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북-일 수교 우리에게 나쁜 일일까?

이달 1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가 북일 국장급 협의와 관련해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났다. <사진=AP>

납북자 문제 재조사 등에 따른 북일협상의 진전은 일본에게 ‘대박’이다. 지금까지 “납북자 문제의 해결 없이 북일관계의 진전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분명했다. 적지 않은 자국민이 백주(白晝)에 납치당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국가도 아니다. 당연히 어느 정부도 전력을 쏟아야 할 과제다. 이제 이를 푸는 단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아베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일본이 납북자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라면 북한으로서는 굳이 못할 것도 없다. 북일수교 협상의 진전은 김정은에게 대박이다. 지난 봄 평양 중심가의 아파트 붕괴는 한국의 와우아파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와 같다. 공사 물자가 부족하여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는데 속도전으로 다그치니 무너질 수밖에 없다. 평양 가운데의 간부가 사는 아파트가 무너진 것은 청와대 뒤의 경호실 아파트가 무너진 것과 같다. 이례적으로 최부일 안전부장이 사과하고 공사 책임자들을 즉시 총살에 처했다는 것은 김정은이 얼마나 당황하고 진노하였는가를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를 당한 한국이나 간부들의 아파트가 무너져 내린 북한이나 똑 같다.

북한 핵문제? 일본은 납북자 문제 재조사 등 북일수교 협상 선행조건이 북핵문제 진전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주문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나, 이것도 말로는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결정적 조치는 취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는 중국의 시늉만 내면 될 것이다. 북한은 제네바 북미합의로 미국을 농락하던 살라미(salami) 전술 등 득의의 수법을 구사할 것이고 일본은 번연히 알면서도 넘어갈 것이다. 본래 북한 핵에 대한 한미일 3국 공조는 처음부터 다른 입장에서 시작되었다. 북핵과 미사일의 진전은 한국에는 ‘눈앞의 불’이나, 일본에는 ‘보통국가화’의 명분이요, 미국에는 중국을 조이려는 MD체제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구실이 된다.

일본은 북일수교에 들어갈 청구권 자금을 150억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경제대국 일본으로서는 ODA 원조를 증액한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조총련 건물 압수 해제만 해주어도 김정은이 마식령스키장 건설장비를 들여올 수 있다. 일본에서 돈이 들어오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돈이 들어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당정군 간부가 호의호식하던 ‘호시절’이 도래한다.

김정은이 북한의 고르바초프가 되어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DNA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일본 자금의 유입에 따라 사회 전반의 형편이 나아지면 북한이 더 개방될 것은 확실하다. 스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정은이 박래품(舶來品)을 선호하는 것은 상정(常情)이다. 고위층 자제와 아낙은 한국의 연속극과 예능 프로그램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점점 통합(통일은 아니라도)에 가까워질 것이다. 일본 덕분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이러니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