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전 60주년 ‘김정은 체제’ 안정 과시
訪北 리위안차오 각별 예우…북중관계 과시 기회로 이용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으로 정점을 찍은 올해 정전 60주년 행사는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7일 각국 대표단과 외국 취재진을 초청한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과 평양시민 군중시위를 열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 체제의 일심단결과 군사력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고 했다.
특히 그동안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따라하기에 열을 올려 왔던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열병식에서 어떤 발언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 색깔 찾기’에 나서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김 제1위원장은 작년 4월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는 1953년 ‘전승절’ 열병식 때처럼 첫 육성 연설을 했다.
이런 달라진 모습은 김 제1위원장이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신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제1위원장은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군부를 중심으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해가는 상황이다.
북한은 또 이번 열병식에서 그동안 시험을 해왔던 무인타격기와 견인포, 방사포, 장갑차,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KN-08 미사일 등 단·중·장거리 미사일을 다시 공개함으로써 ‘강위력한 억제력’을 과시하며 주민들의 자긍심을 자극했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참전 군인, 전시 공로자 등 4만7천75명에게 ‘조국해방전쟁승리(6·25전쟁) 60돌 기념훈장’을 수여하는 ‘포상 잔치’를 벌였고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큰 규모의 ‘인민군 열사묘’ 개관식, 중앙보고대회 등을 개최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현실이 보여 주는 것처럼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에 준비되어야 한다”며 “그 어떤 외세의 침략도 단호히 물리칠 수 있게 튼튼히 준비하며 앞날의 전투동원태세를 견지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체제 안정과 고수를 위해 억제력 강화노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아울러 북한은 정전 60주년 행사를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반미대결전’과 선군정치 업적을 부각시키면서 이를 통해 3대 세습의 지도자인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전 군인과 주민들의 충성을 촉구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전면에 게재한 기념사설에서 “조국해방전쟁승리 60돌은 김일성 동지의 전승업적을 천세만세 빛내어나가려는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혁명적 의지를 과시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대를 이어 수령복, 장군복을 누리며 반제반미투쟁의 시대적 귀감을 창조해나가는 선군혁명 승리자들의 대정치축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전 60주년 행사를 통해 북중관계를 부각하는데 애를 쓰는 모습도 주목된다.
이번에 방북한 중국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은 열병식 행사에서도 김 제1위원장의 바로 옆 자리를 차지했다.
김 제1위원장은 앞서 26일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와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서도 내내 리 부주석과 나란히 앉아 관람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썼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에서 탈피하고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북중관계 복원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중국은 지난 1993년 정전 40주년 행사 때는 당시 공산당 상무위원이던 후진타오(胡錦濤)를 보냈지만, 이 같은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이번 최룡해 총정치국장 연설 등에서 과거와 달리 ‘핵 억제력 강화’ 등의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중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노선을 염두에 둔 것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 제1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리 부주석 일행을 각각 면담하고 국방위원회는 이례적으로 고려호텔에서 중국인민지원군 노병대표단을 위한 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 속에서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어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력과 체제의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부각시키는데 안간힘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