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수첩 버리고 보고서는 총리에게 맡기시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진 후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이인호 교수, 선덕여왕, 엘리자베스, 메르켈 등과 ‘가상 대화’라도 나누시길

시진핑이 북한을 젖혀놓고 한국을 방문한다. 현재 한국이 처한 정세가 19세기 구한말과 같다고 한다. 각축(角逐)은 같은데 목적은 다르다. 그때는 청, 일본, 러시아가 조선을 서로 먹으러 각축하였는데 이제는 서로 한국의 환심을 사러 모여들고 있다. 역사상 드문 일이다. 이를 잘 이용하면 용문(龍門)을 넘어설 수 있는(登龍門), 위기가 아니고 절묘한 기회가 왔다. 중국대륙이 5대10국의 혼란기로 약해진 틈을 타 자강(自彊)을 도모하였던 고려의 외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송나라는 중국 역사에서 한족이 세운 나라 중 가장 허약한 나라였다. 줄곧 거란의 요(遼), 여진의 금(金)에 시달리다가 종내는 몽골의 원(元)에 멸망당했다. 여기서 송(宋)과 요, 송과 금(金)은 고려를 두고 외교경쟁을 벌였다. 서희는 송과 요와의 길항(拮抗)을 파고드는 절묘한 외교로 요의 침공을 물리치고 오히려 강동 6주를 확보하였다. 고려는 명(明)의 세계질서에 스스로 편입되기를 청한 조선과 달리 묘청의 칭제건원(稱帝建元) 주장에서 보듯, 자강의 기상이 강했다. 그 바탕은 왕건과 같이 외교였다.

지금 중국은 한국과 미국 사이를 벌여놓으려 하고 있다. 특히 MD참여를 막으려 한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한국과 미국은 혈맹이다. 그러나 미국도 원자력협정을 이대로 두고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은 이 사이를 틈타 아시아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저희이라고 하며 집단적자위권을 고리로 맹렬히 공작 중이다. 러시아도 트랜스시베리아 철도를 고리로 한국에 진출하려 한다.

아베는 현재 동아시아는 1차 대전이 발발하던 20세기 초 유럽과 같다고 보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대치를 오늘날 일본과 중국에 갖다놓고 일본이 중국에 대항하는 한 축을 짊어지겠다는 신대동아공영권을 꿈꾸면서 아시아중심축을 노리는 미국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인식은 틀렸다. 지금의 아시아는 18세기 유럽과 같이,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러시아가 각축하던 다층의 각축구조 속에 있다. 여기에서는 외교가 중요하다. 오늘날 외교에는 국민들 공감과 지원이 중요하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도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일본이 ODA 확대로 동아제국의 환심을 사려 하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나라는 중요한 행위자가 아니며, 중요한 나라들은 일본의 ODA가 필요하지 않다.

안보도, 통일도 외교가 결정적이다. 우리는 이승만 변영태 같은 탁월한 안목을 가진 외교를 필요로 한다. 그와 함께 지도층 전반의 안목, 국민 일반의 높은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은 기회의 시대, 구애경쟁을 하는 상대를 골라잡을 수 있는 즐거운 기회를 맞고 있다. 어느 하나를 택할 것이 아니라 모두를 충족시키는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혼 대통령이다. 처녀였던 앨리자베스 1세의 절묘한 국정운영과 외교를 배워야 한다.(미국의 Virginia 주는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에게 바쳐진 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치는 대처와 메르켈에게, 외교는 선덕여왕과 엘리자베스1세를 배우시라. 보고서 읽는 것은 책임총리에게 맡기고, 이인호 교수와 같이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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