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물 쓰듯 쓰면 안 되는 물
내가 만약 직접 집을 짓는다면 일본사람들처럼 만들고 싶은 공간이 있다. 이런 말을 하면, ‘다다미방’이 그렇게 좋으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원하는 공간은 ‘다다미방’이 아니라 욕실이다. 우리처럼 한 공간에 세면대, 변기, 욕조가 같이 있지 않다. 일본은 대개 화장실과 욕실, 세면대가 분리되어 있다.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네 집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일본의 욕실 구조
일본집이라고 하면 작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럼에도 화장실은 독립된 자리를 차지한다. ‘네 개의 기둥을 가진 가장 작은 방’인 셈이다. 달랑 변기 하나에 손만 씻을 수 있는 작은 세면대가 있다. 욕실에는 욕조가 있고 한사람이 앉아서 씻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욕실 앞에는 탈의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대개 이곳에 세면대가 있고 세탁기도 여기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화장실, 욕실, 탈의실(세면대가 있는 공간)은 비슷한 공간에 배치되기도 하지만 각각 다른 문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화장실은 정말 작은 공간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나처럼 엉덩이가 큰 사람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변기에 앉기 위해서 몸을 돌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라 나와서 뒷걸음으로 들어가야 한다. 바닥에 물을 뿌릴 일이 없으니 항상 뽀송뽀송하다. 바닥에 러그 같은 것이 깔려 있기도 해서 아늑한 느낌이다. 혹시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없다면 아마 화장실 바로 옆방에 세면대가 있을 것이다. 간혹 수세식 변기물통 상부를 세면대 모양으로 만들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 있기도 하다. 물을 내리면 물통에 들어갈 물이 나오는데 그 물로 손을 씻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거다. 그러니 앞사람 손 씻은 물이 다음 사람 용변을 해결해주는 셈이다.
우리네 욕조는 서양식이라 얕고 넓다. 영화에서 보면 욕조에 다리를 쭉 뻗고 누워서 와인 같은 거 마시면서 버블욕을 하는데 나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일본 욕조는 깊고 좁다. 들어가서 앉으면 어깨까지 물이 찬다. 몸을 데우기 위한 것이니 물은 항상 뜨겁다. 뚜껑이 있고 물이 식으면 그 물을 다시 데울 수 있는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그러니 어제 사용한 물도 다시 데워서 쓸 수 있다.
욕조 앞 공간은 넉넉하지 않지만 아들이 아빠의 등을 밀어줄 정도는 된다. 바가지로 욕조의 물을 떠서 쓰기보다는 샤워기를 이용한다. 욕조의 물은 온가족들이 차례로 쓸 것이기 때문이다.
욕실에 들어가기 위한 문 앞에는 탈의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 세면대가 있고 세탁기도 있다. 세탁기가 부엌이나 베란다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욕조의 물을 재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욕조에 받은 물은 온가족이 사용하고, 그것도 다시 데워 2~3일 재사용하고, 그 다음에는 빨래를 할 때 다시 사용한다. 욕조의 물을 버킷 같은 것에 담아서 옮기기도 하지만, 모터를 이용해서 욕조의 물을 세탁기로 옮기는 집도 있다.
섬나라 일본에는 물이 넘쳐날 것만 같은데…, 지독하게 재사용을 하고 아낀다. 우리는 물건을 헤프게 쓰거나 돈을 흥청망청 낭비할 때 ‘물 쓰듯 하다’는 말을 한다. 일본도 ‘더운물 쓰듯 사용한다(湯水のように使う)’는 같은 뜻의 말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물 사용은 ‘물 쓰듯’ 하지 않다.
세계 물 협력의 해
2013년은 UN에서 지정한 ‘세계 물 협력의 해(International Year of Water Cooperation)’다. 세계에는 10억 명 가량의 사람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래서 모든 인류에게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자는 목표를 가지고 지정했다. 놀라운 사실은 OECD에서 발표한 2050년 ‘환경전망 보고서’에 우리나라가 물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강수량은 세계 평균1.4배나 되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연강수량은 세계 평균을 밑돈다. 또한 강수량의 70%가 여름철에 집중되어 많이 물이 지하로 스며들거나 증발한다. 그러니 더 이상 물 쓰듯 물을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1인당 물 소비는 덴마크, 영국, 프랑스보다도 많다. 수자원공사에서는 “우리의 물 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싼 물값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1㎥당 지방상수도 평균요금은 610원으로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유럽과 비교하면 15~20% 수준이다. 그렇다. 그래도 과연 물값 때문 만일까. 우리 생활 속에서 그냥 버릴 수밖에 없는 구조 역시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집 욕조에는 항상 물이 있다. 지난밤 목욕을 하고 차마 버리지 못한 물이다. 다용도실에 있는 세탁기까지 물을 길러가지는 못하지만 변기에 붓기도 하고 걸레를 빨기도 한다. 참 많은 물이다. 하루를 쓰고도 남는다. 더운 물을 보태 세수도 하고 발도 닦지만 그래도 남는다. 오늘 다시 목욕을 하기 위해서는 그냥 버리고 뜨거운 물을 다시 받아야 한다. 데워서 다시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냥 버려야 한다.
물을아낀다면서! 지구의 바닷물에다 핵오염 물질을 버리냐!!!?, 앞뒤가 ? 일본년들 지진일으켜! 수나미에 물아래로 폭싹 앉아라!,,,,
참 소중한 자원이 물인데 다들 일먄서도 조금 간과하며 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 곳 일본에 와서 일본인들이 물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것에도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이런 점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구요. 이번 글을 통해 또 한번 물의 소중함에 대해 많이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