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검은 돈 온상 ‘Tax Haven’ 퇴치법은 과연?
조세피난처(Tax Haven), 해악(害惡)의 원천이다. 탈세-마약 수익-테러자금을 세탁하고 은닉한다. 검은 돈의 온상이다. 머니게임(money game)을 일삼는 투기자금의 체류지다.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주범과 공범이 둥지 트는 곳이다.
돈 없어 죄 많은 일반인을 공연히 고생케 만든다. 국가를 파탄으로 내몬다. 부유층의 절세대책? 그 돈으로 세금 감면해주는 섬나라 사람들 먹고 살게 한다고? 그래서 필요하다고? 일상의 건전한 금융거래에도 쓰이고 있다고? 그러니까 유용하다고? 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다면? 그건 그곳을 통해 검은 돈 더 모을 틈을 노리는 자의 변명이다. 경영을 하느라고 불가피하게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이용했다는 투다.
조세피난처는 세율이 극히 낮다. 금융정보를 비밀에 부쳐 재산을 비닉(秘匿)시켜 준다. 카리브해와 지중해와 유럽과 태평양의 섬나라에 주로 존재한다.
투기꾼. 점잖게 표현하여 직업 투자가는 조세피난처에 헤지펀드(hedge fund)를 설립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거액의 자금을 끌어 들인다. high risk-high return money game을 벌인다. 1990년대 이후 경제위기에는 모두 헤지펀드가 개입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탕에 고수익을 노리는 유한책임 투자신탁조합이다. 치고 빠지는(hit and run) 게릴라 전법 구사하는?투기꾼들의 투기자금 집합소다.
가난한 나라 곤궁한 사람에게 어디 그런 돈 있나.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궁핍한 처지다. 무슨 돈 있어 그런 데 투자하나. 1990년대 후반 아시아 통화위기의 주범도 그들 투기자금이다. 전형(典型)이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를 사정없이 마구 팔아 치웠다. 그때 당한 나라가 다름 아닌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이다.
버젓한 국가가 일개 국제기구 IMF의 관리 하에 들어갔다. 말이 되는 얘긴가. 시장에서 몇몇 투기꾼들이 이들 정부를 상대로 머니게임을 했다. 조세피난처를 끌어 들인 투기자금으로 외환시장을 교란시켰다. 인위(人爲)공작이다. 돈벌이 위해 돈 놓고 돈 먹는 행위였다. 그때 금융자본시장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정책과 학설이 지배했다. 선진국 중심의 논리다.
약한 나라야 무슨 발언 해 봐야 그게 어디 들리는가. 결국 저들 나라에서 리먼 사태가 터졌다. 금융 쇼크였다. 그러자 뭔가 손 좀 봐야 한다는 얘기가 그쪽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뒤늦은 규제론 대두다. 곪을 대로 곪아터진 상태다. 어디 쉬운 일인가. 산업이라 할 그 무엇이 없는 조세피난처 섬나라들이다.
금융이 유일한 대산업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옛 영국 식민지들이다. 영국이 옛 종주국이다. 영국은 국제금융센터다. 규제완화를 통하여 지구 이곳저곳의 자금이 모여 들게 만들었다. 규제를 강화하면 영국의 권익이 침해된다. 조세피난처에 제한이나 제제를 가하면 영국의 이익이 위협받는다.
미국은 조세피난처 없애기에 나서기는 해 봤다. 내정간섭이라는 소리 들으면서도 스위스은행이 정보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영국령 조세피난처인 케이만 군도를 옥죄기도 했다. 그러나 미 경제계는 규제를 싫어한다. 법인세율이 낮은 델라웨어 주와 같은 존재를 국내에 끌어안아야 하는 모순도 있다. 조세피난처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도망친 걸 보고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하여 2국간 정보교환 조약을 체결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그러나 조세피난처에는 한 건물에 몇 천 개 유령회사(paper company)가 입주하고 있다. 조세피난처는 고기잡이나 관광으로 먹고 살던 나라다. 원래 어촌이었던 그 작은 국가의 정부가 그런 회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행정력을 갖고 있지 않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조세피난처가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님을 다 안다. 부정과 불법으로 번 돈을 숨기는 곳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조세피난처도 국가인 이상 주권이라는 벽을 무시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한다. 조세피난처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도 작용한다.
조세피난처를 어떻게 할 유효한 수단이 정말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이렇게 하고 있는 순간에도 검은 돈은 살아남으려고 조세피난처로 흘러들어 간다. 자본주의 경제의 엔진은 더 많은 돈을 가져야 한다는 인간의 욕심이다. 그러나 과욕 때문에 폭주한 자본주의는 제어 불능이 됐다.
자본주의라는 사람이 만든 제도가 인간을 습격하고 있다. 그 음지에는 돈 도피처가 있다. 거기에 호시탐탐 돈놀이 찬스를 노리는 헤지펀드가 은신하여 기생한다. 사업 좀 한다며 머리 쓰는 자는 그곳에 회사 몇 개 만들어 이용한다. 인간 욕심의 산물 조세피난처는 괴물이다.
어렵더라도 양지로 끌어내야 번영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