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의 일본이야기] 토끼가 새라고요?
병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대가족 이야기 <3남3녀, 사위 1마리(三男三女?一匹)>는 오래 전 방영된 일본 TBS의 드라마인데, 일본에서는 지금도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의 하나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사위’가 어떤 캐릭터인지, 제목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아빠를 연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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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셀 때는 ‘~마리’라고 하지 않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마리’에 해당하는 ‘~히키(匹)’는 동물을 셀 때 쓰는 말이다. 어떤 대상을 셀 때는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한다. 일본에서는 이것을 ‘조수사(助數辭)’라고 한다. 외국인으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다. 게다가 일본어에는 그 종류가 무려 500개나 된단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동물을 셀 때, 특별히 마소를 셀 때는 ‘~필’이나 ‘~두’라는 단위를 쓰기도 하지만 대개는 ‘~마리’라는 단위를 쓴다. 일본에서도 일반적으로 ‘~마리’에 해당하는 ‘~히키’를 사용한다. 그러나 코끼리나 사자와 같이 큰 동물은 ‘~도(頭)’ 날개가 있는 새는 ‘~와(羽)’ 물고기는 ‘~비(尾)’라는 단위를 쓴다.??
토끼 한 마리
그렇다면 토끼는? 당연 ‘~히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토끼는 새처럼 ‘~와’라고 셀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불교에는 ‘짐승을 잡아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따라서 일본에 불교가 전해지자 불자들은 짐승의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짐승이란 네발 달린 것만을 의미한 모양이다. 혹자는 토끼의 긴 귀는 날개와 같다고 했고, 혹자는 토끼의 일본말인 ‘우사기’는 ‘우(?, 가마우지)’와 ‘사기(鷺, 백로)’로 나뉘니 역시 새라고 했다. 즉 토끼는 새라는 것이다. 고로 먹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도쿠가와 막부가 시작되면서 전란의 시대는 끝났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없어서 대낮에도 칼을 꺼내는 일은 적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독실한 불교신자인 5대 쇼군 쓰나요시(綱吉)는 후사가 없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때 살생을 금하는 것으로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다. 그래서 발포한 것이 ‘겐로쿠 살생금지령’이다. 밀고자에게는 상금이 지불되었다. “아빠 오늘은 몇 마리 잡았어?” “3마리.” 이런 대화가 밀고자의 귀에 들어간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에서 잡아온 토끼를 새라고 간주하고 ‘~히키’가 아닌 ‘~와’라고 큰소리로 세었다.
사실 ‘살생금지령’은 쓰나요시가 병술년생이라 개를 보호하자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지만, 점차 모기나 벼룩도 죽이지 못하게 하고 조류와 어류 심지어 계란까지도 먹지 못하게 했다. 그렇다면 ‘토끼=새’라고 해도 이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도 재미난 발상임에는 틀림없다.
중국 서안의 대자은사에는 ‘대안탑’이라는 유명한 탑이 있다. 그 명칭의 유래는 여럿이 있는데 소승불교의 ‘삼정육(三淨肉, 병든 비구에게 먹을 것을 허락한 고기의 세 가지)’과 관련된 이야기가 『대당서역기』에 실려 있다. 하루는 병든 노승이 먹을 고기를 사지 못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러기 한 떼가 날아와서 땅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내용이다. 그 뒷이야기는 접어두고, 나는 여기서 ‘새를 먹었다’는 하나의 사실을 확인한다.
한편 일본의 설화집 『곤쟈쿠 모노가타리(今昔物語)』에, 수행 중인 토끼가 굶주린 노인을 위해서 스스로 불에 뛰어들어 보시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 노인은 제석천(帝?天)의 변신이었고, 제석천은 모든 생물에게 토끼의 선행을 알리기 위해서 달 속으로 토끼를 옮겼다. 이에 토끼는 헌신의 상징이자 달의 상징이 되었다. 추석 대보름달 속의 토끼는 그래서 아직도 방아를 찧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 조각들이 모여서 토끼를 새라고 간주하게 된 것 같다. 일본에서 토끼를 ‘월야조(月夜鳥)’라고 하는 것도 이야기 조각의 하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NHK방송 언어 핸드북』에 따르면, ‘문학이나 식용으로 취급할 때를 제외하고 살아있는 토끼는 ‘~히키’라고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한다.
재미있네요. 금석물어에 나오는 이야기의 원조는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담은 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내용은 같고요. 우리나라 시 “헌신”도 그 이야기를 소재로 해 썼지요.
본생경=자-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