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육군참모총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

22사단 총기 살해사건과 윤일병 구타치사 사건 등 육군의 인사사고를 두고 온 나라가 격앙되고 수습을 위해서 난리다. 문제는 ‘어떻게’다. 아무리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다지만 한국 사람의 ‘대충하는 버릇’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도 보장 못한다.

우선, 모든 책임을 장관에게 지우는 것은 불충분하다. 아니 크게 잘못됐다. 서해교전, 제2연평해전은 용감하게(?) 장관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끝났다. 후임 장관은 합참의장 이하 참모들의 책임을 엄중히 규명하지 않고 유아무야 넘어갔다. 이런 것이 쌓여서 국방부의 못된 관례가 되었다. 왜 모든 것을 장관에게만 미루고 참모들은 말이 없는가? 군인들에게는 잘못하면 “옷을 벗긴다”는 것이 제일 큰 효과가 있는 경고다. 그런데 국방부 참모들은 대부분 문민화가 되어 아무리 잘못해도 옷을 벗을 일은 없고, 파면 등의 중징계는 말할 것도 없고 경고도 쉽게 하려하지 않는다. 인사차관보는 왜 아무 말도 없는가? 인사국장은?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은? 조사를 담당한 헌병, 기무, 법무, 감찰은? 윤 일병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 데도 아무 것도 몰랐던 사단 의무대장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간부들에게는 모두 소정(所定)의 책임을 지우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사태가 수습되고 정의가 실현되는 첫걸음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사태는 육군참모총장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이를 고칠 수 있는 것도 총장이지 장관, 차관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대통령이 관계부처 장관들의 책임과 조치를 묻자고 하면 “세 합이면 끝난다”고 했던 것은, 유감이지만 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상벌권과 진급권을 가진 총장이 헌병, 기무, 법무, 감찰 등의 요소를 철저히 장악, 자신의 눈과 귀로 삼아 소관대찰(小觀大察)한다면 아무리 거대육군이라지만 장악 못할 것이 무엔가? 일이 생겨도 개인적 인연이 있는 부하는 감싸주는 공정치 못한 관리를 하면 이런 왜곡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90년대의 군 숙정 이래 육군과 국방부의 주류를 이루었던 장군들이 또 다른 소그룹을 이루지는 않았는가 냉정히 살펴보아야겠다. 이들이 대부분 우수한 장교들임은 분명하나 서로 너무 친근하다 보니 남의 눈의 티는 탓하면서 ‘내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는가 냉철히 돌아보아야 한다. 국민들이 잘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특히 지역편중이 심화되지 않았는지도 들여다 보아야 한다. 군별, 출신별, 지역 차별은 원초적 차별이다. 이것이야말로 장교들의 사기를 치명적으로 떨어뜨리고, 능률을 떨어뜨리며 장병들에게 정성을 쏟을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자신의 능력과 실적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장교들에게 계룡대와 삼각지의 장대한 관아는 그저 ‘당신들의 천국’이 될 뿐이다. 사고는 이런 무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국회가 세월호 참사를 두고 사건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조치를 마냥 남의 일로 미루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문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서도 가장 큰 문제다. 미국 국회는 군에 대해 훨씬 큰 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자식을 군에 보내고 있는 국민의 걱정과 바람을 가장 잘 아는 것이 국회의원들 아닌가? 무작정 질타보다는 경륜이 돋보이는 대안제시가 국민들을 안심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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