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북한의 진짜 노림수는 ‘이것’
난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1. 김정은에게 전화 건다.
2. 우잉 내 번호 어떻게 알았을까? 라고 생각한다.
3. 인사말 필요 없고 “니 전화번호 다 아는 수가 있어…”라고 말 시작한다.
4. 약간 침묵을 지킨다. 상대가 당황한다.
5. 차분히 말한다. “너 요새 뭐 잘못 먹었니? 왜 지랄이니?”
6. 그리고, 조용히 끊는다.
7. 조금 있다 다시 건다.
8. 차분히 말한다. “너 화났니?”
9. 그리고 조용히 끊는다.
10. 그러면 반드시 저쪽에서 전화가 온다.
11. 그러면 당연히 안 받는다.
위 제안을 우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이 글 끝날 때까지 잠깐 기다리시기 바란다.
사실 북한의 노림수는 딱 하나다. 10을 달라고 해서 10에서 싸움을 하면, 9는 당연한 걸로, 이미 기득권으로 인정받는 전략이다. 핵 보유국의 지위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그것이 노림수다.
‘전쟁하자’로 논쟁을 일으키면, 전쟁하거나 말거나로 논쟁이 진행된다. 따라서 이미 만든 핵 도로 없애… 라는 말은 상대가 못하는 분위기가 된다. 뭔 소리냐, 핵 보유국 지위는 먹고 들어가는 거다.
어느 집 따님이 맘에 든다. 장인 될 영감한테 가서 “살림집 장만하게 전세금 좀 도와주세요”라고 문제를 일으킨다. 대준다 만다로 논쟁을 한다. 이미 딸은 내게 주기로 되는 거다. (물론 맞아 죽는 걸로 귀결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의 수와 아닐 경우의 수를 비교해보고 일을 벌리는 거다. 이 정도 술책 피우는 사람은 그런 정도 계산은 한다. 얌전한 집에서는 딸 주고 약간의 돈 대주고 말지,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걸 미리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 카드 잘 쓴 거다. 핵값을 무지하게 올린 거다. 자, 다시 얘기를 위 정책제안으로 돌리면 내 제안이 우습지만은 않다는 걸 양식 있는 분들은 동의하실 거다. 좀더 자세한 논의를 위해 핵무기의 본질에 관한 4가지 오해 또는 편견을 살펴본다.
1. 핵무기를 가지면 상대방이 공격하지 않는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가졌을 때도 아랍 국가들은 전쟁을 걸었고, 미국이 핵무기로 위협을 했는데도 중공군이 밀고 들어와 일사후퇴를 했어야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공격받지 않을까? 글쎄… 그런 편견은 버리는 게 좋다. 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한반도의 군사균형이 유지되고 그래서 평화가 유지된다는 편견, 우리 민족이 핵 보유국이 되었다는 운동권 1년생적 환상도 버려야 한다. 핵무기가 있는 상대와 전쟁을 할 때는 그 방식이 약간 달라지는 것 뿐이다.
2. 핵무기를 갖고 상대를 공격하면 상대가 항복하게 된다
일본이 항복한 건 핵폭탄 투하 때문이 아니라 소련군의 개입 때문이라고 어전회의에서 밝히고 있다. 전쟁에서 도시가 초토화된다고 항복하는 건 아니다. 무력이 상대적으로 소멸돼야 항복한다. 민간인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전쟁이 한참 진행되고 나면 너 죽고 나 죽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민간인이 대량 살상된다고 해서 반드시 항복하지는 않는다.
3. 핵무기는 엄청 강력한 무기다
맞다. 문제는 너무 강력하다는 거다. 그래서 무기로서의 의미가 제한된다. 무기란 건 나는 안 다치고 상대만 다치게 하는 것이 묘미다. 그런데 핵무기는 나도 만만찮은 피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어차피 너 죽고 나 죽고 하는 상황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런 건 무기로선 별로 좋은 무기가 아니다. 편의점에 강도가 자주 들어와서 알바 학생이 연장을 하나 가져야겠다 싶을 때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정도가 딱이지, 광산에서나 쓰는 다이너마이트를 단지 야구방망이보다 더 강력하다는 이유로 장만할 수는 없다. 그런 편의점이 있다면 사실 맘놓고 털어도 된다. 카운터에서 7만원만 꺼내주면 되는데,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겠는가. 실제로는 야구방망이 가진 놈이 더 무섭다.
4. 핵무기로 서울을 선제공격하면 우린 엄청 피해를 볼 것이다
일단 북한정권은 끝장난다. 그리고 김정은은 어디 망명도 못 간다. 서울에 외국인이 몇 명이고 외국기업이 도대체 몇 개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거다. 그렇게 해서 북한이 얻는 게 뭘까. 선제공격할 때는 핵폭탄을 절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이쪽에서 공격해 막판에 몰릴 때만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아주 막판에 몰렸을 때 어디 망명자리나 주면 그걸 물지, 핵폭탄을 서울에 터뜨리고 자기도 죽는 그런 짓은 하지 못한다. 그럴 깡다구가 있으면 벌써 일을 저질렀다. 그렇게 막강한 넘들이 아니다. 그저 부잣집 3대 정도지.
5. 4가지라고 했으니 4개만 얘기한다
는 편견도 버리는 게 좋다. 말 나온 김에 몇 개만 더 얘기하자. 한국지형에서는 핵폭탄의 위력이 아주 제한적이다. 그저 일부 지역을 아주 더럽히고 만다. 그런데 왜 북한은 기를 쓰고 핵폭탄을 개발할까? 미국의 북한고립무시전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무역 금융 거래도 못하게 따돌리고 혼자서 썩게 몇 십 년을 묶어두면, 오늘날과 같은 무역과 국제금융의 시대에 어느 나라든 골병 들 수 밖에 없다.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젠장, 대화에 응해줘야지. 그러니 대화하자고 저러는 거다. 대화에서 몸값을 잔뜩 올리겠다는 거다. 거기다 정권유지에 민심 다잡기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한심한 놈들이다. 그걸 몰래 개발하면서 자기들은 얼마나 으쓱했을까. 괜히 미국 위성 지나가는 시간도 피해 다니고 그랬을 거다.
6. 일본과 한국, 대만이 핵무장 할 계기가 된다
글쎄, 미국이 태평양지역을 포기한다면 모를까 그 전에는 어렵다. 그저 일부 환상론자들이 주장하다가 “그래? 그럼 해봐…” 하면 그대로 사그러질 논의다.
7. 요즘 중국도 북한이 귀찮아지고, 북한을 버리려 한다
북한이 붕괴될 때 중국에게 섭섭한 감정을 갖고 미·일 쪽에 붙는 방향으로 무너질 수 있다. 그것은 중국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중국으로선 그 꼴 못 본다. 중국은 휴전선 이북에 미·일에 적대적인 세력이 있어야 한다. 원래 중국공산당은 조선공산당에 큰 빚이 있다. 그래서 6·25전쟁 때 도왔던 거다. 둘이 역사적으로 여간 친한 사이가 아니다. 그러니 둘 사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