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그냥 사람의 길을’ 이병철

고마워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고
기뻐하고 슬퍼할 줄도
화내고 미워할 줄도 알고

먼저 손을 내밀 줄도
내민 손을 함께 맞잡을 줄도 알고
소리 내어 울다가도
환하게 웃을 줄도 알고

서로 남이라 내치다가
모두 한 생명이라 품어 안을 줄도 알고
작은 것에 붙잡혀 넘어지기도
주저앉은 자리 짚고 다시 일어설 줄도 알고

지는 노을에 한숨짓기도
새벽 별빛 아래 손 모아 기도하기도
생이란 원망하고 미워하고 슬퍼할 것만큼
고맙고 사랑하고 기뻐할 것 또한 못지않다는 것을 알고

왔으니 가야한다는 것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없다는 것을 아는
그저 그런 사람이기를

더 좋고 더 나은,
특별한 어떤 사람 되기 애쓰기보다
그냥 한 사람일 수 있기를
그저 그런 사람의 길을 걷고
그 길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그 걸음마다 좀 더 오롯할 수 있기를

이번 생은
내 남은 날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