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서울대나 관피아나 ‘그들만의 잔치’

서울대학교 총장 후보가 모두 ‘경기고 서울대’ 소위 KS인 것을 두고 조선일보에서 ‘그들만의 잔치’라는 제목을 달아 비판했다. 면면을 보니 모두들 서울대 입학 당시부터 유명했던 당대의 수재요, 학자로서도 명망이 높던 분들이다. 그러나 이런 평면적인 비판은 새삼스럽지도 않고 도움이 될 것도 없다. 좀 더 높은 차원의 비판을 하면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차대전이 종식된 다음 컬럼비아대학이 아이젠하워 장군을 총장으로 모셔갔다는 파격적인 예를 들 것도 없다.

우송대학교 총장에 존 엔디코트 박사라는 분이 있다. 원래 핵무기 표적분석을 하던 공군 대령 출신인데 예편 후 조지아 대학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하여 학자로서도 대성한 분으로 오랫동안 ‘동북아 제한적 비핵지대’라는 국제적 포럼을 이끌어 왔다. 여기에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과 함께 영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학자들도 참석한다. 북한에서도 참석한 바 있다. 이런 포럼은 학술토론이기보다 1.5 트랙(半官半民)을 자처하리만큼 참석자들이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여 격론을 벌인다. 이 가운데서 일치된 결론이 나올 수 없고 꼭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충분히 의견개진을 하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만나곤 하는 것은 엔디코트 박사의 탁월한 인품과 사회능력에 기인하는 바 크다. 영어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간결하게 하면서도 품위가 있다. 엔디코트 박사는 한국 참석자들과도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주한미국 대사관과 주한미군사령부 고위인사와 한국의 외교, 국방 지도층과의 가교역할도 한다. 부인이 일본 분이나 한국과 중국, 일본의 미묘한 문제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러한 원만한 인품과 탁월한 조정능력을 눈여겨 본 우송대 김성경 이사장이 엔디코트 박사를 모셔와 벌써 10년 넘도록 학교를 맡겨왔다. 그동안 우송대의 발전은 놀랍다. 대부분의 수업은 영어로 이루어진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값싼 학비와 좋은 교수진을 찾아 대거 우송대에 온다. 학교 이사장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 주인이 없는 서울대에서는 교수평의회가 이런 역할을 하여야 한다. 서울대가 교수가 최고여서 한국 최고의 대학인가? 전국에서 최고의 학생들을 몰아오기 때문에 최고인 것이 아닌가??

최고의 인재를 모았는데 교육은 최고로 시키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를 관피아에 있다고 한다면 사회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관료들의 본산인 서울대의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서울대에 교육은 없다. 어느 명문 사립대에나 존경받는 참 스승의 동상이 있다. 서울대에는 과연 누구를 세울 수 있는가? 총장은 이런 처절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결한 인품으로 서울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 영향력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 신문에서 ‘그들만의 잔치’ 운운의 가십 수준의 칼럼은 아쉽다. 아마 이것도 서울대 출신의 작품일 것이다.?

총장을 모시기 위해서는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육군사관학교가 4년제로 재창설될 때 이승만 대통령은 초대 교장으로 안중근 의사의 생질, 안춘생 장군을 뽑았다. 사관생도들의 민족의식과 국가관을 정립하는데 이만한 적임자가 없을 것이다. 미증유의 세월호 참사를 맞아 국가개조론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한때 도산(島山) 안창호와 춘원(春園) 이광수도 민족개조론을 들고 나올 만큼 자괴감에 빠졌었다. 따라서 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첫걸음은, 교육 특히 서울대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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