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7.30 재보선, 여당이 승리했다고?
위헌소지 국회선진화법, 자정능력 상실 등 ‘정치권 몰락’ 책임 커
7월17일은 제헌절이다. 1948년 5월10일 선거가 공산주의자들의 집요한 반대와 저지공작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됐다. 제주 4.3사건은 대표적인 것으로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폭동은 다가올 민족상잔의 참극 6.25전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제헌의원은 198명이 선출되고 북한 몫으로 100명의 공석을 남겨둔 채로 5월31일 개원했다. 의장으로는 이승만이 선출되었다. 이승만은 국내외를 통틀어 당대의 엘리트요, 임시정부 수립 당시의 대통령이요, 국부였다. 헌법심의에 들어간 국회는 7월12일 제헌헌법을 제정하여, 7월17일 공포하였다. 유진오가 제헌헌법을 기초하였는데 그는 경성제국대학에서 배출된 국가적 인재였고, 당시 세계적으로 평가받은 바이마르헌법을 연구한 저명한 헌법학자였다. 제헌헌법은 나라의 국호, 국체, 정체를 정했다.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건국의 염원과 이상을 명확히 담았다.
제헌국회는 국회의 롤 모델이었다. 의원들은 오늘날과 같은 직업적 정치인이 아니라 대부분 열렬한 애국자였고 인정받는 명망가였다. 이들과 더불어 언제 들어도 가슴 벅찬 4대 국경일-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가사를 지은 정인보(鄭寅普), 많은 충혼비의 비문과 명문학교의 교가를 지어 ‘현대의 예문관 대제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은상(李殷相) 등 나라의 정신적 맥락을 세운 분들도 넓은 의미에서 건국의 주춧돌을 놓은 분들이다.
미니총선이라고 불린 이번 7. 30 재보선에서 야당은 참패 정도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지리멸렬했다. 문화일보는 ‘野, 대의정치의 기본 틀 못 지키면 자멸’이라고.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집약하였다.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원칙을 부정하고 ‘비판보다는 비난으로 80년대식 길거리 투쟁만을 고집하는’ 야당에는 더 이상 존재의의를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이래 고질적인 병폐-지역주의와 떼법-에 대해 국민은 “이제 그만!” 적신호를 보낸 것이다.
정치권이 이렇게 추락한 데에는 여당도 자유스럽지 않다. 위헌소지가 있는 국회선진화법을 자초하고 여기에 끌려 다녔다. 국민을 대표하여 국론을 결집하고 추진하는 확고한 의지와 제대로 된 전략이 없었다. 자정의지와 능력이 없는 정치권에 대해 이제는 국민들이 표로써 직접 심판하고 추방하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의 진정한 의의는 여기에 있다. 대권주자 등 중진의 대거 탈락, 지역주의의 마술에 묶여 있던 호남인의 각성은 ‘87년체제’가 요동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이냐는 정치적 입지에서 초연한 원로의 지혜를 구하면서 구태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피가 주동이 되어야 한다.
최초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안은 의원내각제와 양원제였다. 이것이 이승만의 주도로 대통령책임제와 단원제가 된 것이다. 당시로서는 납득이 가는 선택이었지만, 1948년 헌법제정 이래 70년을 바라보는 지금, 그 동안의 귀중한 헌정경험과 오늘의 정치현실, 그리고 장래의 남북통일을 아우르는 헌법을 구상할 때가 되었다.
야당만이 아니고 여당도, 정치권만이 아니고 사회 전반이 이번 재보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이 던진 화두와 과제를 두고 성찰하고 반영하는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