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45살 대위’에게 연금 준다고?

50년 전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의 ‘대위의 딸’을 읽은 것이 생각난다. 18세기 푸카쵸프의 반란 등 흔들리는 러시아 제국의 한 전초(前哨)로 복무하던 老 대위와 그 딸, 귀족 출신의 젊은 소위에 관한 이야기다. 이때 광대한 시베리아에서 병영을 지키던 대위는 계급이 아니라 직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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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업군인의 정년을 1~3년씩 연장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대위라도 45세까지 복무하면 연금을 받게 된다고 한다. 20대 중·후반에 대위로 진급하여 40대 중반까지 대위로 있는 장교에게 줄 보직과 역할이 무엇인가? 45세까지 대위나 소령을 달고 있는 장교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대위(captain)가 직업군인인가? 장기복무자인 것은 맞지만 직업군인으로 분류하기에는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소령(major) 이상이라야 직업군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중령 진급이 되지 않은 고참 소령은 복무기간 20년에 접근한다. 이들의 정년을 조정하여 연금 수혜자가 되게 하는 것은 생각해봄직하다. 그러나 45세의 대위는 아무래도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군은 기본적으로 젊은 조직이어야 한다.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전투할 수 있는 군대를 모토로 하는 이스라엘 군에서는 전투의 중추인 여단장들이 30대 후반이다. 통합군사령관인 총참모장은 40대 중반이다. 이와 달리 공산권은 대표적인 노령화 군대다. 중국군에 65세 정년제가 도입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북한군에는 아직도 70, 80세 되는 대장 차수가 적지 않다. 북한군이 과연 정예화된 군대인가? 실상은 노무자집단이다. 김정일은 이를 캄푸라지 하기 위해 김영철의 정찰총국을 중심으로 한 비대칭전력에 집중한다.

일찍이 ‘피바다’ 연출 등 선전선동에 능한 재질을 발휘하여 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 소련군에 못지 않는 goose step의 열병식과 엄청난 규모의 화력시범, 섬뜩한 특전부대 시범 연출에 전력을 경주한다. 한국의 각종 매체는 이를 되풀이 방송하여 무적 북한군의 인상을 한국민에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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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가 망한다 망한다 하면서도 지금까지 생존해온 지혜다.??

직업군인의 노후보장을 위한 배려는 원칙적으로 좋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래와 성격이 다른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도 도매금으로 비판받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 있는 언론계도 연금이 아니라 퇴직금으로 회사를 그만 둔다. 정년연장과 연금지불 증가에 소요되는 재원은 얼마나 들 것이며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줄기만 하는 국방비로 대양해군도 건설해야 되지, 스텔스 공군도 건설해야 되지, 무인기 잡기 위해 레이더도 긴급 도입해야 되지… 미국의 무기는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르지…국방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판국에 국방부장관의 노심초사(勞心焦思)가 클 수밖에 없다.

장교와 부사관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군(職群)이 되고 있다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직장이 최대의 복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군의 인력정책이 직장확대를 통한 복지정책의 일환이 될 여유는 없다. 그리고 장기복무자의 복지를 위해서는 직업보도교육과 사회와의 연결 확대 등 기존제도와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표만 의식한 무책임한 공약이 한국의 정치를 망치고 있다. 이 수준의 정치로는 성장도, 안보도, 통일도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군대만은 제발 이를 좇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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