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도지사출신’ 총리 고려해볼만···박준영 김문수 등

‘안대희 인사 참사’로 박근혜 ‘대통령 수습’ 끝내길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안대희 인사 참사’에서 누구보다도 절실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총리는 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왕조시대의 정의는 지금도 총리의 위상과 기능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한국에서 총리하면 흔히 대통령을 대신하여 책임을 지는 대독총리(代讀總理)를 떠올리지만 이것이 正常은 아니다. 대통령과 총리는 무엇보다도 궁합이 맞아야 하며 역할분담(役割分擔)이 잘 되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만기친람(萬機親覽) 통치를 했다. 그러면서도 軍에서 익힌 대로 적절한 위임(委任)과 철저한 확인을 통하여 정부조직 전반의 능률을 달성하였다. 박정희와 같이 큰 조직을 다루어보았다는 점에서 군 출신은 독특하다. 소수의 정치군인이 문제이지 통솔자로서 군 지도자-장군-의 특성에 문민 대통령들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과 강영훈 총리 같은 조합이 출현하기는 당분간 국민 정서로 보아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달리 법조인을 선호하는데 이들은 일반관료와 다르다는 것을 간과(看過)하는 것 같다. 법조인은 한 군(郡)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하는 명석한 수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조직을 움직여본 경험이 적다. 같은 법조인이라고 하여도 검사와 판사는 다르다. 검사는 범죄와 전쟁을 해본 사람이며 검사장은 이 전사들을 이끈다. 그러나 판사는 기본적으로 독임(獨任)이다. 근래 국민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오는 일이 있어도 부장판사나 법원장은 법조선배로서 조언하지 단독판사의 판결에 간여하는 일은 별로 없다. 엘리트인 법조인들은 서민과 현실에 근접하지 않고 구름 위에 떠 있다. 법조인을 국무(國務)에 중용하는 것은 이 점에서 적절치 않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들이 교수 출신을 중용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번에 행정학 교수 출신의 국정기획수석이 기안했다는 해경 해체,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기능 축소 등이 불과 며칠 만에 뒤집혀지는 것은 백면서생(白面書生)인 교수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드러낸 것이다. 단, 교수 출신이라고 하여도 큰 조직을 경영해본 총장은 다르다.

경영인을 국정에 등용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스스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경우라면 모를까 총리 등용에는 적지 않은 복합적 문제가 따를 것이기 때문에 역시 무망(無望)하다.

법조인, 교수, 기업인과 군인을 제외한다면 도지사가 총리에 가장 가깝다. 업무범위의 포괄성과 현실에의 접근성에서 도지사는 소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사청문회 통과에서 유리하다. 관선 지사와 달리 선출직 지사는 선거를 통해 검증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방선거도 정치의 영역이라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주민의 눈길이 국회청문회보다 엄격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장이나 군수 후보자가 변호사를 했다고 하면 그만이지 안대희 변호사와 같이 사건수임의 적절성을 일일이 따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거를 거치는 지사는 신변관리를 철저히 해온 사람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박준영 김문수 등 지사 출신에서 총리를 구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더 이상의 인사 참사는 정권의 명운(命運)을 가름한다.

지금까지의 대통령 수습(修習)은 그만하면 됐다. 실패는 아프지만 가장 귀중한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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