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KBS독립, 박근혜의 ‘비정상의 정상화’ 첫걸음

영국인은 3B를 신뢰한다. 경찰=bobby, 택시=black cab, 그리고 BBC다.

경찰은 좀처럼 뛰지 않고 무장도 안 한다. 키는 170cm 이상이라야 한다. 최근 흑인도 채용한다. 경찰은 영국 국권의 상징, 국왕폐하, Her Majesty를 대표하며 공권력을 대표한다. 궂은 일을 하는 범죄수사는 평복의 CID-Criminal Investigation Detachment 소관이다. MI-5는 정보기관으로서 CID에 관련자료를 넘길 뿐, 직접 수사는 하지 않는다.

택시 기사는 신사(紳士)다. 런던의 도로는 로마시대 유적까지 유지하기 위해 도시계획을 세웠다. 따라서 운전기사는 골목 구석구석을 다 알아야 한다. 그것도 시간대별로 최단시간에 갈 수 있는 길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아침 9시에 논현동에서 세종로로 가려면 어떻게 가는가도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택시 기사가 면허증을 얻기 위해서는 3~4년 준비해야 한다. 그러므로 영국인은 택시 드라이버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이다.

BBC는 영국의 국영방송이다. BBC에 대한 영국민의 신뢰는 가히 절대적이다. BBC는 우선 Queen’s English의 표준을 정한다. 영국에서 잉글랜드의 영어는 스코틀랜드 영어와 사뭇 다르다. (북해유전을 가지고 있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되는 devolution이 곧 실현되리라 예상될 정도다.) BBC의 뉴스는 公正한 것으로 정평이 있다. 영국은 대영제국을 경영하였기 때문에 동구권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 미국 정보기관 이상의 인적정보를 가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부토 수상을 알기 위해서는 캠브리지 동창생을 직접 인터뷰하는 정도다. BBC World는 이러한 고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확 공평하기로 정평이 나있으며 세계적으로 시청률이 높다. 영어를 교육하는 British Council과 더불어 영국의 외화 소득원이 될 정도다.

BBC의 중요한 기능과 책임은 사장을 선임하는 BBC Trust에 있다. 여기서 선임된 사장이 방송을 책임지고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의사 결정기관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을 둘러싸고 의사표명은 할 수 있으며 이사회는 이 의견도 참작한다. 그러나 BBC의 의사결정기관은 어디까지나 BBC Trust다. BBC의 밤 9시 뉴스는 사실상 영국인의 수준과 성향을 대표한다. 최고의 앵커가 진행하는 9시 뉴스는 미국에서 크롱카이트가 뉴스를 진행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이들이 나라의 기본 스탠스를 설정하는 것이다.

지금 KBS 사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말하여 KBS는 BBC를 그대로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이다.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로 유지되는 KBS는 그 이상으로 잘 운영돼야 할 도리(道理)가 있다. 때대로 바뀌는 정권이 뉴스의 논점을 지시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종이신문과 인터넷 신문과 방송의 성격과 장단점은 각각 다르다. 각각의 장점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 KBS가 BBC의 범(範)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희원(希願)한다. 이것이 무엇보다도 ‘비정상(非正常)의 정상화(正常化)’를 위해서 가장 긴요하고 효과적인 수단이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치와 교육, 모두 중요하나 언론이 가장 효과가 빠르고 오래 가는 것이 아닐까? 언론이 가장 중요하다. KBS는 그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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