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소문의 사회학① “소문내는 사람이 미디어의 주체”
소문을 내면 곧 퍼진다?
소문에 관한 많은 오해 가운데 하나가 소문의 즉시 전파성이다. 소문을 내기만 하면 이내 퍼지게 된다는 소박한 생각이다. 이?오해로 인하여 (1)사회 불안을 조성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흘리거나 (2)경쟁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기 위하여 괴문서를 유포하거나 (3)자기 회사 제품의 판매촉진을 위하여 이용하거나 하는 시도가 왕왕 이루어진다.
그렇다. 소문을 직접 들은 사람에게는 소문이 확실히 전해진다. 그러나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소문을 유포시켜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소문 들은 사람 모두가 자기가 들은 얘기를 퍼트리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퍼트릴 소문 애호가가 존재해야 한다.
소문은 나의 미디어다
소문이라는 미디어의 특징은 소문을 얘기하는 그 사람 자신이 전파매체=> 미디어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에게 전할까 말까를 내가 판단한다. 내 나름의 정보처리를 한 다음에 전하게 된다. 이때 전할 생각이 없으면 그 소문은 그 사람이 종착지가 된다. 사장된다. 당신은 온 정력을 쏟아 소문을 낸다. 그러나 들은 사람이 전하지 않으면 그 소문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만다. 흔적도 없이 소멸된다.
소문은 어떤 사람이 전하나?
그러면 어떤 요인이 소문의 전파를 결정 짓는가? 세 측면이 고려된다. (1)소문을 퍼트리는 사람의 특성 (2)전하려고 하는 소문의 내용 (3)소문이 흐르는 상황이라는 소문의 사회심리다.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의 소문전달 촉진요인은 그 사람의 성격이 우선 작용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전달의 시기와 범위가 결정된다. 성격에 있어서는 불안특성(不安特性)-> 불안해하는 경향성(傾向性)이 거론된다. 不安尺度(Manifest Anxiety Scale)로 측정한다.
불안해하는 사람이 잘 퍼트려
Anthony는 봉사단체 회원을 실험대상자로 하여 불안특성과 단체에 관한 소문과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결과를 Anxiety and Rumor(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973)로 발표했다. 불안도가 높은 그룹은 94%나 소문을 들었다고 대답했다. 불안도가 낮은 그룹은 32%만이 소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높은 불안특성을 가진 집단은 소문을 유통시키기가 쉽다는 결론을 얻었다.
외향성이 더 전달? 내향성은 덜 전파?
불안특성과 소문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주 많다. 높은 불안특성을 지닌 사람은 소문에의 접촉도 많고 소문의 전달도도 높다는 결과를 모두 다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성격이 외향성이라고 해서 소문과 친하지는 않았다(non-親和性).내향성이라고 해서 소문과 담 쌓고 지내지는 않았다(non-疎遠性).
소문은 내용에 좌우된다
소문에 접촉한 사람이 소문을 유통시키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요인의 하나가 그 내용이다. 그럴듯한 소문은 믿기지 않는 소문보다 퍼트리기 쉽다고 생각된다. 자기에게 중요한 소문은 그렇지 않은 소문보다 전달하기 쉬울 거라고 추측된다. 소문내용과 소문전달과의 상관관계에 있어서는 내용의 신용도(believability)가 좌우한다.
사회정보로서의 소문은 사실이냐 아니냐는 진위성(眞僞性)이 기준이 된다. 가십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일이라는 의외성(意外性)에 영향 받는다. 도시전설은 그 사람이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신의성(信義性)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사실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부정의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믿음성도 있어야
긍정과 낙관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면 소문의 유통 가능성이 낮다. 뭔가를 부정하고 비토해야 전달할 확률이 높아진다. 나아가 내용에 믿음이 가야 한다. 중상모략에 믿음성(confidence)있으면 빠르게 잘 퍼진다. 그럴듯하면서도 나쁜 소문이 소문에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