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소문의 사회학④ 가십의 복잡한 프로세스
가십은 일정한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가십의 프로세스는 상당히 복잡하다. 기본구조는 에피소드의 시작과 참가자의 반응 행동이다. 여기서 에피소드의 시작은 타깃의 확인과 평가로 이루어진다. 참가자의 반응 행동은 설명(요약과 확장), 지지, 과장된 감정, 도전으로 나뉜다. 가십의 프로세스는 상당히 복잡하다. 기본구조는 에피소드의 시작과 참가자의 반응 행동이다.
여기서 에피소드의 시작은 타깃의 확인과 평가로 이루어진다. 참가자의 반응 행동은 설명(요약과 확장),지지, 과장된 감정, 도전으로 나뉜다. 가십의 내용이라 할 에피소드의 개시에 이어 그 반응으로 몇 가지 행동이 나온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구조를 형성하여 가십은 다음 사람에게로 이어진다.
가십의 부정은 거의 없고?지지행동이 대부분
가십이 고약한 이유는 누군가가 최초의 에피소드를 꺼냈을 때 “그런 게 아니잖아”라는 도전형(挑戰型) 반응행위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 내용을 부정하며 도전하는 행위는 그 가십에 참가하는 다른 사람 모두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공통의 이해(理解)가 이루어진 상황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부정하고 도전하지 못한다.
가십에 있어서는 처음 나온 에피소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얘기가 이어진다. 특히 가십의 대상자인 타깃에 대한 이러저러한 평가를 지지-보충한다. 그리고 반응의 유사성 내지는 공감을 통하여 안심하고 가십유포에 전념한다. 이렇게 되면 너도나도 새로운 정보를 추가한다. 자세한 설명이 나오고 과장된 감정이 표명(表明)되면서 가십은 발전되어 나간다.
가십은 동의를 형성해 나간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타깃이 된 사람을 놓고 집단으로 합의를 이루어내는 행동이다. 끝마무리는 사실 이상으로 동의가 형성되어 버리고 만다. 처음에는 반대 의견도 갖고 있거나 아무런 관계도 없어 관심이 없던 사람도 나중에는 동의하게 된다. 아주 강하게 동의하는 의견으로 변한다.
이렇게 해서 가십 참가자들은 공범(共犯)의 동류의식을 갖는다. 죄의식의 비밀스러움을 서로 즐긴다. 바로 이 점이 가십으로 하여금 파괴력을 갖게 만든다. 일단 퍼지기 시작하면 급속한 유통 스피드를 발휘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게 된다.
주인공의 현장 부재가 가십의 필요조건
가십에는 가십의 대상자인 주인공과 가십을 소곤거리는 전파자 그리고 가십을 재미로 받아들이는 수령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십유통현장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가십의 대상자 즉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다. 가십은 가십 대상자에 대한 얘기다. 그 주인공이 현장에 없어야만 비로소 이루어진다. 주인공 부재(主人公 不在)가 가십의 필요조건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가십의 전달이 가능하지는 않다. 주인공 부재라는 은밀한 상황이어야 한다. 당신은 가십을 재미있게 지껄이다가 당사자 본인이 나타나면 어떻게 행동하는가? 화제를 돌린다. 자리를 뜬다. 이 둘 중의 하나를 당신은 실제로 행동한다. 자주 경험하는 장면이다.
가십의 주인공은 서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가십을 만들어 낸 사람, 가십을 듣는 사람, 가십의 주인공-이들 3자는 상호간에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당신이 당신의 직장 상사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얘기한다고 하자. 그 사람은 당신의 상사를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가십거리가 서로가 잘 아는 이웃집 복동이 아빠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귀가 솔깃해진다. 흥미를 갖는다. 가십거리다. 그런데 매스컴의 발달로 가십의 구성인물인 당사자, 전하는 사람, 듣는 사람의 3자간에 서로 잘 아는 사람이라는 범위가 넓어졌다.
동네나 직장이나 학교라는 협소한 범위로부터 대폭 확장시켰다. 우리들이 거의 매일 TV를 통하여 보고 있는 인기 탤런트나 유명한 운동선수, 자주 화면을 장식하는 정치인은 어떤가? 이웃집 사람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다. 모두에게 훌륭한 가십 대상이다.
전달대상도 선별···가족 친척 절친 심복은?제외
서로 익히 알고 있는 상태라 하더라도 그 가십을 듣는 사람이 가십의 주인공의 가족일 경우에는? 가십을 얘기해 주지 않는다. 친척도 마찬가지다. 가족이나 친척은 당사자인 주인공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족이나 친척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게나 유통시켜도 되는가? 아니다. 가족, 친척, 절친, 심복은 전달대상에서 제외한다. 잘못 했다가는 본인의 귀에 흘러 들어간다. 망신을 당하거나 곤욕을 치루기 십상이다.
이 사람이라면 고자질을 하지 않을 거라 믿는 사람을 골라 가십을 전한다. 심복이나 친구로 알려지거나 소문난 사람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또한 가십을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의견일치도 필요하다. 의견이 다르면 당사자 본인에게 알릴 우려가 있다.
그러나 유명세를 치러야 하는 탤런트나 배우, 운동선수, 정치인 등은 본인에게 전해질 위험성이 적다. 안심하고 가십 유통 사업에 전념해도 된다. 이 점이 또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십이 인기가 있고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