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선제적 황홀과 거만형 아부 그리고 사랑지수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 20일 남산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뉴시스>

숫자는 멍텅구리다. 그래도 가장 믿음직하다.

사귀는 여성이 그대에게 “오~빵~ 오빵 냉강 엉망낭 종앙?~” 이렇게 물었을 때, 음 이건 애정의 강도에 관한 질문이군, 고로 뭔가 양적인 답을 해야 돼. 그렇게 생각을 하고 답을 하려 든다면 일단 무조건 지는 거다.

마치 너무도 좋아하기 때문에 말도 못하겠다는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하늘의 별을 따다 줄 만큼이라고 말하면, “저번 주에도 그랬잖어. 오빵 창의력이 넘 없어. 다른 애들 오빠는 은하수를 통째로 퍼다 줬다는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주위에 보면 그런 상황을 전문적으로,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밤의 타짜요, 진정한 선수들이 있다. 무슨 소리냐. 선수들은 이런 질문이 나올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 질문이 나오기 전에 벌써 상대여성을 황홀하게 만들어놓고 상황을 시작한다. 선제적 황홀이라고나 할까, 닥치고 황홀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거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시점에, 의외의 선물, 의외의 발언, 의외의 신체접촉(물론 요것은 잘해야지 잘못하면 성추행이 됨이 최근 국제정세를 통해 입증된 바 있음), 의외의 이벤트… 이런 걸로 여성들을 진작에 황홀하게 만들어 놓는다.

좌우지간 이런 넘들 때문에 한국의 보통 남성들은 그냥 멍하니 매일 비교되어 쿠사리를 먹는다. (젠장, 장미 수백 송이. 그거 도대체 뭐냐? 그런데 그렇게 투덜댔다간 그런 말 하는 것 자체가 넌 희망이 없는 걸 증명하는 거라면서 야단을 더 먹는다. 우리 보통 멍남들이 택해야 하는 전략은 아예 침묵이다. 그렇다. 선제적 황홀을 도출할 자신 없으면 원초적 침묵 모드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이 험난한 사바세계에서 그나마 덜 야단(野壇) 맞는 법’이다.)

권력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 그들이 부하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사실 동일한 하나의 질문이다. “내가 얼마나 위대한 지도자이고, 국민들이 날 얼마나 열광적으로 지지하는가, 그리고 내가 왜 DNA적으로 우수하고, 품성 자체가 도저히 다른 사람과 비교 그 자체를 거부하는가를 일목요연하게 보고해 봐.”

그거다. 그것도 경쟁적으로, 너무 티나지 않게, 마치 무슨 중요한 국사를 논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연스럽고 멋있게 말이다. 즉 나를 선제적으로 황홀하게 해달라는 거다.

바로 그래서 동서고금의 모든 권력자는 망하는 거다. 권력자는 자기 주위에 그런 선제적 황홀을 직업적으로 도출시켜줄 전문적으로 검증된 인력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둘러싼다. 그래서 망한다. 젠장, 나도 권력 잡으면 그렇게 하겠다. 안 그럴 거면 뭣하러 권력을 잡나. 그럴라고 잡는 거지.

과거에 원세개라고 조선 주둔 청나라 공사를 하다가 중국으로 돌아가서 황당한 과정을 거쳐 초대 중화민국 대통령을 하고 조금 더 황당한 과정을 거쳐 황제가 된 사람이 있었다. 당시 황궁 안에서 그 아들(조선여인과의 사이에서 출생한 세자)이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만 읽는 신문을 만들었다. 궁내에 인쇄소를 하나 만들어 놓았다.

원세개는 그것만을 읽었다. “흠, 전 인민이, 아니 온 세계가 오늘도 이렇게 날 지지한다구라고? 챠식들, 눈은 있어가지고…. 푸하하하… 누가 보면 아부라고 하겠네. 왜 난 이다지도 객관적으로 우수하다고 검증이 되는 거냐고. 그것도 매일…” 결국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홧병으로 죽었다.

전두환 대통령 때도 언론을 그렇게 장악하고 나선, 그 언론이 내는 신문과 방송을 매일 아침 보면서 정세를 파악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심기경호(각하의 신체뿐 아니라 심기도 경호한다)’라는 말까지 공식 경호용어로 등재됐었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로동신문>을 본다. 그리고 어디 시찰가면 인민들이 반갑다고 울고불고 팔짝 뛰고 염병을 죽인다. 자기가 바로 인민의 고통의 원인 그 자체라는 걸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냐. 내가 듣고 싶어하고, 내가 보고 싶어하는 바로 그 정보를 직업적으로 전문적으로 선제적으로 생산 공급하는 사람들만 내 주위에 두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극이다. 아부하는 사람만 주위에 두었다는 말이다.

바른 말 하는 사람을 주위에 둬라? 권력 주위에 가보지 못한 넘들의 웃기는 소리다. 아부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교묘하게 소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사실은 지독히 악질인 아부가 있다. 듣기엔 꼭 바른 말 같다. 여간해서 분별이 안 된다. 권력자가 뭘 원하는지를 미리 알아내 마치 그걸 소신있는 듯 강하게 바른 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주장하는 그런 경지까지 오른 자들이다. 그것만 연구하는 넘들 절대로 당할 수 없다.

예를 들까? 요즘 대통령 주위에 “선거 때 공약을 지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자들이 있다.

1) 마치 그 공약 관련 실무전문가라는 인상을 준다.
2) 박대통령이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말을 수백번 되풀이할 자연스러운 기회를 만든다.
3) 대통령이 야단을 치면서, 너무 슬프다면서 ‘신뢰’ 상표를 더 띄울 수 있게 한다. 될 수 있으면 같이 운다.

자, 이런 넘들을 우찌 당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그런 아부꾼들만 주위에 두면 곧 망한다는 거다. ‘바른 말하는 사람’이 코드가 되면, 그런 형태로 아부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 필망의 메카니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원천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아까도 얘기했듯 주위에 아부꾼들 두려고 출세하고 권력잡는 거지, 권력을 잡았는데도 쓴소리만 듣는다는 것도 좀 웃긴다. 밥도 안 먹고 무조건 아낄거면 왜 돈버냐는 질문과 동일한 얘기다. 주위에 아부꾼도 두고 폼도 잡고 그럴려고, 권력투쟁 하는 것이 아니냐. 그래서 권력 잡으면 아부꾼들이 모일 수 밖에 없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그건 그렇다 쳐도, 권력자가 혼군(昏君)이 되는 걸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보기엔 딱 하나 밖에 없다. 바로 지수화하는 거다. 모든 걸 수치화하라는 거다. 어떤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의한 퍼센티지, 이런 것처럼 숫자화하라는 거다.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 평균수명, 이혼율, 독립기관이 만든 지지율, 그를 검증하는 내 부하들의 통계, 물가, 실업률, 기업파산신청수… 조사하는 방식 등에 관해서 권력자 본인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숫자에 밝아야 한다. 그리고 주위에 숫자에 밝은 스탭을 둬야 한다.

명나라의 주원장, 청나라의 처음 황제 5명. 모두들 숫자에 기가 막히게 밝았다고 한다. 어떤 이슈에 관해서, 어떤 인사에 관해서, 몇 가지 그나마 수치화된 지수를 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권력자가 정보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이번 윤 대변인 인사만 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이미 박 대통령의 심중을 알아채고, 대통령님께 목숨을 걸고 윤 대변인을 지지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평생 살아가는 사람들 많다.

윤 대변인 인사에 관해서도 박 대통령이 수치화된 지수를 갖고 있었으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분을 잘 아는 100명에게 이런 항목으로 물어보세요. ‘잘 아는’의 정의는 3개월 이상 같이 근무했다거나, 같이 학교를 다녔다거나로 평가해주셔요.” 이렇게 지시해서 숫자로 반응을 파악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물론 그 결과 14.5와 14.8가 나온다면 무슨 차이며, 뭔 의미가 있겠냐는 비판이 정당하다. 그러나 14.5와 87.7이 나온다면 이건 전혀 다른 숫자다.

국정원, 비서실, 검찰, 경찰. 원래는 그런 일 하는 기관이다. 사설 여론조사기관도 마찬가지다. 돈 얼마 들이지 않고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트윗 정보유통통계만 봐도 담박 안다. #만 잘 사용해도 된다.

내가 얼마 전 꼴통보수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몰락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뇌 속에 사회의 어떤 이슈에 관해서도 생각하기 싫은 메카니즘이 이미 꽉 자리잡고 있고, 그걸 잘 아는 언론이 사회의 이슈라면 뭐든지 친노좌빨들 때문이라고 정리해주는 생활을 오래하면 몰락한다. 아부로 실드를 치는 권력자가 반드시 망하듯, 뭐든지 편향되게 정리해준 걸 목구멍으로 그냥 술술 넘기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반드시 몰락한다.

오늘의 본 이야기로 돌아가자. 만나는 모든 남친에게 선제적 황홀을 계속 요구하면 착실하고 듬직한 남편을 못 구한다. 지수화해야 한다. 데이트할 때 몇 분 일찍 와 있나, 선물을 사기 전에 고심한 흔적은 몇 등급인가 등등.

그래서, 평소 176.5이던 놈이 89.2로 떨어지면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론 상대도 그대를 수치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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