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소개의 미학
살다 보면 사람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 나를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을 받는 경우도 많다. 작은 소개, 간단하게 전화 한 통 해주는 것으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잘 된 소개라는 것이 참 어렵다는 거다. 잘 못하면, 멀쩡한 사람이 소나 개처럼 되어버린다. 그래서 소개는 참 신중하게 해야 한다. 소개라는 ‘Art’를 잘만 쓰면 엄청난 힘이 발휘된다.
소개를 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1)소개는 당사자에게 인연을 맺어주며 그들에 대한 나의 품질 보증행위다. “이 사람,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야.” 적어도 이런 품질보증을 하는 것이다. “만나는 그 시간만큼은 널 지겹게 하지 않고, 너의 사무실에서 집기를 훔쳐가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고, 널 스토킹하거나, 기회가 있으면 네 사물실과 집에 불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을거야.” 정도의 품질보증은 해주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물론 나중에 “전에 소개시켜주었던 그 친구 아주 웃기더라. 왜 그런 놈을 소개시켜줬냐?” 이렇게 따지는 사람은 참 드물다. 그래도 황당한 사람을 자주 소개시켜 주고 품질보증 행위를 남발하였으면 인간관계의 신용상으로 흠집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솔직히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 교수 할 때 추천서를 남발한 기억이 난다. 교포들 경찰서에 가면 신원보증도 무지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풀려난 뒤에도 사고를 많이들 쳤다.
2)소개는 “너희 둘을 소개라는 행위로 직간접적으로 내가 이득을 취할 것이라”는 선언적 의미도 있다. 내가 취하는 이익이 뭐냐는 것에 관해서 굉장히 많은 ‘가지의 수’가 발생한다. 야쿠자들은 ‘뭔일’로 누군가를 소개해서 무슨 일이 되면, 3분의 1씩 가르는 것 같다. 그러니, 뭔 일로 야쿠자들 소개를 받으면 아예 그렇게 해서 뭔 일이 되면 3분의 1을 가지고 갈 것으로 작정하고 소개를 받아야 한다. “그 ‘뭔 일’이 도대체 뭘까?”가 당연히 궁금해진다. 제대로 된 일이라면 3분의 1을 소개비로 주진 않을 거다. 뭔가 엄청나게 비도덕적인 일, 불법, 어두운 일이니 그럴 거다. 대부분의 경우, 세월이 지나면 3분의 1이 절반이 되고, 절반이 전체가 되고, 나중에는 소개와는 전혀 관계 없던 나의 다른 재산까지도 다 빼앗긴다. 중국에서 탐관오리를 끼고 돈 번 사람들도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한다.
부동산소개업 같은 것은, 어떻게 소개하고 어떻게 이득을 얻는가가 아주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또 그 이득을 얻는 대신 무슨 서비스를 해주어야 하는가도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개는 그렇게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하고, 무엇을 기대한다는 명확한 생각 없이 나중에 가서는 막연히 ‘근처에 보이는 것은 전부 내거야’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다.
예전에 필자와 같이 사업하던 일본 파트너가 그랬다. 소개를 시켜준 다음 뭔가 일이 되면 전부 자기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마치 나를 고용한 입장에서 회사의 영업업무로 다른 사람을 만나서 뭔가를 만들었으니, 전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어번 그런 일을 당하니 필자는 화가 났다. 관계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소개를 엉터리로 자주하면 사람들이 내 소개를 별로 달가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나 자체를 피하게 된다. 또 소개행위로 너무 많은 이득을 취하면 사람들이 나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 심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누구와 누구를 소개시켜 주었는데(그래서 그 중 한사람, 또는 두 사람 다 돈을 벌었는데) 자기에게 은혜를 갚지 않는다고 투덜대곤 한다. 글쎄, 처음부터 자신들이 돈을 벌면 나에게 얼마를 달라고 어느 정도 명확하게 해두었으면 그런 일이 없겠지만 그같은 명확한 약조가 처음에 없었으면 뭔가를 받을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후 여러 경험을 통해서 필자는 비즈니스 관계로 사람의 소개를 받는 일, 소개하는 일을 참 조심하게 되었다. 회사에 아예 어떤 사람이 무슨 소개를 하면 얼마를 준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문서화 해놓았다. 그래서 오해나 섭섭해 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없앴다.
또 필자가 소개하는 행위에 대해서 어떠한 댓가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한 날부터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래야 내게 좋은 정보가 모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장가격보다 더 싸게 해줄 테니 그 서비스를 이용해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했다. 예를들어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할 때, 금융을 동원할 때에 필요한 비즈니스 플랜을 써주는 일을 할 경우를 예로 들겠다. 내가 어느 분을 누군가에게 소개시켜 주었는데 그분들이 잘 되었으면, 혹시 비즈니스 플랜을 쓸 필요가 있으면 나를 이용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혹시 당신 친구 분들 중에 제가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제가 돈을 낼 테니 식사나 한번 하자”고 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니 인맥이 굉장히 빠르게 넓어졌다.
회계사나 변호사들에게 누구를 소개시켜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 참 편리할 적이 많다. 그들은 대부분 필자의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람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에 가든 그곳 실력자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을 소개시켜주고,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고 하는 일에 대해서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참 매끄럽게 잘 하셨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가구를 생산하고 계셨는데, 홍콩에 같이 가자며 바이어를 만난다고 하셨다. 당연히 바이어와 약속이 되어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도착하고 나니 웬걸, 사전 약속 없이 그냥 오신 거였다. 어머니는 “너는 통역만 하라”고 하셨다. 필자는 ‘어휴. 뭔 일을 이렇게 하시나’ 하며 속으로 불평했다. 그러더니 어머니는 아침 일찍 아무 가구점이나 커다란 가구점에 다짜고짜 들어가시더니 “내가 이런 가구를 생산하니 사겠냐”고 물으셨다. 가게 주인은 당연히 “No!” 라고 답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아주 친절하고 애절(?)하게 “혹시 이런 가구를 사실 분을 소개시켜 주실 수 없냐”고 물으셨다.
그러자 주인은 대뜸 소개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전화 한통만 해주시겠냐”고 부탁하니 당장 전화를 걸어줬다. 택시 타고 찾아갔더니 그분도 어머니가 생산하는 가구를 살 분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그분에게도 소개시켜 주십사고 친절하고 애절하게 부탁했다. 역시 전화 한통을 부탁했고….
어머니의 기세는 ‘홍콩에서 이렇게 한달만 돌아다니면 못 찾을 리 없다’는 그런 포스를 가지고 있었다. 홍콩 도착 첫날 점심때 벌써 바이어 한 사람과 어머니는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6단계만 거치면 인류는 거의 연결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3번 정도만에 바이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확률통계로만 봐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단지 그같은 결의를 하고 친절하게 말하며 좋은 인상을 주는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소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잘만 하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