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레이저 눈길’ 말고 ‘三合질문’으로 관료장악을
세월호 참사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당해 정부나, 언론에서 ‘국가개조’란 말을 함부로 쓰고 있다. 잘못된 것만 정확히 지적하고 그 연관관계를 정밀히 집어내어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 발본색원(拔本塞源) 등의 언어를 쓰는 것은 삼가야 한다.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집어내어 시스템적으로 개선하는 전략이 중요한 것이다.
관료의 전문성이라고 하나 대부분은 삼합(三合)이면 끝난다. 실국장들이 장관에게 무엇을 보고하면 “그래서, 문제의 근원은 무엇이며, 대안에 이런 문제는 혹시 없는가”를 세번만 날카롭게 추궁해나가면 대부분은 손을 든다. 그렇다고 서류 귀퉁이의 숫자로 골탕 먹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합참의장은 유독 한자가 틀리면 혼을 내곤 하였는데, 이는 군인은 모든 일을 완벽히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상급자는 우월한 판단력과 다양한 경험에 입각한 논리와 근거로 부하를 압도해야 하는 것이다. 군의 고급지휘관들은 이렇게 부대를 장악하는데 익숙해있다.정상적 의미에 있어서 군사문화란 이를 말하는 것이다.
육영수 여사가 1960년대 후반 위문차 논산훈련소를 방문하였을 때 이야기다. 행진하고 있는 훈병들이 목욕을 마치고 돌아간다고 하는데 손을 만져보니 때가 덕지덕지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여 다른 훈병의 손을 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육여사는 훈련소장에게 훈병들이 목욕을 제대로 한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의 목욕은 수십명이 탕에 들어가 10초 내에 물을 뒤집어 쓰고 나오는 것이었다. 병사들의 부식이 얼마나 부실했으면 고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된장국을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이라고 했을까! 나라가 전반적으로 가난한데다가 장교들도 병사들 부식에 손을 대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던 때였다.
어쨌든 육영수 여사의 지적으로 논산훈련소의 목욕은 개선이 되었다. 육 여사는 박정희의 내자(內子)로서 당시 군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았다. 보고받는 내용과 실태가 차이가 많으니 반드시 확인을 해야 된다는 박정희의 일하는 방법, 軍人의 作風이 함께 몸에 배었을 뿐더러 또한 세 아이 어머니의 자상한 마음 씀으로 병사들의 고충을 직관적으로 파악한 것이다.
사태를 정확히 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두뇌인 장관(Minister)의 책임이지 손발인 관료들이 잘못됐다고 탓할 것이 아니다. 관료들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판단의 준거(準據)를 찾는 것은 쉽다. 아버지라면 이런 인사를 저만큼 중요한 자리에 쓸 것인가? 장관들이 시원치 않으니 실국장을 지도 못하고 실국장이 시원치 않아 실무자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여 이번에 터진 것과 같은 관피아의 적폐(積幣)가 드러나는 것이다.
대통령은 관료에 대한 절대적인 인사권과 상벌권을 가지고 있다. 관료를 장악하기란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멀리 갈 것이 없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엄격하고 철저하게 하면 된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어떻게 아버지의 야당 역할을 하고 국민의 마음을 보살폈던가를 상고(詳考)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손발인 관료를 (레이저 눈길이 아니라) 삼합(三合)으로 장악할 수 있도록 깊은 사고와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