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독사’ 김관진에 거는 기대

근대 육군의 원형은 독일군이다. 해군은 영국이다. 원형(prototype)이 중요한 것은 표준이요 원천이라는데 있다. 미국에서 하버드, 예일대학을 찾고 영국에서 옥스퍼드, 캠브리지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캠브리지의 트리니티칼리지 입구에는 뉴턴의 <Principia Mathetica>가 진열되어 있다. 이것이 원형이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한국의 서독 육사 유학은 1965년 시작되었다. 육사 24기가 처음이다. 그동안 서독 육사를 다녀온 생도 가운데 많은 인재가 나왔다. 24기에서 유보선 차관이 나왔고, 28기 김관진 장관, 29기 김태영 장관이 나왔다. 37기까지 중장이 많이 나왔다. 이처럼 우리 군에서 서독 육사 출신은 중요한 자산이다. 이들이 이처럼 잘 나가다보니 한국인 특유의 패가름이 횡행한다. 서독 육사 출신이 진급이나 보직에 추천되면 또 독사(獨士)냐고 한다. 물론 獨士들도 언행에 주의해야 된다. 하나회에 덴 군으로서 특정 출신들에 대한 경계나 질시가 많은 것을 이해하고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서로 치고 박는 파벌이 조성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서독의 사관학교 교육은 병사로부터 시작한다. 프러시아의 샤른호스트, 그나이제나우 등에 의해 이룩된 군의 개혁은 보불전쟁의 승리로 극에 달했다. 이후 프러시아 육군은 근대 육군의 원형이 되었다. 일본군도, 러시아군도 프러시아군을 본떠 설립되었다. 이 전통은 1, 2차대전을 치른 독일군에 전승되었고 서독 연방군에도 그대로 계승되었다.

독일군 교육의 특색은 실전 위주다. 사관생도도 병 생활을 반드시 거친다. 다만 생도는 병으로부터 하사관으로 진급하며 장교과정 교육은 단기간이다. 모든 것이 철저히 실전위주다.

장교는 기관총, 박격포 등 대대급의 모든 편제화기와 전차, 장갑차 등 편제차량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수영도 풀장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군장을 메고 하는 전투수영이다. 2차대전 패전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절감하는 참모본부 출신의 소령, 중령들이 한 교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독일군의 전통이요 특장(特長)인 임무형 전술을 철저히 습득시킨다. 1960년대 서독육사에 유학한 생도들은 이러한 최고 수준의 군사교육을 받았다.

1969년 서독 육사 유학을 한 김관진 장관은 초급장교 시절 보병학교에서 대대방어 교관을 했는데 전술의 정수(精髓)를 정확히 집는 명강의로 후배들로부터 ‘육군의 희망’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그 후에도 김관진의 진화, 발전은 놀랍다. 중령보다는 대령, 대령보다는 장군, 소장보다는 중장때 김관진은 항상 진화, 발전했다. 가히 볼 때마다 괄목상대할 만하다. 비록 학위는 고졸(서울고)에 학사학위 밖에 없지만 20대에 뮌헨과 하이델베르크의 옥토버페스트에서 독일의 정열을 호흡한 것으로 인텔리의 양식(良識)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안보실장은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는 국방부장관 이상의 차원이다. 김관진 안보실장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최선을 다 해주기를 바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에 김종휘, 임동원과 같은 名 안보수석만큼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어디 한번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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