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소문의 사회학⑪ 매스컴 은폐가 스캔들 낳는다

누가 뉴스를 운반하는가?

매스컴의 힘은 매우 크다고 누군가가 말 하면 이의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영향력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투표행동이나 소비행동은 그렇지 않다. 매스컴보다는 퍼스널 커뮤니케이션의 힘이 더 크다. 퍼스널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다름 아닌 입에서 귀로 전달되는 소문이다.

일본 황태자비 결정 뉴스로?방송 돌연 중단

일본, 1993년 1월 6일 수요일 밤 8시45분.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였다. 모든 채널이 진행 중이던 방송프로를 중단시켰다. 임시뉴스를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어느 방송국에서는 퀴즈프로 마지막 문제의 정답을 방송하기 직전에 그쳐야 했다. 그 정답은 지금까지도 잊혀진 상태다.

일본 황실의 황태자비(皇太子妃)가 결정되었다는 긴급뉴스 때문이었다. 황태자비가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빅뉴스였다.

보도여부 결정에 작위(作爲) 개입

이 뉴스와 관련하여 방송계는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보도협정(報道協定)이 문제였다. 당시는 황태자비를 간택하는 도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보도가 되면 간택에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전달됐다. 언론사 간에 취재는 하되 보도는 하지 않는다는 보도협정이 체결됐다. 보도협정은 인질이나 납치와 같은 사람의 생명에 관한 사항에만 체결한다는 룰이 있었다. 이 룰을 무너트리고 말았다.

더 기묘한 현상도 일어났다. 미국신문 워싱턴포스트는 그날 황태자비 이름까지 버젓이 넣어 보도했다. 일본신문은 보도협정에 덜미가 잡혔다. 뻔히 알면서도 기사를 쓰지 못했다. 자살행위였다.

매스컴의 은폐가 소문 낳는다

이같은 사례는 매스 미디어가 경우에 따라서는 뉴스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정보가 우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은폐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들이 정말로 정보가 필요할 경우에 매스 미디어가 진실을 보도해줄 지가 의문점으로 남는다.

매스 미디어를 향한 이와 같은 불신감이야말로 소문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만들어 내는 온상이 된다. 공(公)채널이 정보를 제때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현상이 퍼스널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보조채널에 의존케 만든다.

뉴스 수요자를 우롱하는 매스컴

워싱턴포스트 게재시각은 일본시간으로 오후 3시였다. 뉴스로 나간 시각은 오후 8시 45분. 시간차는 5시간 45분이었다. 저녁 6시 정시 뉴스시간에도 보도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청률이 제일 높은 때에 정규프로를 중단하고 임시뉴스 형태로 나갔다. 왜 임시뉴스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는가? 왜 빨리 보도하지 않았는가?

이 점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일본 매스 미디어의 습성을 지적하였다. 여전히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을 우롱하는 못된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뉴스 전달여부를 좌우하는 어떤 의도

뉴스 보도와 관련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매스 미디어의 뉴스전달 의도다.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의 크기를 측정하는 척도가 있다. 그 하나가 전달의 속도와 범위다.

황태자비 결정 뉴스를 왜 언론은 자살행위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시청률이 제일 높은 시간대에 임시뉴스로 내보냈는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왕이면 극적으로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때문이다.

저울질하는 뉴스전달의 속도와 범위?

황태자비 결정에 대한 시청률은 즉각 환류(還流)되어 보도됐다. 뉴스가 나간 직후 15분간에 35%->1시간 15분 후 63%의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당초 의도를 달성하게 되었다. ‘국가정책=황실존중’의 방침에 의거한 보도관행의 재현이었다. 방송시간을 통제하여 여론몰이를 했다.

뉴스가 중요성이 없거나 긴급성이 없더라도 빨리 그리고 널리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가 있으면 얼마든지 이런 방법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조직방호차원에서 공보실이나 홍보실을 두게 된다. 여론조작에 나선다.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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