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사단장이 일등병의 손을 잡아주라

지금부터 40여년 전에는 사관생도들도 구타가 횡행하였다. 나중에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상급생도들이 장차 참모총장,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까지 오르게 되는 우수한 자질을 가진 하급 학년 생도들을 교육한다고 구타 등 사적 제재를 가하는 일이 있었다. 그들은 그 후 대부분 생도생활에서 대부분 도태되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심지어 그들은 과거의 악연을 가진 후배를 만나면 눈을 바로 대하지 못하고 피했다. 그렇다하더라도 최근 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고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이런 군대는 바로 한운사의 ‘현해탄은 알고 있다’에서 아베 상등병의 구두를 핥는 아로운이 괴로움을 당하던 종류의 천한 군대가 아닌가? 해방된 조국의 군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고참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묵종하는 병사들도 한심하다. 그들은 “군에서는 까라면 까야 한다더라”는 말만 듣고, 으레 그런 각오를 하고 온 모양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군대는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이 아니고 보잘 것 없는 패륜아들이 날뛰는 조폭 무리와 다를 바 없다. 왜 불합리한 횡포를 당하면 벌떡 일어나 항의하지 못하고 목을 매어 부모에게 참척을 안기거나 죄 없는 동료에게 자동소총을 휘두르는 못난 짓거리로 세상을 騷然하게 만드는가?

하기야 이들은 나중에 왕따당할 것이 두려워서 그렇게 묵종하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최초의 평민출신의 쇼다 미치코 황후는 초기에 궁중에서 상당한 이지메를 당했다고 한다. 다이아나 공주가 이혼한 것도 파커 볼스와 두 살림을 하는 찰스도 문제였지만, 국민에게 유달리 인기가 높아 왕실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것도 작용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인간이 사는 곳, 어느 곳이나 생겨나는 일로서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할 문제도,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귀중한 장정을 맡아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에서는 반드시 간부들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국이나 북한 등 공산국가에서 장사병들 상호에 동지라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항일전쟁 말기 임표가 백단대전(百團大戰)에서 이타가키의 일본군을 격파할 수 있던 요체는 “쇠와 장병은 두드릴수록 강해진다”고 하여 구타가 당연시되던 일본군에 비하여 3항 주의, 8항 규율 등 일본군을 능가하는 새로운 군대 건설로 중국청년의 용약(勇躍) 감사정신(敢死精神)을 이끌어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양병을 책임진 참모총장이 더욱 막중한 책임의식을 지고 참모총장-사단장-대대장 선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작전사령관은 그밖에도 할 일이 많다. 사단장이 일등병의 손을 잡고 사단장과 일등병도 인간 존엄과 인권은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병사들을 직접 상대하고 있는 소대장, 중대장을 감화시키기 위해서는 대대장이 발로 뛰어야 한다. 40여년 전에는 뒤꼭지만 보고 전 장병의 이름을 불러주는 대대장이 많았다. 대대는 전술의 기본단위이기도 하지만 부대관리와 통솔에서도 대대장의 호령이 미칠 수 있는 단위다.

군대폭력은 학교폭력의 연장이다. 학교폭력은 불건전한 가정교육의 연장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뿐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교조 선생들이 참교육을 한다고 하는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것 아닌가?

창조군대를 지향하는 국방부장관과 새로운 군을 호흡한 주요 참모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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