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소문의 사회학⑨···스캔들 연예인, ‘No!’ 할수록 의혹 커져

그 사람들 그렇지 뭐

스캔들에 휘말린 연예인의 반응은 천편일률이다. TV나 라디오 프로에 나와서 하는 말은 모두가 부인 일색이다.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 정말 헛소문이다”라고 ‘절대’를 강조한다. 낭자한 소문을 시종일관 부정만 한다. 이를 보거나 듣는 사람의 반응은 정반대다. “아니다”라고 하면 할수록 더 반대로 생각한다.

그 프로를 통하여 비로소 알게 된 사람조차도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하고도 남을 사람이야!”한다. 인간은 선입견과 편견의 포로다. 일반인들의 뇌리에는 그러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경험상 그들의 불륜이라든가 이혼이라든가 하는 가십은 대개 사실로 밝혀진 경우가 많았다.?따라서 스캔들을 달고 다니는 부류라는 편견이 일반인에게 형성됐다. 그 사람들은 으레 그러려니 하는 상태가 이미, 그리고 당연히 자리 잡고 있다. 아니라고 해 봐야 그 반대로 받아들인다.

소문은 부정하면 역효과

1981년의 일이다. 햄버거 체인에서 평소 이용하던 TV를 통해서 지렁이로 스프 만든다는 소문에 대한 대응광고를 했다. 세 가지 유형으로 내보냈다. 첫째 유형은 부정(否定)전략; 지렁이를 쓴다는 얘기는 중상모략이다. 절대로 그런 일 없다. 둘째 유형은 소문을 인정하는 대항(對抗)전략; 지렁이로 만든 맛있는 스프가 있다. 어느 곳에서 제공하고 있다. 셋째 유형은 부정도 긍정도 아닌 무시(無視)전략;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내용이었다.

결과는? 부정전략이나 무시전략의 광고를 들은 사람들은 지렁이 스프 소문을 진짜라고 믿었다. 반면에 대항전략의 광고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소문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오히려 소문 믿지 않아

세 유형 가운데 부정전략은 소문의 내용을 명확하게 부인한다. 공격형이다. 나도는 소문을 그대로 제시한다. 그런 다음 그 내용이 왜 근거가 없으며 신뢰성이 없는지를 반증(反證)한다. 매스 미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돈도 많이 들인다. 전력을 투구하여 악성루머로부터 탈출하려 한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에는 소문을 퍼트리는 주체를 찾아내려고 한다. 그런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고소를 하기도 한다. 대항전략은 소문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소비자와 사회를 위한 유익한 활동을 어필한다. 소문이 지니고 있는 부정의 이미지에 대항하여 회사가 지닌 긍정의 이미지를 알리는 방식이다.

부정이나 무시 전략은 언제나 실패?

무시전략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소문이 나도는 그 상태 그대로 놔둔다. 내용이 사소해서 모른 척 하면 저절로 소멸되리라 생각되는 경우다. 부정하면 더 퍼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쓰인다. 부정이나 무시 전략으로는 소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지 손상도 치유되지 않는다.

중립성 견지한 제3자가 나서면?

그러나 대항전략은 성공한다. 이는 원칙이라 할 일반론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기는 하다.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사실을 제시하는 부인방법은 소문을 잠재우기도 한다. 전문 연구기관의 사실조사결과는 그런 예이다.

소문을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고 있는 사람

아울러 소문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부정이나 무시 전략이 주효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소문을 모르고 있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상대방 파악에 주의해야 한다. 소문을 전혀 몰랐던 사람은 “그런 일도 있었구나! 오죽하면 저렇게 발뺌을 하고 야단일까!” 하는 심리상태가 된다. 긁어 부스럼 만든다. 모르고 있던 다수의 사람 사이에 새삼 소문을 퍼트리는 결과가 된다.

소문은 부정하기도 어려워

소문이라는 괴물은 이 사람의 입에서 저 사람 귀를 통하여 퍼지는 내밀한 개별행위다. 사람마다 뇌리에 자리한 기억을 지워져야 소문은 사라진다. 이런 말소작업이 어디 쉬운가. 또한 소문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를 전하고 싶은 욕구를 주체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소문의 부인은 가능하다 하더라도 동기나 배경 또는 욕구까지는 소멸시키지 못 한다. 그러므로 전파의 방지는 매우 어렵다.

잘못된 정보로 잘못 이미지가 형성되어 일단 입력되고 나면 고치기가 쉽지 않다. 대상이 된 기업이나 개인은 치명타를 맞고 만다. 원상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문이 기정사실로 되는 패턴

세상에는 별의별 주간지가 다 나온다. 스포츠신문도 그게 스포츠신문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큰코 다치게 하는 매체다. 옐로페이퍼에 소문이 기사화된다. 이를 TV나 라디오나 신문에서 받아서 보도한다. 이렇게 해서 기정사실로 변해 버린다. 이 패턴에 말려들면 탄탄한 기업도 도산한다. 멀쩡한 사람이 흉악범 되고 만다. 소문으로부터 자유로운 대상은 없다. 누군가가 보고 듣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제공자는 바로 우리 회사이고 나 자신이다. 행태와 처신을 깨끗하게 함이야말로 최선의 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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