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IT부자들은 왜 쉽게 망하나?
영화로 번 돈으로 강남서 빌딩 사는 걸 자랑이라니
프로답게 살아야 직업생명도 팬도 오래 남아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많은 경우 그랬다. 물론 착실하게 잘나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많은 IT 부자들이 망했다.
그렇지만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의견을 만들어보기가 참 민망했다. 내 주위 사람들 불행에 관해서 혹시 내가 뭐라고 하는 거나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있었고, 내 주위만의 특수 사건이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그런 논조의 특집기사가 떴다. 그래서 마구 휘저어가며 큰 붓으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첫째, 내가 보기에 제일 큰 이유는 “IT 부자들이 처음부터 사실은 그렇게 부자가 아니었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비슷한 예 하나 들자, 복권 당첨이 되면, x,000,000,000,000원!!! 이라며 당첨금이 신문에 크게 나온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을 한 번에 주는 경우가 거의 없고, 세금 떼고, 뭐 떼고, 뭐 떼고 그러면서 준다. 결과물은 엄청나긴 하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초라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복권 광고수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 언론기관이나 복권회사들은 그런 식으로 실상을 알려주지 않는다. 엄청난 돈, 큰돈, 대박…이라는 인상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문제는 뭐냐,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엄청난 돈, 큰돈, 대박…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기 십상이라는 바로 그거다. 기부도 퍽퍽 하고, 친척들에게 인심도 쓰고 말이다. 그때 “사실은 얼마 안돼.”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분을 퍽퍽 쓴다. 집도, 차도 마구 사고, 여행도 마구 간다.
대부분의 복권당첨자들이 파산으로 끝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보다는 굉장히 초라한’ 부를 ‘생각없이’ 쓰기 때문에 그렇다. IT부자들이 그런 비슷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기가 만든 (자신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회사 주식의 가격이 폭등했다는 건데 그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 하고 거기에서 세금을 내고, 그리고 남는 돈이 비로소 자기 재산일 텐데, 팔기도 전에 세금은 생각도 하지 않고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컴퓨터스크린만 들여다보고 살던 Nerd들이 인생을 뭘 알겠어?” 라는 말이 궁극적으론 진실이 되어버린다.
팔아서 세금내고 남은 돈…
그 주식을 팔 수 있냐? 난 팔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회사 내부의 문제가 있다. 회사 내부의 치열한 경쟁 속에 내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주식을 처분했다면 일단 회사 장래에 커미트먼트가 없다는 인상을 줄 염려가 있다. 솔직히 말해 바로 그런 걸 “커미트먼트(소속감)가 없다”고 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직원 둘 중에 한 명을 승진시키려는데, 한 사람은 회사주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한 사람은 다 팔았다고 치자, 나는 앞의 사람을 승진시킨다. 당연하다. 그래서 못 판다.
또, 임직원들이 회사주식을 판다는 것이 알려지면 회사주식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팔지 않고 있는 동료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래서 IT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들은 영원히 현금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솔직히 말해 제대로 된 창업주, 제대로 된 회사라면 그게 정석이다. 선장이 배와 같이 가라앉는 게 정석이다.
다음으로 팔아서 차분하게 현금화했다 치자.
이 사람들이 차분하게 분산투자를 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 어디 한군데에 몰빵을 한다. 물론 테슬러의 엘론머스크처럼, 그 2차 몰빵도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바로 그렇지 않은 더 많은 경우, 이 사람들은 알거지가 된다. 솔직히 한번 살다 한 번 가는 인생, 나라도 그렇게 살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위험회피형’으로 인생의 패턴을 전환하라면 그건 무리한 요구다. 집중, 행운, 대박…그게 그 사람들의 엔돌핀을 나오게 하기 때문이다.
권투선수나 연예인들이 돈이 많이 벌릴 적에, 차분하게 부동산 같은 것을 사지 않고, 카바레나 식당 체인 같은 것에 손을 대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코메디언 고 이주일씨가 부동산으로 떼돈 벌고 난 이후 요사이는 연예인들도 착실하게 빌딩같은 것에 투자를 하긴 한다. 솔직히 말해, 연예인답지 않은 처사라고 본다. 영화 이런데 몰빵을 해야 연예인다운 인생이지 부동산은 좀 그렇다.
수년 전에 내가 존경하는 캘리포니아의 IT 거인이 있었다. 몰락했다. 한참 나중에 인사나 드리려고 찾아갔더니 전성기때 모든 돈을 아파트에 투자했단다. 그래서 수백 개가 있다고 으시대 속으로 ‘젠장, 그럴 거면 처음부터 부동산을 하시지’란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인생, 더 알찬 인생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만 해도 사실 IT 붐 때 좀 벌었다. 나는 거기서 축적한 모든 돈에다 다른 모든 것을 Bio쪽에 걸었고 요사이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그때 잠깐 호텔 등에 투자한 적이 있었으나 Bio쪽에 돈이 워낙 많이 들어가니 자금이 필요해서 호텔이고 뭐고 다 팔아치워서 자금을 조달했다.
난 지금 호텔을 몇 개 가지고 있고 골프를 좀 더 잘 쳤을 그런 인생보다는 지금처럼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위기에 위기, 찬스에 찬스가 연속 상영되는 스릴러인생이 훨씬 행복하다.
만약 내 아들이 IT로 돈을 벌었다 그러면 당연히 아파트 등에 투자를 하라고 권했을 거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다면 속으로 섭섭했을 거다. “쨔샤, 한번 사는 인생 에미에게 꽉 쥐어사니? 에라 그러니 마누라에게 쥐어사는 거야 임마. 인생은 폼이 나야 해” 이렇게 쿠사리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요사이 내 친구들과는 좀 다른 행동을 한다. 금전적으로 좀 본격적인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 교육이 끝났고, 가만히 보니 아이들이 다들 자기 밥벌이는 할 수 있거나, 아니면 밥을 적게 먹거나 아니면 둘 다를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다. 왕창 더 큰 Risk Taking을 하고, 크게 한 번 일어서 보거나, 작살나거나 그런 게 인생의 멋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건방진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난 지금부터 하는 일을 모두 계속 실패해도, 완전히 실패한 인생이라는 기분은 안 들 것 같다. 그러니 실패가 솔직히 별로 두렵지도 않다. 그리고 생각해 보건대 하나님께서 날 망하게 하시려면 진작 여러 번 찬스가 많았다. 그 좋은 찬스를 다 놓아두고, 하필 요사이 망하게 하실 그럴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