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경제토크] 묘한 ‘자신감의 시대’가 왔다
요즘 전 세계가 참 이상하다. 몇몇 나라만 빼곤 이상하게 너무 자신감에 차있는 것 아닌가 싶다.
중국의 자신감. 이건 더 설명 보탤 것도 없다. 이미 중국의 극성(極盛)기였던 청나라 초반과 비교한다. 시진핑이 청나라 갑옷을 입고 샴페인을 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 표지가 그 예다. (기사 제목도 ‘Let’s party like it’s 1793’이다.)
인도, 대국화를 이미 시작했다고 봐도 된다. 아니 우리가 보건 말건 시작했다. 일본도 요상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일본사람들, 그 꾀 많은 사람들이 한 20년 고생하고 나더니 인제 뭔가 방향을 찾은 거다. 정리가 된 거다.
일본사람들 자신감의 근거는 요새 미국이 다시 힘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주요인이다. 큰 형님이 일어서시는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자신을 반드시 다시 키운다는 일본인의 지극히 일본적인 깜직한 발상이다.
얼마 전 일본에 간 김에 서점(그렇게 골목마다 있던 서점들이 일본에서 거의 다 사라졌다)에 가서 나와 있는 경제관련 책들을 훑어봤다. 거의 다 ‘미국이 다시 막강해진다. 그래서 일본도 다시 뜬다…’ 이런 논조였다. 예컨대 나카하라 케이스케가 특히 그렇다.
세계 유력 경제시사지들의 최근 논조에 의하면 지금 미국이 제조업에서도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쉐일가스 출현으로 인한 싼 에너지 공급, 국제수지 개선, 게다가 부동산 경기의 급속한 회복 등이 자신감의 근거라 하겠다.
미국은 자기들 교육제도도 거의 다 정비했다고 자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또한 순전히 자신들 얘기이긴 하지만 기술적 우위의 격차가 여타 국가들보다 더 벌어졌다고 정부당국자들이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하는 멘트를 날린다.
게다가 미국은 언제나 엄청난 젊은 인구가 이민으로 충당된다. 내가 2005년께부터 주장해왔던 바 “전세계가 금융위기 한 번 겪고 나면, 장기 번영의 시대로 들어갈 것 같다.” 이번 금융위기 어느 정도 잘 극복된 것 같다. 내 예측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재화의 상대가격이 어느 정도 균형적으로 잘 맞아 물려있는 듯한 감이 든다. 석유값도 더 오를 것 같지 않고, 대부분의 물건값이 제 값인 듯 하다. 원래 경제라는 건 그러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어 있다.
세계 어딜 가도 거의 모든 물건 가격이 제대로 서로 물려있다. 미친 듯 뛰는 홍콩의 집값이 예외이긴 하다. 중국과 인도의 수십억 중산층이 물건을 사대고, 베트남을 위시한 동남아국가도 활발한 근대적 경제활동을 하는 경제대국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진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사업가는 그 시장이 어느덧 몇 배씩 커져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나는 한국 경제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가끔 비판적인 글을 쓰긴 하지만 전반적으론 낙관론자다.
부동산, 이미 많은 국민들이 다 적응을 해버렸다. 70%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 준비가 됐고 그런 합의가 이미 부동산 가격에 반영이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더 이상 폭락하는 일은 정부의 실책만 없으면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이제 슬슬 억제책에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싶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뿐 강소(强小) 기업들이 많이 생성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 글로벌 강소기업’을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 작지만 막강한 기업들이 수 천 개 쏟아져 나오면 한국의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양극화 문제도 그게 답일 거라고 본다. 지금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착실하게 성장하는 막강 기업들이 많다. 그런 강소기업들이 많아지면 재벌문제도 자연히 해소된다. 삼성·현대 같은 재벌이 수백개가 돼버리면 된다는 상상을 해보자. 사실 이런 강소기업들 예전 분위기 같으면 재벌들에게 진작에 다 먹혔다. 어떤 면에서 재벌기업들이 골목상권에 진출한 건 절박감의 표현이다. 이런 알토란 중소기업들 집어 먹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신호다.
일본에도 여기저기 알짜 기업들이 많이 있다. 어느 나라나 소리소문 없이 착실히 성장하는 알짜들이 경제의 주축이요 척추가 아닌가. 소문을 누르고 누르려다 터져 나오는 소문, 그게 진짜다. 지금 안철수 정도 재산 모은 사람 무지하게 많은 것 같다.
안철수가 뜨듯이 강소기업들이 경제생태계 속에서 한 축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호경기 높고 오래 간다. 큰 재화의 산이 보이는 것 같다. 이번 호경기 때 뜨지 못하면 아마 살아 생전 다시 이런 찬스가 오지 않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