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안대희는 왜 낙마했을까?

안대희 사건으로 본 정보 유통의 구조를 돌아보자.

1.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경제학자로서 나의 연구의 주 관심은 정보라는 것이 어떻게 생성되어 어떻게 흘러서 어떻게 무슨 사건에 얼만큼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바로 그 문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안대희사건은 지극히 재미난 사건이다. 아…미리 말해둘 것, 나는 안대희 사건에 관해서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하고 싶지 않다. 뭐 해본들 그를 중하게 들을 사람도 없겠지만 말이다. 단, 정보의 생성과 흐름과 그 영향의 구조만을 보겠다는 거다.

2. 나는 솔직히 이런 사건이 벌어질 줄 알았다.
왜냐, 안대희의 임명에는 원천적인 타이밍 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정총리가 사퇴하는 바람에 총리 경질은 이미 스케쥴의 문제였지 여부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연히 선거가 끝나고 ‘민의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새로 판을 짠다. 국가를 개조한다… 새술은 새푸대에…’ 이런 배경음악을 깔고 총리를 임명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급히 임명했다. 무슨 소리냐,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아주 다급했다는 거다. 그래서, 소신총리 임명이라는 약간의 충격성을 동반한 선거마케팅이 필요했던 거다. 여권으로서는 다른 호재가 전혀 동원될 수 없었다라는 것도 여실히 증명되는 것이 되겠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영 바보처럼 잡았다. 선거 직전에 안대희 임명을 발표하고 위인전 퍼뜨리기를 대거 동원하여 국민들이 검증할 틈도 없이, 어리벌벌하게 뭔가 이 답답한 국면을 여권이 풀어나가는가보다…이러면서, 선거를 넘어갔었어야하는데, 그만 너무 긴 검증의 시간을 줘버렸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아마 선거가 너무 어렵다는 여권후보들의 아우성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너무 일찍 임명해 버렸고, 그래서 야당과 국민이 검증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문제는 검증이 되어버렸다는 거다. 공격이 수비가 되어버린 거다. 공격을 하고 수비가 되기 전에 선거가 끝났어야하는 건데…공격을 했으나 저쪽에서 멍군, 그리고 장군…이렇게 되어버린 거다. 인터넷시대…거의 무한히 빠른 속도로 정보가 유통된다는 걸,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들이, 아직도 여전히 반공프레임 속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3. 거기다, 안대희가 과거 대선자금 수사하면서 잡아넣으면서 자기는 영웅이 되고 반면 들어가서 안대희와 원수진 사람들이 지금 다 힘을 엄청나게 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들 당시 안대희에 당했던 것을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뭐냐. 정치지도자는 반드시 보복을 해야한다는 정치엔지니어링의 철칙이라는 것이 있다. 보복을 하지 않으면, 조직이 와해된다. 왜 그럴까는 조폭영화를 두 편만 보면 안다. 세력의 균형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당내에서도 야당내에서도 당시 안대희에게 당한 사람들 가운데, 아…내가 잘 못 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정치가 흘러가는 가운데, 재수가 없어서 미친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한다. 뭐, 그런데, 국민검사? 뭐, 총리? 뭐 차기 대권주자?

자, 여기서 나는 당시 대선자금수사의 피의자와 검사 어느 쪽에 관해서도 어떠한 도덕적인 판단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확실히 해두자. 지금, 내가 말하는 현상이 경험적으로 관찰이 된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검사나 판사들도 이해하셔야할 것이 하나가 있다. 피의자도 사람이다. 벌을 받을 적에 왜 그 벌을 받는가가 납득이 되면, 벌을 준 검사나 판사를 욕하지 않는다. ‘이런 죄는 사회에 많아. 너뿐 아냐. 그런데 잡힌 걸 어쩌니. 재수없다고 생각하고, 적당히 살다 나가. 대신 법정최고형에서 30% 깎아 줄께…더 깎으면 내가 손해봐 나도 남는게 없어..’ 이렇게 말하면서 처벌하면, 당하는 사람도 납득이 간다.

그런데, 검사가 소영웅주의에 휘말려서, 마구 날 박해하는구나. 왜 내가 당해야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도 없다…이러면 3일 구류에 훈방을 해줘도 그 검사와는 원수가 되는거다. 그런데, 세월이라는 것은 흐르고 흐른다는데 돌고 돈다는데 그 묘미가 있다. 입장이 바뀐 거다…

자. 너도 검증한 번 해보자꾸나…화 와이리 좋노. 닐리 닐리 닐리리야. 어 이 쿠…이것도 있네, 저런 저런, 저건 또 뭐꼬…이크 와. 요건…햐. 그건또 뭐냐…소위 말해 청문회 통과저지가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박살’이 목표가 되어버린다.

왠만하면, 여권과 뒷거래를 하면서 타협도 할 수 있는 것이 청문회 통과겠지만, 이건 아냐…이건, 내 개인의 원수가 아니라, 집안의 원수거든…공익차원에서 신앙의 차원에서 얘는 날려야 돼…아니 날리기도 전에 자기가 자빠질 거고 난 그걸 두어번 밟을꺼야. 그것도 확실히 그것도 아주 아주 확실히…이렇게 되어있다.

원수가 많은 사람을 총리에 임명한 것은 일단 뭘 모르고 한거다. 그것도 선거 직전에 충분히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완벽한 동네북타임을 남겨두고. (뭐, 잠재 대권주자를 미리 날려버리는 원대한 정치통박을 의심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나…그런 일은 없다. 내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짝수의 법칙 때문에 그렇다.)

4. 여권내부의 입장도 마찬가지. 선거에서 선방하면 안대희가 대권주자로 뜬다. 선거에서 대패해도 안대희는 총리임명된지 며칠안되어서, 안대희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 정권이 본격적으로 레임덕화하면서 막 임명된 총리로서 ‘소신’ 운운하면서 대통령에게 대드는 것으로 자신의 정치에너지를 삼고자하는 걸 안대희 자신이 이미 천명했다.

대권에 욕심이 있는 것이 이미 분명하다. 거기다 이 사람이 대권을 잡으면, 사람 잡아 넣어서 뜨는 것 그 기억에 의해 움직일 것이다. 야당은 잡아넣으면 탄압으로 보이니 여당 잡아 넣기를 주로 할 것이다. 고로 노 생큐.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아니면 아마 전세계 어느나라에서도) 2인자가 대권의지를 너무 일찍 밝혀서 득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전혀 아니라면서 얼마만큼 진짜처럼 펄쩍 뛰는가가 중요한데…안대희라는 분. 좀 너무 일찍…즉, 이명박 박근혜를 대통령에 당선시켜야 지켜낼 수 있는 내것, 그래야 얻을 수 있는 내것을 안대희에게는 발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잃을 것만 있다고 판단하지 않겠는가?

5. 여도 야도 어느 누구도 사실 어느 누구도 한사람도 안대희 편은 처음부터 없었던 거다…문제는 그럼에도 무척이나 총리가 하고 싶었던 것이 안대희의 결정적인 패착이다. 상식적으로 생각컨데, 여권 수뇌부의 결정적이고 전폭적인 지지, 야권의 어느 정도의 이해…이거 없이 총리를 하겠다는 것, 그것도 선거를 바로 눈앞에 두고…여권에서 안대희 총리 임명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다.

6. 수임료…솔직히 나는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 아닐까는 ‘모르겠다’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100억원도, 온 국민이 나서서, 애걔걔 겨우 백억원? 이러면 작은 액수가 되는 것이고, 5억원이라도 500,000,000.00원 (미화 500,000.00불)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거금이라면 거금이 되는거다. 거기다, 세월호 유가족 한달 생활비의 3000배 뭐 이런 식으로 비교해버리면 비교당하는 것이다.

이번에 수임료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그것이 거금으로 각인되기까지는 웹상에서 약 6시간이 걸린 것 같았고, 그것이 부도덕한 액수가 되는데는 약 24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페북과 트윗상에 내가 박아놓은 관측포스트에 의하면 그렇다.

처음에는 야당도 거기다 주공(主攻)을 걸지를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론이 그것은 거금이라는 쪽으로 펜듈럼이 움직여 버리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거기다 아예 올인해서 모든 함포사격을 가한다. 심지어는 조중동도 가세했다. 이미 용도폐기수순에 들어간거다.

난 이해가 안되는 것이, 여권 수뇌를 통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정보기관을 통해서, 미리 언론사와 야당에 어느 정도 협조를 구하는 그런 절차가 왜 원천적으로 부재하냐는 거다. 퍽 임명해놓고, 국민들이 반발하면 화나 내고…

7. 안대희 카드를 굳이 쓰고 싶었으면, 야당의 거물 원수들과는 진즉에 화해를 주선해 두었어야한다. 그런 건 정보기관이 하는 거다. 아무나 빨갱이로 몰고, 대화록이나 까고 그런 정보기관에게는 그런 일이 불가능한 것이 원천적이고 유전적인 비극인거다. 난 한국의 정보기관 수장에 관해서 ‘생긴 것 하군’이런 커멘트 이외엔 날릴 것이 없다는 것이 지난 수개월간 참 슬펐다. ‘생긴 것 허군…’

9. 일단 본인이 총리라는 운명을 믿었어야 했었다. 그래서 행실을 거기에 맞게 했었어야 했었다. 왕비간택에 뽑히고 나니 년전에 저녁에 심심해서 가끔 룸쌀롱 나간 것이 들통나버린 격이란 건 너무 잔인한 비유일까?

10. 정권의 붕괴라는 것의 마지막 단계는 언제나 조각의 실패다. 여러 자리에 임명할 사람이 없고, 임명해도 다 사양하는 그런 상태를 정권의 붕괴라고 한다. 혁명이 일어나고 반란군이 코앞에 와도, 조각에 성공하면 정권은 유지된다. 까딱 잘못하면 대단한 정치혼란이 올 수 있다. 정부 여당이 정말 잘 해줘야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