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소문의 사회학③ 재미로 하는 가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소문을 듣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면서도 주변은 자잘한 소문으로 차있다.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직장의 한 귀퉁이에서나 술집에서 듣게 된다. 집안에서도 소문이 날아다닌다.

매일 소문을 듣는다. 그런데도 포만감 느끼지 못한다. 기갈 들린 듯이 특정인의 신변잡사를 재미있게 묘사하여 전하는 가십에 흥미 갖는다.

친해야 내 귀에 들어오는 가십

사회정보로서의 소문 유언비어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서 나돈다. 반면 재밋거리 가십은 친숙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돈다. 이게 둘의 차이다.

유부남 박 과장과 신입 여직원 홍과 관계가 심각하다더라는 가십. 같은 회사 사람에게는 흥밋거리다. 빅뉴스다. 제3자에게는 관심 밖이다. 이처럼 유언비어와 가십은 유통범위에 차이가 있다. 가십은 개인(personal) 집단 내에서만 흐른다. 내용도 유언비어는 사회현상->사건사고다. 가십은 ‘사람’이 대상이다. 개인적이다.

Godsibb이 gossip의 어원

고대영어 Godsibb에서 gossip이 유래했다. God(신)과 Sibb(친척)가 합쳐진 단어다. 신과 친척관계에 있는 사람은? 신부(神父)다. 이게 친구(親舊)->수다쟁이로 변했다 한다. 친척처럼 서로 신뢰하는 관계여서 나도는 말이다.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사용됐다. 술친구끼리의 잡담이었다. 19세기에 이르러 “여성들이 모여 권태도 이길 겸 악의 있는 말을 하는 행위”를 가리키게 됐다. 또는 “심심풀이로 악담하기를 좋아하는 여자”를 지칭하기에 이르렀다.

가십은 여성 전유물?

가십은 여성들이 즐기는가? 타인에 대한 험구(險口)만으로 일관하는가? 여성에게 특유한 현상인가? an Exploratory Analysis of Sex Differences in Gossip에 이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 대학교 학생 라운지에서 3분 이상 이어지는 대화를 분석했다. 여학생은 71%가 가십이었다. 남학생은 64%였다.(J. Levin and A. Arluke, 1985)

셀러리맨이 많이 다니는 술집에서의 이야기는 어떤가? 대부분이 가십이다. 여성만이 아니다. 남성도 가십을 즐긴다.

가십의 정의는?

G. A. Fine and R. L. Rosnow는 가십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떤 사람의 자질이나 행동에 대한 의견이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바탕이다. 자기와는 별 관계도 없다. 또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Gossip, gossipers, gossiping. 1978)

상처 입히는 얘기를 재미 삼아 퍼트려 직접 보거나 들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통하여 얻은 정보다. 내용은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허위일 경우도 많다. 가십 대상자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심각한 가십도 많이 있다. 그러나 가십을 주고받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재미로만 여긴다.

듣는 이 반응 봐가며 꺼내는 가십

가십을 전하는 사람들은 대개 조금 신중한 수순을 밟는다. 다짜고짜 운 떼지 않는다. 예령을 건다. “너한테만 말해주려다가 깜빡 잊어버렸어” 한다. 호기심을 갖게 한다.

또는 재촉해 오는 반응을 기다렸다가 시작한다. 정형(定型)이다. 듣는 사람이 “뭔데, 뭔데”하며 궁금해 해야 비로소 가십의 타깃 이름이 나온다.

뜸 들인 다음 본론에 들어가

본론인 험구나 악평도 “그 사람, 뭐 있어?”는 식의 반응이 나와야 이어진다. 단순한 형태는 타깃의 특정-> 타깃의 평가로 가십은 시작되고 이어진다. 가십은 한 사람만으로 이루어지는 단독행동이 아니다. 듣는 상대방 이외에도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여러 사람이 참가하는 게임과 같은 형태로 발전된다. 다양하게 전개된다.

가십의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만드는 그럴듯한 얘기가 덧붙여진다. 이를 재확인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는 형태가 된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정설이 창작된다. 입에서 입으로 유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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