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신현돈 前1군사령관 추태에서 배울 것은?

사관생도는 예복을 입고 뛰지 않는다

군복은 신성한 것이다. 사관생도는 예복을 입고서는 아무리 바빠도, 설사 생도대장(준장)이 불러도 뛰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 사관학교의 모태가 된 미국사관학교에서 이루어진 관행이다. 이것이 독특한 생도문화다.

천안함이 폭파되던 때 합참의장이 계룡대에서 회의를 마친 후 군복을 입고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합참의장은 언제라도 연합사령관과 연결되어야 하며 필요시 미국 합참의장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통수권자, 국방부장관과 언제라도 즉각 연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때문에 합참의장은 최고도의 통신축선 상에 항상 위치해야 한다. 비상시 연락수단이 부관의 핸드폰 뿐이었다는 것은 당시 군 지휘부의 이완된 준비태세를 보여줌에 다름 아니다.

천안함 사태로 전군이 소동을 겪은 후에는 마땅히 이를 뼈아픈 반면교사로 삼아 정신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도록 각성이 있었어야 했다. 이번 사건은 군이 그때의 교훈을 철저히 각인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장교단의 군기와 자세가 흐트러진 것을 보인 것이 아닌가하여 심히 걱정스럽다.

박정희 대통령은 1군사령관 최세인 대장을 가끔 전화로 호출하였다. 두주불사로 유명한 최 장군이지만 그는 언제라도 대통령의 전화호출에 응할 수 있도록 심신이 준비되어 있었다. (최세인 장군은 야전군사령관으로 취임하자 DMZ 전체를 도보로 순시하였고, 연대장이 군사령관에게 신고하려면 10km를 완주하여야 했다.) 전두환은 장세동 경호실장, 안기부장을 언제고 신뢰할 수 있었다. 장세동은 전두환의 무슨 질문에도 즉답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필자는 후배들이 지휘하는 부대에 가서 교육의 끝은, 항상 세 마디로 요약했다. “전화는 벨이 다섯 번 울리기 전에 받으라. 메일은 하루를 넘기지 말고 보라. 술은 (휴가명령을 받기 전에는) 한 잔 이상을 하지 말라.”

이와 같이 전화를 받기 위해서는 샤워할 때도 옆에 놓고 해야 한다. 장교, 부사관 등의 간부는 다만 영외에 거주할 뿐 언제라도 즉각 출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과 후라고 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단, 휴가명령을 받고 대리자가 임명된 다음에는 비로소 마음과 몸을 풀고 재충전을 위해 ‘몸을 가누지 못하도록’ 술을 먹을 수도 있다. 물론 그때에도 이것이 일반대중의 눈에 비쳐서는 안 된다. 이것은 장교의 기본덕목인 절제다.

차량에 직위를 표시하고 다니는 사람은 대통령과 장군 뿐

국민들이 장군에게 이 영예를 허용하는 것은 장군에 대한 국민의 높은 신뢰와 기대를 명징(明徵)하는 것이다. 장군은 군복을 입고서는 완벽한 출진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을 항상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은 장군의 마땅한 도리요 준엄한 책임이다.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에서 조국을 구한 영웅이다. 미군들은 맥아더, 아이젠하워가 간 지금 백선엽 장군을 ‘살아있는 전설’(living legend)로서 추앙한다. 우리 후배들은 그분에게 전웅(戰雄)의 면모와 함께, 한결같은 ‘군의 사표’로서의 고아한 인품을 섬기고 본받아야 한다.

장교는 ‘예복을 입고서는 뛰지도 않았던’ 생도문화의 기본에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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