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김관진 국방장관, 안보실장 겸직 ‘문제없다’
현재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을 겸임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법적인 문제, 군구조의 기본에 관한 이론, 그리고 지금까지의 관행 등을 두고 살펴보고자 한다.
장관 부재 시에는 당연히 차관이 장관을 대리한다. 그렇다고 차관이 장관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대리하는 것은 아니다. 차관은 국무회의 출석처럼 장관이 반드시 참석하여야 되는 경우에만 대리 참석한다. 드문 경우이지만 장관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 등으로 장기 출장하는 경우(캐나다 출장으로 이어지는 경우 등) 차관이 국무회의에 대리 출석해왔다.
장관이 훈시나 축사를 해야 되는데 갑자기 청와대에 호출된 경우에는 장관의 위임을 받아 차관이 모임을 주관한다. 실례로 1992년 국방부 및 합참 연말 송년모임은 최세창 장관을 대리하여 권영해 차관이 주관하였으며, 이를 이필섭 합참의장, 김재창 연합사 부사령관 등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장관 부재 중 차관의 대리범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인사권 등 중요 의사결정까지 차관이 대리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잠시 집을 보아 주는 사람이 주인 행세를 다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군의 통수계통은 대통령->국방부장관을 거쳐 합참의장으로 내려온다. 이를 국가 및 군사지휘계통(NCMA)이라 한다. 대통령은 최고사령관 (Commander in Chief)이며 국방부장관은 그의 대리(deputy)이다. 다만 헌법에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며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를 요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대통령의 명령은 국방장관을 통하여 내려와야 한다. 12.12사태 때 최규하 대통령이 노재현 국방부장관을 찾아오라고 버틴 이유와 근거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합참의장은 작전권을 갖는 지휘관이나, 미국에서는 통신지휘계통에 위치(communication chain of command)하는 것으로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현재 우리는 국방부장관이 언제라도 대통령과 합참의장 사이에 개재될 수 있으므로 장관의 군령권을 차관이 대리할 필요는 없다. 차관이 민간인이어서 작전권을 갖는 데에 합참이 불만을 갖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군사지휘계통에 대한 기본상식이 결여된 것이다.
더구나 중장이 차관급, 대장이 장관급의 예우를 받는 것은 문자 그대로 예우이다. 군사령관이나 연합사부사령관도 대장이니 차관의 위에 서는 것인가? 이 예우도 5공 이전 박정희 대통령 당시에는 장관-차관-합참의장 순위였다.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에는 차관이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보다 앞서서 대회를 주관하였다. (미국에서 합참의장의 서열은 장관-부장관(deputy secretary)-육해공군 장관-차관(undersecretary)에 이은 8위이다. 그것도 차관이 둘인 경우 8위, 넷인 경우에는 10위이다.)
결론적으로 차관이 장관을 대리하되, 군령권은 합참의장이 제 본령을 다하면 NCMA에는 하등 문제가 없다. 김관진 장관이 안보실장을 겸무하는 것은 특이한 경우이지만 안보사령탑이 구성되지 않는 비정상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처럼 군의 지휘계통은 추호도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명확한 법적 근거와 상식,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확고히 정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