간이어서 민간인이 살 수 없는 비무장지대 바로 DMZ이기 때문이다.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는 동족상잔의 뼈아픈 전쟁이 시작됐다.
3년 1개월 2일의 기나긴 전쟁, 수많은 인명피해와 삶의 터전은 모두 잿더미로 변했고 승자도 패자도 없이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에 조인하면서 DMZ 비무장지대가 탄생했다.
그 누구도 한국의 DMZ가 반세기 넘게 지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비무장지대는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 군사활동을 할 수 없는 완충지대이다.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살아왔던 비무장지대는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면서 ‘스스로 포기한 땅’,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잃어 버린 땅이 되었다.
더구나 우리민족이 남북으로 갈리면서 남북은 경쟁적으로 중화기를 남북방 한계선에 배치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가장 중무장된 지역’으로 바뀌었다.
동서 냉전시절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이데올로기 대립의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분단의 상징이 됐던 DMZ, 그 DMZ의 의미가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동족상잔의 뼈아픈 전쟁의 공간에서 평화의 순례지로, 단절에서 소통의 장으로, 폐허에서 번영의 장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거듭나는 생명과 희망의 장소로 바뀌고 있다.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반세기 넘는 지난 세월동안 그 땅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되돌아 온 생명들이 넘치는 희망의 땅으로 지금 거듭나고 있다.
특히 자연의 창으로 보면 한국 DMZ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자연의 복원력을 관찰할 수 있는 지역으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DMZ는 전쟁으로 파괴된 자연이 인간의 발길이 끊기면 어떻게 스스로 복원되는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비무장지대는 역설의 변증법이 살 있는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다.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였던 그 곳은 풀 한포기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포탄이 터졌고 그 어떤 야생동식물도 살아 남을 수 없을 정도로 남북의 총격전은 치열했다.
정전협정으로 남북으로 4km 동서로 248km의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DMZ가 탄생하면서 자연은 다시 비를 내리고 풀씨가 날아 들고 야생동식물이 찾아 들면서 ‘자연의 생명력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동해에서 서해까지 산과 평야, 계곡과 분지 등 다양한 지형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DMZ는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들을 함께 관찰할 수 있는 공간, 남북의 동물들이 만나는 공간, 남북의 물고기들이 번식을 하는 생명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인간은 마음대로 갈 수 없지만 국제적 보호종, 위기종 뿐 아니라 많은 천연 기념물과 멸종 위기종 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특히 산업화와 도시화로 이땅에서 사라져 가는 많은 야생동식물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고 있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2900 여 종 이상의 식물 가운데 1/3 이, 70 여 종의 포유류 무리 중의 절반이 그리고 320 여 종의 조류 가운데 1/5 이상이 DMZ에 삶의 터전을 만들며 그들의 낙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 인간이 스스로 포기한 이 땅에서 자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평화와 생명을 잉태해 오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생명들은 끝나지 않는 아픔이 남아 있는 땅, DMZ 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하늘과 땅, 바다와 강에서 먼저 통일을 이뤄왔다.
특히 DMZ가운데 강원도 철원 지역은 멸종 위기종으로 국제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유일한 월동지로 세계적인 조류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화와 장수의 상징이 돼 온 우리민족의 가장 상서로운 새, 두루미들은 남과 북의 하늘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먼저 통일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지구상에 200만년 전에 출현해 전혀 진화하지 않아 살아 있는 자연의 화석이라 불리는 DMZ의 산양!
이 생명문화재도 DMZ의 땅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생명을 키워내며 우리 인간보다 먼저 통일을 이뤘다.
내일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기다림의 땅.
DMZ는 한반도의 또 다른 미래이자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제를 남겨 놓고 있다.
분단의 상징이 됐던 DMZ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문화재는 미래 한반도 통일된 모습을 넘어 세계 자연생태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가 지켜져야 한다는 국제적 목소리가 크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진전되지 않고 있지만 DMZ의 많은 생명문화재들은 올 해도 이곳을 찾아 상생과 공존의 자연순리를 우리인간에게 전달하고 있다.
평화의 불꽃을 가슴에 품은 땅 DMZ는 한반도에서 이젠 아픔보다 더 큰 희망이 용솟음치고 인류의 화합과 상생의 공간으로 가꿔나가는데 남북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DMZ. 이제 분단의 상징에서 통일의 싹이 자라는 숲으로 가꿔나가는데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DMZ는 세계인류의 자연 유산이며 반목의 역사속에서 자연이 준 선물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2013년이면 한국 DMZ가 탄생한지 60주년이 된다. 제대로 된 평화와 희망의 환갑잔치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
참혹한 전쟁터를 풍요로운 생명의 숲으로 가꿔오며 분단된 우리 민족에게 뜻밖의 자연을 선물해 준 DMZ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