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부자가 정치하면 안 되는 이유
고위 공직자 되는 데 주식 백지신탁제도(blind trust) 꼭 필요하다. 부자의 고위 공직 진출을 막기 위해서 그렇다. 나는 부자가 높은 관직을 갖거나 정치를 하면 그 부자도 망하고 나라도 망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식해서 그런 구절을 찾을 수 없어서 그렇지, 아마 공자님 맹자님 다 그렇게 얘기하셨을 거다.
지금 일본을 보라. 부잣집 도련님들이 장난감 사듯이 관직들을 차지하고 나서, 나라 꼴이 어찌됐는가. 미국도 억만장자 아들이 정권을 차지하고 나니, 전쟁에 경제파탄에 어려움 많이 겪었다. 그게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부자는 사람을 넓게 모을 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부자는 바로 그래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가 없다. 왜냐, 아무리 돈 때문에 만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좀 친해지면 조용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하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마련이다. 반드시 그렇게 돼 있다. 그래서 부자들은 마음 속에 아예 1년에 얼마 정도를 그렇게 쓰겠다고 작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절대로 주위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주변 사람들 마음 속엔 늘 섭섭한 마음이 있다. “쉐기, 있으면서 좀 도와주지…” 그러면서 여차하면 미워할 이유만 찾는다. 그러니 부자는 자기 세력을 만들 수 없다. 종들만 거느릴 수 있다. 정몽준 의원 주위에 김흥국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래서 바보 부자들은 다른 부자들과만 사귀려 한다. 안 그래도 먼 눈이 완전히 멀어버린다. 다른 사람들을 평민, 보통사람, 좀비들, 빨갱이들… 이러면서 깔보기 시작한다. 심지어 격리 조절 탄압 제거 살상 소독해야 한다는 사고로 날아가 버립니다. 반드시 망한다. 안 망하려고 체제를 극보수화하고 신분제를 만들어도 망한다.
일단 돈이 벌렸다. 그러면 다른 선택은 없다. 그 사업을 디립다 키우는 거다. 거기에 정신일도 하는 거다. 정치니 무슨 그런 다른 일에 신경 쓰면 둘 다 망한다. 정치라는 건 무지하게 돈이 많이 든다. 특히 선거가 그렇다. 어느 정권에 개국공신이 되겠다는 사람이 돈이 엄청 많은데, 선거 때 보스인 후보가 돈이 모자라서 잠을 못 자고 후보 부인이 결혼반지를 내다 잡히는 상황에 개국공신 되겠다는 측근이라면서 갖고 있는 돈을 안 낼 도리가 없다. 안 내면 개국공신이 못 되는 정도에서 방어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원수가 된다.
그런데 그 보스 주위에는 매달 수 억 원의 지역구 관리비가 필요한 정치인이 수 백 명 몰려있다. 그래서 없는 돈도 등을 쳐서 쥐어짤 판에 있는 돈을 달라고 하지 않겠나. 물론 나중에 도움이 된다, 더 큰 돈 번다고 안심시킨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돈 주고 얻은 특권은 아주 크고 좋거나 아니면 독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정치인에 돈 대고 얻은 특권은 다음 정권에 두들겨 맞는다. 정권 차지하는 데 1년, 차지하고 나서 정신 없이 1년, 사업체 제대로 정리하는데 2~3년 그러고 나면 두들겨 맞기 시작한다. 예전처럼 20년 집권한다면 이권이 제대로 장사가 되는 것이지, 요새처럼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 이권장사는 골탕 먹기 십상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특정 정치인만 사귀고 싶어한다. 정치인들도 그런 수요에 맞춰 그런 정치인이 되면서 그런 스폰을 구하려 한다. 조폭도 제대로 된 스폰을 만나고, 스폰도 제대로 된 조폭을 만나야 크게 된다. 제대로 된 스폰을 못 만난 정치인, 제대로 된 정치인을 못 거느린 스폰. 거기 한계가 있는 거다. 튈려고 몸을 버린다. 보스는 절대 못 된다.
부자가 스스로 정치를 하면 비즈니스 감을 잃는다. 비즈니스의 감이란 것이 상대에게 이(利)를 던지면서 나도 이(利)를 취하는 거다. 그런데 정치는 그렇지 않다. 상대에게 겁을 줘서 빼앗는 것이 정치다. 그러기에 정치를 오래하면 비즈니스의 감을 잃게 돼있다. 원천적으로 정치와 비즈니스는 전혀 다른 세계다. 둘 다 잘하기 어렵죠.