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소문의 사회학⑩ ‘실망하는 소비자’

구입한 상품에 대하여 감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기대감을 배신당하는 케이스를 우리 모두가 자주 경험한다. 좋은 물건인 줄 알고 샀다. 한번 써보았더니 기대 이하다. 불편하거나 금방 고장이 나버리고 말았다.?기대 이하의 상품도 허다하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 그럭저럭 참고 지낼 정도라면 몇 번 쓰다가 버린다? 아까운 내 돈을 들여 산 물건이라 버리지도 못한다. 내내 속만 끓인다.

탈출(脫出)행동 고정(苦情)행동

구입한 물건이 기대 이하거나 불량품이어서 앙앙불락할 때 당신이 취하는 행동은? 소비자의 문제해결 시도양태는 탈출(脫出)행동과 고정(苦情)행동의 두 가지가 있다.

1. 탈출행동 : 상품을 구입한 가게나 메이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 인연 끊기다.
2. 고정행동 : 그 가게나 제조회사에 수리나 교환을 요구한다.

악담(惡談)을 두려워해야

현실에 있어서는 탈출행동과 고정행동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는 입(口)이라는 무기가 있다. 입을 사용한다 한들 닳아 없어지지는 않는다. 돈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수시로 쓴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놈의 회사의 그 망할 물건은 정말 형편없다. 공짜로 준다고 해도 받아봤자 네 속만 상하게 된다는 등 악담과 험담을 시도 때도 없이 내뱉기 마련이다. 입소문이 유통되고 만다. 탈출행동이나 고정행동과 동시적으로 또는 축차적으로 이루어지는 나쁜 입소문이다.

애프터서비스가 나쁘면 입소문은 더 퍼져

그 가게나 메이커에 대한 탈출행동이 용이하지 않으면 입소문을 고약한 내용으로 빠르게 전파시킨다. 특히 물건의 수리나 교환을 시도하는 고정행동이 용이하지 않으면 치명타 날릴 입소문을 스피디하게 퍼트린다. 불만을 터트릴 서비스 센터를 찾기 어렵거나 반품을 받아주지 않으면 입소문 행동은 반드시 나타난다. 반대로 고정행동 하기가 쉬우면 입소문도 적어진다. 애프터서비스가 충실해도 그렇다.

소비자 구미에 딱 맞는 게 있다고?

어느 상품이나 어느 서비스건 소비자의 만족보다는 불만을 초래하기가 쉬운 법이다. 입에 딱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불평이나 불편을 바로 고정행동으로 흡수하는 장치가 요긴하다. 뭔가 불만을 느낄 때 간단하고 빠르게 고정(苦情)하는 수단을 만들어 두는 게 입소문 줄이는 최상의 방법이다.

히트상품으로 뜨게 하는 힘

히트상품- 폭발하듯 팔려 유행상품이 된 물건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사람마다 꿈꾸는 상황이다. 책방에는 그래서 히트상품의 비밀이라든가 유행의 해부 등등 관련분야의 책들이 시선을 끌도록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사항인 입소문의 힘을 경시하는 경향이다. 매사를 논리로만 생각한다. 말로만 감성을 강조한다.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미디어가 유효한 면도 있다. 쉽기도 하다. 광고만으로는 히트상품을 만들지는 못한다.

입소문이 히트하게 만들어

각종 미디어를 통하여 집중적으로 광고하고 선전하는 동안에는 그 광고와 선전에 힘입어 잘 팔릴지도 모른다. 광고와 선전을 중지하면 매출은 급격히 떨어진다. 돈 더 들여 지속해야 한다. 히트상품은 광고와 선전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소비자의 입(口)이 협조해야 한다.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 자신이 입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생생한 경험광고를 할 때 비로소 히트상품은 탄생한다.

중요한 건 사람의 감정

어떤 스낵 회사에서는 입소문을 바탕으로 한 제조-판촉 방법을 쓰고 있다. 시제품을 몇 가지 만들어 우선 여고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군것질 즐기는 여학생 사이의 입소문을 측정한다. 맛있다고 소문나는 상위 제품군을 집중 출하시켜 히트반열에 올려놓곤 한다. 맛이 있다거나 좋다 나쁘다는 성분분석표 들여다 본 다음에야 판단되는 게 아니다. 그 작디작은 글씨는 읽기도 어렵다.

어떻게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 감성과 감정이다. 짜증나게 하고 화나게 만들면 망하는 길 선택해서 가는 중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