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일본의 왕, 천황②

현 황실 사람들

일본의 황실은 내정황실(內廷皇室)과 그 외의 궁가(宮家)인 외정황실(外廷皇室)로 나뉜다. 내정황실에는 천황, 황후, 황태자, 황태자비, 황태자의 딸 아이코 내친왕(愛子內親王) 5명이 있다.

궁가란 ‘궁’의 칭호를 가진 독립된 일가로 현재 5개의 궁가가 존재한다. 현 천황의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현 천황의 친동생인 히타치노미야(常陸宮), 현 천황의 숙부인 미카사노미야(三笠宮), 미카사노미야의 아들 즉 현 천황의 사촌인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와 가쓰라노미야(桂宮) 이렇게 5개의 궁가가 존재한다. 부인과 자녀들까지 합하면 총 18명이다.

현 일본 황실 사람들

정확히 ‘~궁’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당주 하나다. 그 가족을 편의상 궁가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당주의 아들은 ‘~친왕(親王)’이라 불리는데, 장남은 당주가 죽은 후 아버지의 궁호를 계승한다. 그 외의 아들은 대개 결혼과 동시에 아버지와는 다른 궁호를 천황으로부터 받고 독립한다. 딸들은 결혼을 하면 일반인이 되므로 더 이상 황실의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적자가 없을 경우 궁가는 없어질 수도 있다.

사실상 현 천황에게는 3명의 숙부가 있었는데, 지치부노미야(秩父宮)와 다카마쓰노미야(高松宮)는 적자를 두지 않고 사망한 까닭에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세 아들을 둔 미카사노미야는, 차남과 삼남이 또 다른 궁호를 받고 독립했다. 미카사노미야가 죽으면 장남이 미카사노미야의 궁호를 이어받을 것이다.

1947년 GHQ(연합국 군최고사령관 총사령부)의 ‘황족재산특권박탈’ 지령으로 황실재산은 국유화 되었다. 재산의 국유화로 궁가 운용자금이 급감하자, 다이쇼천황의 직계만 남기고 방계의 궁가는 황적을 이탈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황실의 사람이 아니라 일반인이 된 셈이다. 당시 이탈한 궁가는 11궁가, 51명이었다. 이후 황실의 규모는 현저하게 축소되었다.

황실이 쓰는 돈

일본 행정기관의 하나로 총리부(總理府)가 있다. 총리부는 각 행정기관 사무를 종합조정하고 다른 행정기관에 속하지 않는 각종 사무를 담당한다. 내각총리대신이 그 대표이다. 총리부에서 특수성을 가진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는 경제기획청, 과학기술청 등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궁내청(宮內廳)이다. 궁내청에서는 황실관계의 국가사업 및 천황의 국가행위에 관한 사무를 담당한다.

궁내청 예산 중에는 천황과 황실의 활동을 위한 항목에 ‘황실비’라는 것이 있다. 황실비는 공적으로 운용되는 ‘궁정비(宮廷費)’와 사적으로 운용되는 ‘내정비(內廷費)’,? ‘황족비(皇族費)’가 있다. 여기서 내정비는 내정황실 사람, 황족비는 외정황실 즉 5개 궁가 사람들의 사적비용이다.

공금인 궁정비는 황실의 공적활동 및 황거 등 시설의 관리비용에 쓰이는데 궁내청이 관리하고 있다. 궁에서 행하는 의식 중 국사와 관련된 즉위식, 각종 행사비용 지방시찰에 필요한 비용, 궁전과 이궁을 비롯해서 능묘 등의 관리 보존비용, 거마관리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2010년도 황실관련예상과 그 내역에 따르면 58억6768만 엔이 소요되었다.

내정황족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으며, 황족으로서의 공무를 담당하는 것이 일이다. 따라서 생활전반의 경비는 나라가 부담한다. 내정비는 소득이 아니므로 소득세는 내지 않는다. 2010년도 자료에 따르면 3억2400만 엔 지불되었다. 대개 예산의 3분의 1은 천황가의 사적 고용인인 내정직원의 인건비로 쓰이는 모양이다.

황족비는 황족으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매년 지불된다. 역시 2010년도 자료에 따르면, 현 천황의 둘째아들인 아키노노미야 궁가의 경우 본인이 3050만 엔, 부인이 그 2분의 1인 1525만 엔, 성년이 되지 않은 자녀 1남 2녀가 각각 당주의 10의 1인 305만 엔, 모두 5490만 엔이 지불되었다. 자녀들은 성인이 되면 당주의 10분의 3, 그러니 915만 엔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 천황의 사촌의 딸들은 내친왕이 아니라 여왕(女王)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데 당주 10분의 1의 70%인 213만5000엔이 지불된다.

황실관련 예상과 그 내역에 따르면, 2010년 황실비로 약 65억 엔이 소모되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다. 천황을 비롯한 23명의 황실 사람들을 존재케 하기 위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돈이다. 그래도 엄청난 액수다. 일본국민은 이런 돈을 지불하면서 ‘상징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이 숫자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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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 : 약 65억 엔
2010년 황실관련 예산과 그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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