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김기춘 내보내고 조윤선 중용하길

박근혜 대통령이 찾고 있는 총리는 ‘참모장’ 총리가 아니라 타아(他我, alter ego)로서의 총리인 것 같다. 관피아 척결 등 국가대개조를 이끌고, 국민화합을 도모하며, 경제대도약을 이루는 총리로서 말이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지도자로 뽑은 대통령이 해야 일 아닌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총리를 구하다니! 총리는 대통령을 받들고 내각을 통할(統轄)하면서 정책을 구현시켜 나가는 참모장일 뿐이다. 아무리 명 참모장도 지휘관을 대체할 수는 없다.

홍명보가 이끄는 월드컵 축구팀의 조락(凋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무2패의 16강 탈락은 심각한 문제다. 평가전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었을 때 홍명보는 빨리, 크게, 변했어야 했다. 마치 슬픈 사슴과 같은 눈을 가진 착한 홍 감독의 성실성과 선수시절 보인 탁월한 기량 등이 국민들을 기대하게 하였지만, 감독의 능력은 그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히딩크는 선수 시절 뛰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맡아 감독으로서 대성하였다. 감독의 용병술 비결은 융통성과 기민성이다. 작전에서는 예비대의 투입시기가 승패를 좌우한다. 한국팀 전술이 완전히 간파되었는데도 홍 감독은 이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융통성이 없었다. 한국팀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축구는 갈림길에 서있다. 무명의 이근호를 간파(看破)한 이영표와 같은 안목이 필요하다. 안 되는 데도 고집하는 것은 소신이 아니라 고집불통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뭐라 해도 장수는 결과로 말한다. 홍명보는 더 기회를 얻어 명예회복을 하고 싶겠지만 국민으로서는 ‘이제 그만’ 이다. 이제는 후임 감독을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영화에서 성패(成敗)는 흥행으로 판정이 난다. 이를 기준으로 투자자는 제작자(producer)를 선정한다. 감독(director)은 제작자가 선정한다. 축구에서 감독을 선택하는 제작자는 축구협회다. 축구협회가 고질적 파쟁에 휩싸이지 않고, 또는 특정한 스폰서의 개인적 호오(好惡)에 휘둘리지 않고 박종환, 차범근, 허정무, 이영표,.. 명예서울시민 히딩크 등의 중의(衆意)를 모아서 후임감독을 결정해야 한다. 이는 국정원장 선정을 역대 국정원장과 차장들의 자문을 구해서 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다.

국가 사회는 보수와 진보 양 날개로 나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중추는 보수다. 진보는 보수에 힘을 주는 양 날개와 같다. 이러한 보수가 박 대통령의 통치역량에 흔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외롭고 힘들더라도 타아(alter ego)를 찾으려 하지 말고 자아(自我, ego)를 굳게 지켜야 한다. 지도자는 본질적으로 외로운 것이다. 다름 아닌 아버지한테서 보지 않았는가? 연부역강(年富力强)한 비서실장에게 의존하고 싶은 정서도 이해는 가지만 그 역시 세월을 이길 수 없는 희수(喜壽)의 노인이다. 이제 그만 풀어주어야 한다. 아버지가 졸지에 가실 때가 62세였다.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 나이다. 대처가 영국 수상에 오를 때가 52세였다. 총리, 장관, 청와대 보좌진 모두 좀 더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 시진핑 방한 때 부인 펑리안을 위해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게 될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더 큰 역할을 주는 것도 좋겠다.

온 나라가 세월호참사, 월드컵 참패, 유병언 잡기에 지쳐 있다. 위기 때 지도자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을 위무하고 용기를 돋우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용약전진(勇躍前進)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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