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안대희, 황희 류성룡 채제공만 닮아라

독일 축구는 전차군단, 브라질은 삼바축구, 이태리는 빗장수비로 특징과 성격을 요약한다. 한국의 현 정부는? 아마추어 정부(국방장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가 적합할 듯하다.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전 정부에서 국무회의에 한 번도 참석해보지 못했던 총리, 장관이 대부분이다. 아직도 요식회의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다고 하나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는 국정 전반이 다루어진다.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해보는 법관, 교수 출신들이 내각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단임 정부의 고질적 문제다.

영국의 내각을 이루는 의원은 차관보부터 시작한다. 장관이 되려면 내각, 또는 shadow cabinet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아야 한다. 특히 외상, 내상, 재상은 최소 3회 이상 내각에 참여했던 의원으로 채워진다, 내각과 shadow cabinet은 국회에서 매주 화요일 격론을 펼친다. 초재선 의원들은 발언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고 선배 정치인들의 공방에서 배운다. 여기서 직업정치인이 길러진다. 중국의 국정은 7명 내외의 정치국 상무위에서 논의된다. 이들 가운데 어느 1인만이 아니라 모두가 당과 국가의 영도(領導)로서 비중을 갖고 책임을 나누어 갖는다.

2기 내각을 이끌어갈 총리를 두고 기대와 요구가 많다. 집권 후 최대위기에 처한 박근혜 정부의 총리로서 특히 화합형, 정무감각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고, 소통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대통령에 直言할 수 있는 강단(剛斷)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건이 무엇인가를 우선 짚어야 한다. 총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참모장으로서 내각을 통할(統轄)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바를 짚어내고 국민을 동원하며, 국회와 협조하여 정책을 법안, 예산으로 만들어낸다. 이를 실제에서 구현하는 것은 총리 이하의 내각이다.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재목이 총리가 되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국정운영을 배워서 할 여유가 없다. 모든 시책이 구상·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즉각 시행·추진되어야 한다.

조선의 명재상으로는 세종조의 황희, 정조와 더불어 개혁을 추진한 채제공 등을 들 수 있지만 임진왜란 전국(全局)을 통해 국정을 주도한 류성룡은 실로 ‘하늘이 준비한 재상’이었다. 明으로 몽진(蒙塵, 도주)하려고 한 선조를 붙들고, 육지의 권율과 바다의 이순신을 발탁하였으며, 명군과 정전양락(政戰兩略)을 협의·조정하였다. 지금의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역량을 갖춘 재상을 찾아야 한다. 호남 영남 따지고, ‘지난 정권 인사는 안 되고’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보니 국무에는 사실상 白面書生인 인사들이 총리, 장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총리와 더불어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양축이다. 서로가 역할분담이 되어야 한다. 역대 최고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꼽는 김정렴과 같이 비서실을 그림자와 같이 소리 나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이 내각을 압도하는 권부(權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진핑 총서기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중국정치국 판공실(辦公室)이 정치국을 핫바지로 만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날과 같이 막중한 국가운영에 있어 한 번 실수는 병가상사(兵家常事)가 아니다. 내각구성의 첫 출발이요 중심이 되는 총리를 누구로 할 것이냐가 박근혜 정부의 남은 기간을 간파(看破)하고 관통(貫通)하는 알파요 오메가다. 어떻게든 류성룡을 찾아 모셔오라. 이것이 시방(時方)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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