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하다’에 되묻는다

<새로운 100년-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하다>을 읽었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습니다. 별 다섯개.

이 책은 복잡한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너무 간단하게 잘 정리해서 사실 좀 위험할 정도다. 복잡해야 하는 상황을 너무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면 듣기에 명쾌하지만, 큰 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여간, 이분의 통찰력은 메가톤급이다. 그러나 통찰력으로써 거의 모든 상황을 너무 간단하게 정리해버린다. 법륜스님은 스승으로서의 가치는 아주 높을지 모르겠으나, 이분의 가르침을 현실에 적용할 수가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심히 우려되는 것이 그 통찰력의 소스가 상당히 위험한 소스인 듯하다.

일단 칭찬부터 하자.

1. “남한 지도자들은 북한 주민의 민심을 얻는 일에 힘을 써야…”한다는 주장에 필자는 100% 찬성한다.
당연한 일이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어휴 저런 사람이 우리 수령이 되었으면…” 이런 마음이 널리 퍼지면 게임이 끝난 거다. 남한에서는 선거때 정당에서 민심을 얻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주 과학적으로 발달되어 있다. 이런 약속도 하고 저런 쇼도 한다. 그래서 그것을 조금만 더 사용하면, 북한 주민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정책 등을 개발해서 북에 퍼뜨리면, 그게 통일을 쉽게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북한의 각 지역별로 공약을 개발하여 퍼뜨리는 거다. 예를 들어 해주지방에는 앞바다에 해류발전소를 지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전기가 모자라지 않으면 그 지역의 공업발전은 크게 진작되고 그래서 무슨 무슨 공장이 들어설 것이다…이런 식으로 그 지방 사람들을 솔깃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우리 대선 공약 발표하는 것처럼 말이다. 통일이 되면 구체적으로 북한 주민 노인들에게 얼마 준다, 보육은 어떻게 해주고, 뭐를 지어주고…이런 지역별 구체적인 공약을 북한에다 대고 발표하자는 거다. 북한 주민들이 읽고, 북한측의 공약과 비교하여 보는 것 자체가 북한에 엄청 압박을 줄 수 있다.

내 상상으로는 북한의 어느 특정 억울한 사건 등을 구수하게 풀고 어느 어느 간부놈이 나쁜 놈이고 얼마 먹었다, 이런 걸 살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즉, 북한 내의 양식있는 지식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가 대신 퍼뜨려 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거다.

지금처럼 야만적인 내용의 저질 삐라를 살포하면 북한 주민들도 “어휴. 남반부 야들도 마찬가지구먼, 아니 정말로 무척 유치하구먼” 이런 생각이 들 거다. 북한 주민의 민심이 더더욱 남한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내가 보기에 한국이 통일로 나가는 길에서 제일 나빴던 사건은 탈북민을 간첩으로 조작하여 처벌하려 했는데, 그게 나중에 조작임이 밝혀진 사건들이다. 탈북하려다 가도 “남한에 가면 남한 놈들 자기들 편할 적에 억울하게 간첩으로 몬다” 이런 인상을 줘버린 거다. 정말로 안타까운 현상이다.

그리고 종편방송에 탈북자라고 나와서 북한 욕을 마구 해대는 사람들도 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북한사람들 보기에, “저것들이 남한에 가서 오죽 겁을 먹었으면 살려고 저런 일까지…” 이런 생각이 들 거다. 오히려 탈북자들이 남한 정부 욕을 하고 국회의원도 되고 이런 현상을 보면, “아, 저 사회가 저렇게 자유가 있구나. 그리고 기회가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 거다.

탈북자를 극우 프로파겐다 과정에서 사적으로만 사용할 싸구려 꼭두각시로만 생각하는 정부당국자들은 나의 이런 의견에 한 번은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2. “북한에다 전반적으로 인권을 개선해라. 이런 접근법보다는 구체적으로 해야” 역시 100% 동의한다.

구체적이라? 나는 거기에 밑줄 긋고 형광펜으로 강조하겠다. 한 예로, 어느 특정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이런 것은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이런 걸 북한에 퍼뜨리면 북한 사람들이 읽어보고, ‘맞아!’ 이런 생각이 들도록 하면 북한정권은 오히려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북한사람들이 봐도 맞춤형으로 탄복할 내용을 개발해야 한다. 아주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남한사회도 참 개선해야할 것이 많다” 이런 말도 가끔 집어넣으면 신빙성이 더 가는 거다.

북한의 인권문제도 전반적으로 “정치범수용소 없어져야…”이런 식으로 하면 효과가 없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최근 어디 부대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데…그런 건 이렇게 해결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북한내의 지성인들의 양식있는 발언, 그러나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쪽에서 이야기해주는 것, 이게 훨씬 더 통할 것 같다.

북한 내부의 억울한 사정 등을 심금을 울리면서 정당한 해결책을 발표해주는 거다. 즉 북한 내 사건의 국선변호인 역할을 해주면 북한에 엄청 압박을 줄 수 있다. “어느 어느 부대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그런 일 남한에도 있다. 정말 여성들이 호구냐? 남이고 북이고 싸가지 없는 놈들은 작두로 거시기를…” 이런 식으로 심금을 울리게 대북선전을 하자는 거다. 그러면 북한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이 책 매우 재미있고 도움 많이 된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크게 우려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1. 내가 보기에 국가보안법에 걸릴 내용이 200건은 되는 것 같다. “항일운동의 본체는 사회주의 계통이었고, 임정과 민족주의 계열은 상징적인 존재였다”고. 글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항일투쟁 당시에 좌우의 경계가 6.25 이후처럼 분명하진 않았다. 그래서 항일운동을 좌우로 나누고 북측은 전부 항일투사고 남한은 전부 친일이었다? 북한 주장에 거의 완벽하게 동의하는 그런 시각일 것이다. 통찰력이 아니라, 북한의 시각을 전달해오는 것이기에 신선하게 들리는 것이 아닐까?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하고 윤봉길 의사가 일본 군부를 혼내서 전 중국에 항일 붐을 일으켰던 사건들은 모두 임정의 작품이지 좌파의 작품은 아니다. 그때는 우파 좌파의 대립이 6.25 같지 않았던 시절이고, 그래서 우파의 독립운동 좌파의 독립운동이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닌데, 그걸 지금에 와서 북한의 시각으로 독립운동은 전부 좌파가 했다라고 주장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2. “해방 후 건국 이후 남한은 정통성이 없어서 항시 저항 세력이 있었고, 북한은 정권에 정통성이 있어서 인민들이 마음 속으로 정부를 따랐다?” 이것도 정말 철저하게 북한의 시각을 따르는 주장이라고 본다, 만일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월남/남하했으며, 왜 그렇게 많은 숙청과 탄압이 있었을까? 남한은 비교적 민주사회라서 야당도 있고 학생운동도 했던 것이어서 보기에는 시끄럽게 보이지만 북한은 모조리 처치해 버렸던 것이라고 봐야 더 정확한 것이 아닐까? 내 주위에 월남한 분들이 많다. 법륜 스님의 이런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3. <환단고기>는 사실 역사적 사실이라고 보기엔 좀 허약한 책인데, 환단고기에서 너무도 많은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듯하다.

4. 통일 방안에서 북한 지배층의 지위를 보장해주자는 이야기도 좀 허황한 인상을 준다. 김정은을 수령으로 모시고 밑으로 기어들어가기 전에야 그들의 지위를 어떻게 보장해줄까? 김정은에게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이 총리직으로 안 된다면 대통령직을 주자는 건가?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 아닐까 싶다. 북한지배층의 신분 절대로 보장이 안 된다. 보장해준다고 하여서 속아넘어가지도 않을 것인데, 뭣하러 그런 주장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모두 철저하게 사면한다”라고 헌법에 쓴다? 글쎄다.

5. 신라가 가야를 통합한 과정을 우리의 통일방안의 좋은 전례로 보는 듯한데 이 역시 “글쎄요”다. 단지 김유신 장군이 가야출신이었다는 것 하나로 너무 많은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듯하다. 기록이 너무 없어서 신화적인 역사의 스토리를 근거로 통일방안으로 확실한 주장을 하기에는 그렇단 말이다.

6. ‘민란’을 희망하는 듯한 구절이 135쪽 주위에 너무 많다. 법륜스님이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7. “아관파천 때문에 러일전쟁이 벌어졌다…” 이 대목도 내겐 와닿지 않는다. 하긴 12.12 때도 국방장관이란 자가 미 8군 영내로 숨어들긴 했었다.

나는 법륜스님의 주장이 신선하게 들리는 것의 이유가 새로운 더 좋은 통찰력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북한의 주장을 묘하게 요사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언어로 잘 믹스하여서 우리에게 통째로 전달하기에 신선하게 들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북한 주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기회는 드물다. 그런데 북한 주장을 정말로 통째로 그대로 전달하니 그게 신선하게 들린다는 거다.

북한이 70년대까지 우리보다 잘 살았던 것은 1)지하자원이 풍부했고 2)일본이 중공업 설비를 북한에 주로 지었으며 3)발전소 등의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4)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로 식량공급 압력이 적었다고 본다.

그 뒤에 역전이 된 것은 1)소련의 패망으로 부품공급이 줄어들었고 2)오랜 무역봉쇄로 골병이 들었으며 3)한미와의 군비경쟁에 가랑이가 찢어졌고 4)남한에서 경제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졌으며 5)북한의 경직된 체제가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김일성이 신묘하게 잘하고 인민들이 잘 따라주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륜스님 인기가 워낙 좋아 의견에 뭐라고 토를 달았다가는 누군가 와락 달려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독후감 정리해 놓는 습관상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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